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이성윤 지시로 보고서 쓴 전직 대검과장 “긴급출금, 알았으면 위법하다 생각했을 것”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불법출금 수사중단 외압’ 이성윤 재판서 증언

조선일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를 무마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전 서울고검장이 12일 서초구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학의 불법출금’ 사건의 수사를 막은 혐의(직권남용)로 기소된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재판에서 당시 긴급출금의 적법성을 검토했던 대검 과장이 “(긴급출금 내용을) 알았다면 위법하다 생각했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 27부(재판장 김옥곤)심리로 열린 이 연구위원에 대한 재판에서 2019년 3월 당시 대검 과장으로 재직했던 A변호사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출금이 이뤄진 직후 이성윤 당시 대검 반부패부장의 지시에 따라 출금의 적법성을 검토하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출입국관리법이 규정하고 있는 범죄피의자의 개념을 피(被)내사자 등에게도 확대적용하는 경우 긴급출금은 일응(일단) 적법하다’는 내용이었다.

출입국관리법은 긴급출금의 대상을 ‘피의자’로 명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출금 당시에도 형사피의자가 아니었던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출금을 두고 위법성 논란이 불거졌었다. 이에 대해 해당 보고서는 피의자의 개념을 입건 이전의 피내사자에게 확대하는 것을 가정해 적법할 수도 있다는 애매한 결론을 낸 것이다.

A전 과장은 “(긴급출금 승인요청서에) 내사번호가 들어가 있어 (김 전 차관이) 피내사자라고 생각했다”며 “당시 확실히 결론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라 그렇게 표현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당시 승인요청서에 적힌 서울동부지검 명의의 내사번호는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 소속이던 이규원 검사가 한찬식 당시 동부지검장의 허락 없이 마음대로 붙인 번호였다. 한 전 검사장(현 변호사)은 지난 5월 증인으로 출석해 “이규원 검사가 서울동부지검 내사번호를 사용한 것을 언론 보도로 알았으며 사후에 요청서를 추인해 준 사실도 없다”고 했다. 당시 대검 반부패부장이던 이 연구위원이 김 전 차관 출금 직후인 2019년 3월 23일 오전 한 전 검사장에게 전화해 출금을 추인해 달라는 취지로 얘기했는데 자신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A 전 과장은 보고서 작성 당시에는 이 같은 사실을 몰랐으며 ‘김학의 불법출금’이 문제된 후 언론 보도로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보고서에 대해 “명쾌한 답이 없는 보고서인 것은 맞는다”며 “당시 법무부 대변인도 적법하다는 취지로 얘기했던 것 같고 위법이 확실하다면 모르겠는데 애매하니까 일반적인 것으로 기재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알았다고 한다면, 형제번호가 그런 것(과거 무혐의로 종결된 사건번호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위법하다 생각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규원 검사는 승인요청서에 앞서 작성했던 ‘긴급출금요청서’에는 김 전 차관이 과거 무혐의 처분을 받았던 서울중앙지검의 사건번호(형제번호)를 적었었다.

A 전 과장은 또한 “범죄피의자의 개념을 피내사자까지 확대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 제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긴급출금은 인권침해 요소가 많기 때문에 일반출금보다 요건이 더 엄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피내사자까지 확대하는 것은 취지에 안맞을 수 있다는 생각이 있기는 했다” 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대적용’을 전제로 보고서를 작성한 데 대해서는 “이미 (법무부 등에서) 적법하다고 하고 있는데 확대적용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공식적 보고서에 그대로 담기에는 부담됐다”고 했다.

A 전 과장은 “출금대상자에 해당하는지는 검사가 판단하는 것이고, 상급자가 요건에 맞추라고 해서 맞추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검찰측 신문에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양은경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