컨텐츠 바로가기

"안 봤는데 웬 관람료?" 우영우 다룬 '천은사 사건' 결말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경제


시청률 고공 행진을 펼치고 있는 ENA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에서 지난 수십 년간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사찰 문화재관람료' 문제를 다루면서 실제 모티브가 된 사건도 재조명 되고 있다.

12일 전파를 탄 '우영우' 14화에서는 제주도 한백산에 있는 황지사에서 도로를 지나는 사람들한테 '관람료'를 걷었고, 이에 반발한 통행객이 관람료 3000원을 돌려달라며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을 낸 사건을 다뤘다. 한백산과 황지사는 가상의 장소다.

내용을 보면 황지사 측은 "(매표소가 설치된) 지방도 3008호선은 황내사 경내지이며, 1988년 올림픽을 앞두고 황지사 일대를 관광할 수 있도록 만든 도로"라고 주장한다.

이에 우영우는 지방도 3008호선은 국가가 행정 목적으로 만든 '공물'이라는 점을 근거로 승소를 이끌어냈다. 공물인 도로를 이용했다는 사실 만으로 해당 사찰을 관람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우영우 주장의 핵심이다.

현실에서도 일부 사찰이 입장객에게 징수하는 문화재관람료는 불교계를 넘어 해묵은 사회적 논란거리 중 하나로 꼽힌다.

문화재관람료는 국가지정문화재 소유자가 문화재를 공개할 때 관람 비용을 징수할 수 있도록 한 현행법에 기반한 제도지만,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는 탓에 쉽사리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사안이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번 우영우의 모티브가 된 '천은사 통행료 갈등' 사례가 대표적인 예다. 천은사는 화엄사, 쌍계사와 함께 지리산 3대 사찰로 꼽히는 사찰로 지난 1987년부터 국립공원 입장료와 함께 문화재관람료 명목으로 통행료(2019년 성인 기준 1600원)를 징수해왔다.

문제는 절 앞이 아니라 도로에 있는 매표소다. 매표소가 있는 지방도 861호선은 지리산 노고단을 가기 위해 반드시 지나야 하는 도로인 탓에 천은사를 방문하지 않는 탐방객들은 통행료 징수를 멈춰달라고 꾸준히 요구해 왔다. 특히 2007년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된 이후에는 탐방객 민원이 늘어나면서 소송까지 이어졌다.

탐방객들과 참여연대가 각각 천은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지만, 효력이 당사자한테만 적용돼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천은사는 자연공원법의 '공원문화유산지구' 입장료로 명목을 바꿔 징수를 이어갔다.

결국 논란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까지 올라왔다. 당시 청원인은 "식구들과 단풍을 보려고 고개를 넘어가는데 차량당이 아닌 1인당 1600원을 징수했다"면서 "법원에서도 패소했는데 버젓이 입장료를 받게 하는 건 정부나 지자체의 직무유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찰과 등산객들 간의 오랜 마찰은 정부가 나서면서 마무리됐다. 2019년 4월 환경부?문화재청?전라남도 등 8개 기관이 천은사 측과 협상에 나섰다. 전라남도는 지리산으로 향하는 지방도로가 포함된 땅을 매입하고,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새 탐방로 조성 및 인근 시설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문화재청은 문화재 보수와 관광 자원화를 돕는 한편 천은사 운영기반조성사업을 인허가하기로 했다.

통행료를 폐지하는 대신 주변 탐방로를 정비하고, 지자체는 천은사의 운영 기반을 조성하는 사업을 지원하는 등 관련 기관 모두가 의견을 모아 도출한 의미 있는 성과였다.

김경훈 기자 styxx@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