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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누구보다 착했던 아내인데”...‘맨홀 실종’ 남매 빈소 차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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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8일 저녁 폭우로 역류하고 있는 서초구 양재동의 한 맨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음. /뉴시스


지난 8일 내린 폭우로 맨홀 뚜껑이 열리면서 맨홀에 빠져 숨진 성인 남매 2명의 빈소가 13일 오전 차려졌다. 이들은 당시 서울 서초구 한 빌딩을 나서던 중 폭우로 뚜껑이 유실된 맨홀을 보지 못한 채 안으로 휩쓸려 들어갔다. 남동생은 실종 사흘째인 지난 10일 서초동 한 버스정류장 부근 맨홀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누나 역시 11일 실종 지점에서 약 4㎞ 떨어진 동작구 동작역 근처 반포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의 빈소가 차려진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선 누나 박모(50)씨의 남편 오모씨와 고등학생 딸, 남동생 박모(46)씨의 아내와 그의 아들이 빈소를 지키고 있었다. 유가족들은 조문객을 맞으며 끝내 눈물을 참지 못했다.

유가족 등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에 사는 박씨 남매는 사고 당일 몸이 편찮으신 부친을 뵈러 부모님 댁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이날 밤 갑작스럽게 쏟아진 비로 동생 박씨의 차에 시동이 걸리지 않았고 이들 남매는 인근 건물에서 비를 피했다. 이후 비가 어느 정도 잦아들었다고 생각한 누나 박씨가 차 주변으로 다가간 순간 갑자기 땅 밑으로 사라졌다. 이를 본 동생 박씨가 누나를 구하려다 함께 맨홀로 빠졌다고 한다.

이날 빈소에서 만난 박씨의 남편 오씨는 “우리 아내는 너무나도 착했던 사람, 법 없이도 살 사람이었는데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해 너무 황망하다”고 말했다. 오씨는 “아직 고등학생인 딸 아이도 큰 슬픔에 빠져있다”며 “80대 중반의 고령의 장인어른께는 아직 사고 소식도 전하지 못했다”고 했다.

서울시는 앞으로 이와 같은 안전 사고를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맨홀 뚜껑 아래에 그물이나 철 구조물 등 ‘맨홀 추락 방지 시설’을 설치할 예정이다.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 맨홀 추락 방지 시설을 저지대 등 침수 취약 지역과 하수도 역류 구간에 우선적으로 도입하고 설치를 확대해나간다. 시 관계자는 “폭우에 맨홀 뚜껑이 열리더라도 인명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해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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