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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95%였던 기상청 비 예보 정확도, 여름철 뚝 떨어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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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올해 1~5월 강수유무 정확도 95.7%에 이어
6월 86.3%로 급락... 비 많은 여름철 80%대
기상청 "여름 대기불안으로 예측 어렵고
기후변화 영향으로 불확실성 가중" 설명
감사원 "맑은 날 많아 비 못 맞혀도 89%" 착시
'무강수 맞힘' 제외한 정확도는 40% 안팎
국회 "예보관 인력 확충 및 전문성 키워야"
한국일보

중부지방 중심으로 폭우가 쏟아진 8일 곳곳에서 도로가 통제되고 건물이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서울 강남역 일대의 도로가 물바다로 변하자 퇴근길에 나선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기상청은 이번 주 중부지방과 경북 북부를 중심으로 돌풍 및 천둥·번개를 동반한 강한 비가 쏟아질 것으로 예보했다. 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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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 내린 이번 집중호우처럼 상당한 비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기상청의 예보 정확도도 항상 입길에 오른다. 다행히 이번 폭우에 앞서 기상청은 수도권에 큰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해 맞혔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할 정도로 정밀하지는 못해서다.

예컨대 8일 서울에 폭우가 쏟아지기 직전 기상청은 수도권 등 중부에 100~250㎜, 경기 남부, 산지엔 최대 350㎜의 비가 내릴 걸로 내다봤지만, 서울 동작구에서만 하루 만에 누적 422㎜의 비가 쏟아졌다. 또 같은 날 동작구에 시간당 140㎜의 폭우가 내려 엄청난 재산 피해와 적지 않은 사상자를 발생시켰던 그때 10㎞가량 떨어진 은평구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

90% 이상의 높은 정확도를 자랑하는 기상청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기후변화도 중요한 요인이지만, 기상청의 예보 정확도가 여름 장마철엔 10%포인트가량 낮아지고, 좀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 40%대로 뚝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기상청과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올해 1~5월 강수유무정확도(ACC)는 95.7%에 달했다. 최근 5년 사이 가장 낮았던 지난해(90.9%)보다 5%포인트가량 올랐다. 5월(97.1%)에는 거의 100%에 가까웠다.

5월 97%였던 비 예보 정확도 6월 86%로 급락

한국일보

기상청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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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예보는 ①강수 맞힘(강수 예보 후 실제 비가 옴) ②빗나감(강수 예보했으나 비가 안 옴) ③비 놓침(강수 예보 안 했는데 비가 옴) ④무강수 맞힘(강수 예보를 안 하고 비가 안 옴) 4가지 경우로 나뉘는데, ACC는 전체 경우의 수(①+②+③+④) 중 맞힌 경우(①+④)의 비중을 의미한다. 비가 왔는지를 판정하는 기준은 3시간 내 0.1㎜ 이상 비가 오면 강수로 인정된다. 기상청은 전국 247개 관측지점을 대상으로 3시간 단위로 예보하고 있다. 강수 위치 예측이 1㎞가량 빗나가거나 강수 시작 시간이 3시간 차이가 나면 빗나간 예보로 평가된다.

그러나 여름철에는 예보 정확도가 10%포인트 안팎까지 떨어진다. 최근 1년(2021년 7월~올해 6월) 중 여름이라 할 수 있는 올해 6월(86.3%)은 전월에 비해 10.8%포인트 낮아졌고, 지난해 7월(83.2%)과 8월(80.8%)도 80%대였다.

기상청 관계자는 "여름에는 (다른 계절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기가 불안정해 강수 시간과 장소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운 데다, 최근에는 기후변화 영향 때문에 대기 불안이 더욱 심화돼 예측이 더 어려워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예보 정확도 90%는 착시, 실제로는 40%?"

한국일보

기상청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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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종의 착시 효과도 숨어 있다. 우리나라처럼 특정 시기에 비가 자주 내려 맑은 날이 많은 경우에는 ④무강수 맞힘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 때문에 비가 온다고 예보하지 않아도 강수 유무 정확도가 기본적으로 80%를 초과한다는 것이다. 2017년 기상청을 감사했던 감사원도 "기상청이 정확도를 계산한 방식이 틀렸거나 부풀리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ACC는 비가 올 것을 한 번도 맞히지 못해도 정확도는 89%에 달하고 맞힘(①)을 늘려도 정확도는 크게 올라가지 않는다"며 "맑은 날이 많은 기상예보의 평가방식으로는 부족하고, 국민의 눈높이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적중률(TS)이라고도 불리는, 다른 정확도 지표인 임계성공지수(CSI)도 사용한다. ④무강수 맞힘을 제외하고 산출(①/①+②+③)하는 이 수치는 지난해 3분기 0.38(38%)와 4분기 0.4(40%)에 이어 올해 1분기 0.41(41%) 및 2분기 0.39(39%) 등으로 50%를 밑돌았다.

기상청 관계자는 "장마전선이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비를 내린다고 교과서에서 배웠으나 기후변화 영향으로 기존과는 매우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고, 여름엔 폭염 호우 복합 출현 등 예보관조차 경험해보지 못한 기상현상이 나타난다"며 "일기예보가 원래 불확실성과 변동성을 내재하고 있는 데다 이런 극한 현상이 강력하면서도 잦은 빈도로 나타나 예측의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다만 "CSI는 비 예보를 소극적으로 하면 값이 높아지는 특성이 있고, 강수영역과 시점이 조금만 달라져도 다른 지수에 비해 틀린 비율이 과다하게 커지는 특징이 있다"며 "이 때문에 월별로 격차가 매우 크게 나타나, 효과적으로 추세를 파악하고 비교하기 위해 분기별로만 산출한다"고 설명했다.

좀 더 엄격한 잣대인 CSI도 이런 단점이 있어 맞힘률(POD)이라는 지표도 사용한다. POD는 강수가 관측된 사례 중 강수를 맞힌 비율(①/①+③)로 측정하는데, 지난해 3분기 0.62(1에 가까울수록 정확도 높음), 4분기 0.6, 올해 1분기 0.71, 2분기 0.57의 분포를 보였다. 가장 최근 자료인 지난 6월 POD는 0.54였다. 올해 중 5월(0.34)이 가장 낮았고, 3월(0.78)에 가장 높았다.

"예보관 역량 강화·인력 확충 필요"

한국일보

기상청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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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예보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선 예보관의 역량 강화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기상직 7급・9급 공개경쟁채용방식 등으로 채용된 직원이 기상청 내에서 순환근무를 하다 예보관(예보 판단 의사결정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5급 이상 또는 예보팀장)으로 승진 등 인사 이동을 하게 된다"며 "예보전문성을 가진 외부 전문가를 예보관으로 직접 채용하는 등 인사 방식을 다양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상청 본청에 근무하는 총괄예보관 16명(2021년 11월 기준)의 평균 '기상청 근무기간은 약 22년이고, 이 중 '예보관 근무기간'은 11년 정도라며 이런 순환근무방식의 인사운영으로는 예보관의 전문성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어 '예보전문관' 제도 활성화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인력도 부족하다. 입법조사처는 "기상청 내 교대근무자는 휴일・야간 근무를 포함해 4교대, 월 평균 219시간 근무해 근로기준법에 따른 일반적인 월 근로시간(209시간)과 비교해 근무강도가 높은 편이기 때문에 인력 보강이 필요하다"고 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예보업무 자체가 힘드니까 선호하는 분이 많지 않고, 예보관 보직을 받은 분은 의무감과 책임감으로 근무하고 있다"며 "역량 강화를 위해 예보관 교육 강화 등 여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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