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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준석 “대통령 지도력 위기... 조직에 충성하는 국힘 불태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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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을 모두 다 할 생각”...

가처분 신청 취소할 생각 없다는 뜻 분명히 해

기자회견 도중 울먹이기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으로 자동 해임된 이준석 전 당대표가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달 8일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를 받은 이 전 대표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징계일로부터 36일만이다. 그는 윤리위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 처분을 받은 이후 지방을 순회하고 지지자들과 만나며 SNS를 통해 근황을 전하긴 했지만, 자신의 거취를 포함한 당내 현안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히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 9일 당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면서 ‘자동 해임’될 상황에 처하자 하루 뒤인 지난 10일 서울남부지법에 국민의힘과 주호영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을 모두 다 할 생각”이라며 “제가 비대위 출범에 대해 가처분신청을 하겠다고 하니 갑자기 선당후사 하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이 선당후사라는 을씨년스러운 말은 4자 성어라도 되는 양 정치권에서 금과옥조로 여겨지지만 사실 소설 삼국지연의에서 쓰인 삼성가노보다도 근본이 없는 용어“라고 했다. 여권 일각에서 선당후사 측면에서 이 전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먼저 국민들 당원들께 사과말씀 드린다”며 “큰 선거에서 3번 연속으로 우리 국민의힘 지지 해주신 분들이 다시 보수 등 돌리고 최전선에서 뛰며 승리에 일조했던 분들이 자부심보다는 분노를 표출하는 것에 대해 저 또한 자책감을 느낀다”고 사과했다.

그는 지난 대선 선거 과정을 언급하는 도중엔 울먹이며 잠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저와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참을 인’ 자를 새기면서 웃고 또 웃었다. 사상 처음 정당이라는 것에 가입했다”며 “다시는 보수정당이 이미 썩어서 문드러지고 형해화된 껍데기만 남은 반공이데올로기가 아닌 정치과제를 다뤄달라면서 당원 가입화면 캡처 사진을 보내온 수많은 젊은 세대를 생각하면서 마약 같은 행복함에 잠시 빠졌고, 전라도에서 보수정당에 기대를 하고 민원을 가져오는 도서벽지 주민의 절박한 표정을 보면서 진통제를 맞은 듯 바로 새벽 기차를 타고 심야 고속버스를 탔다”고 했다.

◇”당의 위기가 아니라 대통령 지도력의 위기”

이 전 대표는 최근 문자 파동과 관련해선 윤석열 대통령과 권성동 원내대표를 직격했다. 윤석열 대통령, 여당 지도부 등을 겨냥한 비판 메세지를 내놓으며 향후 여권 내홍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는 “민심은 떠나고 있다. 대통령께서 원내대표에게 보낸 어떤 메시지가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는다면 그것은 당의 위기가 아니라 대통령 지도력의 위기”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문제되는 메시지를 대통령께서 보내시고 원내대표의 부주의로 그 메시지가 노출되었는데 그들이 내린 결론은 당대표를 쫓아내는 일사분란한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라면 전혀 공정하지도, 논리적이지도, 정의롭지도 않는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이 이 전 대표를 향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고 언급한 문자 메시지가 노출된 것에 대해, ‘윤 대통령 책임론’을 제기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전 대표는 “그 메시지에서 대통령과 원내대표라는 권력자들 사이에서 씹어 돌림의 대상이 되었던 저에게 어떤 사람도 그 상황에 대한 해명이나 사과를 하지 않았던 것은 인간적인 비극”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국민의힘을 넘어서 조직에 충성하는 국민의힘도 불태워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오로지 자유와 인권의 가치와 미래에 충실한 국민의힘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당내 친윤 그룹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이 전 대표는 기자회견이 끝난 후 브리핑에선 윤 대통령 리더십 위기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최근 윤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 하락세에 대해 “보통은 어느 정권이나 국민들은 대통령에 대한 상당한 존경심을 갖고 정치를 바라보고 직선제 대통령제라는 것은 상당한 권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당의 지지율과 대통령 지지율 관계속에서 오히려 대통령 지지율이 정당의 지지율을 견인하는 경우가 많이 나온다”며 “그런데 7월초를 기점으로 해서 정당의 지지율보다 만약에 국정운영지지율이 낮다고 하면 이것은 리더십의 위기가 왔다는 것을 해석적으로 볼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은 개인적인 판단보다는 지표상의 함의는 명확하다고 본다”고 했다.

조선일보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1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대한 가처분 신청 등과 관련해 직접 입장을 밝히던 중 눈물을 닦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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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대표는 ‘당정 인적 쇄신론’도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최근에 대통령실에서 수석비서관이 부정선거 음모론을 줄기차게 주장하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서 국정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대통령실에서 그에 대해 ‘적극 우리 하는 일을 알리는 것인데 마다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다”며 “당은 이런 것에 대해서 적극 지적해야 합니다. 당이 자존심을 되찾고 대통령실이 음모론자들과 교류하는 것에 대해서 한마디도 지적하지 못한다면, 이 당은 이미 죽은 당이고, 죽은 당에 표를 줄 국민은 없다”고 했다.

◇”윤핵관들과 끝까지 싸울 것” 당 혁신 관련 책도 곧 출판하며 장외전

이 전 대표는 가처분 신청을 취소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 전 대표는 “윤핵관들이 그런 선택을 할 리가 만무한 이상 저는 그들과 끝까지 싸울 것이고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방식으로 가려고 한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7월 7일 윤리위 징계 이후 저는 별다른 얘기를 하지 않았다. 어차피 정치적으로 진행되고 원칙없이 정해진 징계수위라는 것은 재심을 청구한다고 해도 당대표 축출이 선명한 그들의 뜻을 돌릴수 없었을 것이고 그것은 어차피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경찰 수사의 결과에 따라 다투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번에 가처분 신청을 하면서 고민을 길게 하지 않았다”며 “이번 비대위 전환의 의도는 반민주적이었고 모든 과정은 절대반지에 눈이 돌아간 사람들의 의중에 따라 진행되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다음 주부터 더 많은 당원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공개하겠다”며 “지방 선거가 끝나고 당에서 프로그래머를 고용해 추진하려고 하던 당원 소통공간, 제가 직접 프로그래머로 뛰어들어서 만들어 내겠다”고 했다. 이어 “그리고 지난 한 달여 간 전국을 돌면서 저녁으로는 당원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당의 개혁과 혁신을 위한 방안을 담아내기 위해 써내려가던 당의 혁신방향에 관한 책도 이제 탈고를 앞두고 있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기자회견을 마치며 “가처분 신청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당의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하는 분들에게 되묻고 마치겠다. 그러면 이런 큰 일을 벌이고 후폭풍이 없을거라고 생각했습니까”라고 했다.

현직 의원만 할 수 있는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예약은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이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전 대표 측은 애초 국회 인근의 정치문화 플랫폼 카페 ‘하우스’(HOW’s)에서 여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이 전 대표를 반대하는 강성 보수성향의 유튜브 방송 진행자 등이 현장에 몰릴 가능성 등을 고려해 막판에 대관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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