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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스포트랙] LG는 어떻게 총알타구 군단이 됐을까… 팀 공격력 1위, 누가 운이라고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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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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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LG는 최근 들어 마운드가 강하지만, 타격은 조금 아쉬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팀이었다. 실제 2020년부터 2021년까지 2년간 LG의 팀 평균자책점은 3.97로 리그 1위였다. 반면 팀 OPS(.745)는 리그 5위로 평균 수준에 머물렀다.

그런데 올해는 양상이 조금 다르다. 토종 선발진이 아쉽지만 여전히 수준급 마운드를 구축하고 있는 가운데 타선이 경기를 승리로 이끄는 빈도가 더 높아졌다. 팀 타율(.274)에서 리그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장타의 급증이 눈에 확 들어온다. 리그에서 가장 드넓은 잠실을 홈으로 쓰면서도 팀 홈런(94개)과 팀 장타율(.415)에서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는 LG의 구단 역사에서도 보기 드문 일이었다.

세부 기록을 살펴보면 단순히 운이나 단기간의 스퍼트가 아님을 유추할 수 있다. 기록상으로 눈에 들어오는 대목은 하드히트(시속 152.8㎞ 이상의 타구) 비율이 급증이다. 빠른 타구가 항상 안타가 되는 건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안타, 특히 장타의 발생 이벤트 가능성을 높여 준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타자들의 전체적인 힘과 콘택트가 같이 좋아졌을 가능성도 시사하는 대목이라 지속 가능성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LG 주축 선수들의 하드히트 비율은 지난해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KBO리그 9개 구단에 트래킹 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의 집계(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집계치 제외, 8월 10일 현재)에 따르면 올해 하드히트 비율이 높아진 상위 선수들 중 상당수가 LG 선수들이다.

문보경이 지난해 13.3%에서 올해 24.3%까지 이 비율을 극적으로 끌어올린 것을 비롯, 오지환(12.6%→18.6%), 이재원(24.3%→30.2%), 채은성(13.1%→18.8%), 김현수(19%→20.6%) 등 팀 타선의 핵심을 이루는 선수들의 하드히트 비율이 좋아졌다. 실제 이 선수들은 지난해에 비해 2루타 이상의 장타가 늘어난 것을 확연하게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을 기대할 만한 대목이기도 하다.

LG 타자들의 공격력 향상에 한 원동력으로 지목되는 이호준 LG 타격코치는 그런 평가에 고개를 젓는다. 한 지도자의 힘으로 이뤄낸 향상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이 코치는 “내가 와서 타자들의 지표가 올라간 게 아니다. 그동안의 노력이 이제 결과물로 나오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베테랑 선수들의 타격은 이미 어느 정도 완성이 되어 있었다고 했다. 1년 사이에 뭔가가 확 달라진 게 아니라 그간의 꾸준한 노력이 점차 빛을 보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 코치는 “대부분의 타격 코치들이 선호하는 가장 좋은 타격은 짧게 나와서 강하게 치는 타격이다. 나는 특히 발사각을 만들기 보다는 정확한 임팩트를 강조한다. 정확한 타격이 되어야 스핀도 생기고 좋은 타구를 만들 수 있다”면서 “고참 선수들은 이미 본인들의 타격폼이 완성되어 있다. 비교적 어린 친구들한테 강조하는 편이다. 내가 타격 코치로 와서 팀의 타격이 좋아진 것이 아니고, LG타자들 개개인이 원래 좋은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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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는 좌타자들이 상대적으로 많다. 근래 이 좌타자들을 괴롭히는 게 바로 수비 시프트다. 수비 시프트를 뚫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어쨌든 수비수들이 미처 대처하지 못하게 강한 타구를 날리는 것이다. LG 좌타자들은 근래 들어 이게 된다. 외야로 강하게 나가는 타구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좌완에도 강한 모습을 보여주며 우려했던 약점까지 지워내고 있다. 이 코치는 “선수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경기에 임했고, 좌투수에게도 딱히 약하지 않다. 그런 노력을 해준 선수들에게 너무 고맙다”고 했다.

한편으로 트래킹 데이터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선수들 스스로 머릿속에 넣고, 또 전력분석에서 활용하는 유기적인 체계도 잘 갖춰져 있다는 게 이 코치의 설명이다. 이 코치는 “트래킹 데이터를 참고를 하고 다만 판단은 선수와 코치가 맞춰서 한다. 고참급 선수들은 머릿속에 데이터가 다 있는데 아직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에게는 필요하다”면서 “우리는 회의를 매일 한다. 전날 리뷰, 오늘 경기의 전략 등을 데이터분석팀에서 준 자료를 가지고 한다. 내가 놓치는 부분도 잡아준다. 데이터분석팀과 소통이 잘 된다. 궁합이 좋은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이처럼 팀 타격이 잘 돌아가고, 타격으로 더그아웃 분위기가 살면서 타격이 더 잘 되는 선순환의 구조도 엿보인다. 이 코치 또한 “작년과 올해가 비교되어 달라졌다기보다는 팀 분위기 자체가 좋아 팀 타격도 좋아진 것이다. 개개인이 준비가 잘 되어있고, 데이터분석팀의 자료를 참고해서 노림수를 가지고 타석에 들어선다”고 팀 분위기를 설명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꾸준히 노력했던 LG 타자들은 이제 가시적인 성과와 함께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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