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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 변호사만 배려?…선택적 분노에 오염된 ‘공정과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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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윤석진의 캐릭터 세상 23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권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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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대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은 ‘공정’과 ‘상식’이다. 최고 권력자에서부터 장삼이사에 이르기까지 공정하고 상식적인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선진국으로서 국격을 갖췄다는 생각에 어깨가 절로 으쓱해질 만한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어쩌면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않고 상식적이지 않다는 방증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다면,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한, 정의롭지 못한 제5공화국의 군부 세력이 ‘정의 사회 구현’을 국정 지표로 내세웠던 것만큼이나 기가 막힌 일이다.

공정과 상식은 시대정신으로 부상했다. 이념과 지역으로도 모자라 세대와 젠더로까지 국민을 ‘갈라치기’ 했던 기득권 정치 세력의 계략에 호락호락 당하지 않겠다는 유권자의 각성 덕분이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공평하지 않고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공정과 상식의 개념이 합리적 개인주의로 포장한 이기주의에 오염된 탓이 크다. 대학 청소노동자의 시급 인상 시위가 학습권을 침해했다는 대학생의 손해배상소송이 대표적이다. 헌법이 보장한 노동자의 권리라고 해도 나의 이익 실현을 방해하는 행위라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확증편향이 공정과 상식으로 둔갑하는 현실이 씁쓸하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천재 변호사 우영우(박은빈)의 사회생활을 그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엔에이)의 권민우(주종혁)는 공정과 정의를 주장하는 29살 청년이다. 로스쿨을 졸업하고 대형 로펌 ‘한바다’에 계약직으로 입사했다. 로스쿨 재학 시절 별명이 ‘권모술수’일 정도로 이해타산에 밝다. 1년 뒤 재계약을 위한 고과 점수를 잘 받으려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우영우에게 밀리면서 긴장하기 시작한다. 급기야 “우영우는 우리를 매번 이기는데, 정작 우리는 우영우를 공격하면 안 돼, 왜? 자폐인이니까”라며 “우리는 우변을 늘 배려하고” 도와야 하는 경쟁은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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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 변호사한테는 장애가 있으니까 특별히 배려하시는 것도 이해”하지만, “기본적인 근태 관리도 하지 않으면서 본인이 하고 싶은 사건만 딱 맡아서 하는 것이 같은 신입 변호사로서 보기가 불편”하다는 그의 주장은 나름 합리적이다. 하지만 우영우의 변론과 승소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배려와 관계없이, 한번 본 것을 잊지 않는 천재적인 두뇌와 남다른 관점으로 사건의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권민우의 주장은 견강부회에 지나지 않는다.

특혜까지는 바라지 않고, 다만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는 권민우의 주장이 억지스러운 것은 아니다. 상대방을 제쳐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치열한 경쟁 구도에서 밀려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치졸한 방법까지 동원하는 것이 문제다. 권민우는 현금자동인출기 캐비닛 실용신안특허 소송 변론을 준비하면서 경쟁자 우영우에게는 자료와 정보를 넘기지 않는다. 의뢰인과의 군대 생활 인연까지 언급하면서 우영우를 배제한다. 그가 강조했던 공정과 상식에서 벗어나는 이율배반적인 행동이지만,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영우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되돌리지 못한다면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한다. 합리적 개인주의로 포장된 이기주의에 공정과 상식이 오염된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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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민우는 우영우의 아버지가 ‘한바다’ 대표와 대학 선후배 사이라는 것을 인지하자마자 전후 상황을 파악하지 않고 취업 비리라고 분노한다. 사내 익명 게시판에 “사내 고위직 인사와 아는 사이라는 이유로 일자리를 차지한다면, 누가 그 사회를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라 하겠습니까? 제가 청춘을 포기하며 얻어 낸 한바다의 변호사라는 자리를 누군가는 인맥이라는 낙하산을 타고 손쉽게 갖는 것을 보니, 그야말로 도둑맞은 기분입니다”라는 글을 올린다. 좋은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청년세대의 정당한 항변 같지만, 정확한 사실관계에 근거하지 않은 일방적 주장이라는 점에서 선택적 분노에 가깝다.

우영우의 출생과 관련한 비밀을 무기 삼아서라도 경쟁에서 승리하고 싶은 권민우의 심리도 이해는 된다. 타고난 금수저가 아닌 이상, 오롯이 혼자 힘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무한경쟁 속에서 공정과 상식은 때론 이기주의에 오염되기도 한다. 하지만 청년세대가 문제적 현실을 통찰할 수 있는 안목을 갖지 못한 채 자신과 관련된 사안에만 관심을 둔다면, 공정과 상식의 오염은 점점 심해지고, 결국 우리 사회를 파국으로 몰아갈 것이다. 징후는 이미 나타났다. 시대정신으로 부상한 공정과 상식이 선택적으로만 작용하는 현실은 정치를 넘어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공정과 상식이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현실이야말로 불공정하고 몰상식적일 수밖에 없다. 하 수상한 시절이기에 청년세대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각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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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대 국문과 교수·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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