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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오세훈 "반지하 없앤다" vs 원희룡 "없애면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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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지난 8일 오후 9시 7분께 서울 관악구 부근 한 빌라 반지하에 폭우로 침수된 일가족 3명이 갇혀 신고했지만 결국 사망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사고가 난 빌라 바로 앞 싱크홀이 발생해 물이 급격하게 흘러들었고, 일가족이 고립돼 구조되지 못했다. 사진은 사고 현장. <이하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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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지방 집중호우로 지하·반지하 주택이 재차 주거정책 핵심이슈로 재부각한 가운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해법이 다소 엇갈리면서 정책의 향배가 주목되고 있다.

먼저 대책을 발표한 쪽은 서울시다. 서울시는 지난 10일 지하·반지하를 '주거 목적' 용도로 사용할 수 없도록 건축법을 개정하기 위해 정부와 협의하도록 했다. 침수되는 지역인지와 관계 없이, 지하층은 사람이 살 수 없도록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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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태 현장 점검하는 오세훈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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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반지하 주택 일몰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기존에 허가된 지하·반지하 건축물에 10~20년의 유예기간을 주고, 순차적으로 없애는 제도다. 현재 거주 중인 세입자가 나간 뒤에는 더는 주거용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비주거용 용도 전환을 유도하고. 근린생활시설과 창고, 주차장 등 비주거용으로 전환할 경우 리모델링을 지원하는 등의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시는 현재 반지하 주택에 살고 있는 기존 세입자의 대체 주거지 마련을 위해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할 기회를 주거나, 차상위계층 가구에 월세를 일부 지원하는 '주거 바우처'를 활용하겠다는 대책도 발표했다.

오세훈 시장은 "지하·반지하 주택은 안전·주거환경 등 모든 측면에서 주거취약 계층을 위협하는 후진적 주거유형"이라며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반지하를 없애면 그분들은 어디로 가야 하느냐"며 '반지하 대책'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원 장관은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반지하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원 장관은 "먼 거리를 이동하기 어려운 노인, 환자, 몸이 불편하신 분들이 실제 많이 살고 있다"면서 "이분들이 현재 생활을 유지하며 이만큼 저렴한 집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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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도동 침수 피해 현장 찾은 원희룡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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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저도 30여년 전 서울에 올라와 반지하 여러 곳을 전전하며 살아 반지하에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다"며 "산동네, 달동네를 없애는 바람에 많은 분이 반지하로 이사를 갈 수밖에 없었던 과거를 되풀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반지하 거주민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이라며 "당장 필요한 개보수 지원은 하되, 자가 전세 월세 등 처한 환경이 다르기에 집주인을 비롯해 민간이 정부와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실효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장관은 "근본적으로는 주거 이전을 희망하는 분들이 부담 가능한, 다양한 형태의 주택들이 시장에 많이 나올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모든 정책은 거주민들의 있는 그대로의 삶을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겠다"고 공언했다.

국토부 또한 '반지하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오는 16일 발표하는 '250만+α(알파)' 주택공급대책에 '반지하 대책' 등 주거복지정책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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