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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D-100' 벤투호, 히딩크-허정무 이어 16강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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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장수 감독 파울루 벤투, 16강 진출할까

오마이뉴스

▲ 훈련 지켜보는 벤투 감독 ⓒ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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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이 13일로 개막 D-100일을 맞이했다. 역대 22번째인 이번 대회는 카타르 8개 경기장에서 오는 11월 21일부터 12월 18일까지 열린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피파랭킹 28위)은 H조에 속하여 오는 11월 24일 오후 10시(이하 한국시간) 우루과이(13위)와 첫 경기를 시작으로, 28일 오후 10시에 가나(60위), 12월 3일 0시에 포르투갈(9위)을 카타르 알 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만나 조별리그를 펼친다.

한국축구는 통산 11회 본선진출이자, 1986년 멕시코 대회부터 무려 10회 연속 본선행이라는 대기록을 수립하며 어느덧 아시아를 대표하는 월드컵 단골손님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꾸준한 도전에 비하여 본선 경쟁력은 아쉬웠다.

한국축구가 월드컵에서 조별리그를 통과한 것은 단 2번, 2002년 한일월드컵(히딩크호)과 2010 남아공월드컵(허정무호) 뿐이었다. 그나마 2002년은 홈에서 열린 대회라는 특수성이 있었고, 원정에서 16강에 오른 것은 단 한 번, 무려 12년 전의 이야기다. 한국축구는 최근 두 번의 월드컵(2014 브라질, 2018 러시아)에서는 모두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며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다.

벤투호가 월드컵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역대 대표팀의 성공비결과 반면교사를 모두 참고해야할 필요가 있다. 4강신화로 역대 최고의 성적을 달성한 한일월드컵의 경우, '우물안 개구리'였던 한국축구가 최초로 선진적인 대표팀 운영 시스템을 정착하고 세계무대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히딩크호는 개최국이라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했다. 월드컵을 불과 1년 반 앞두고 거스 히딩크라는 세계적인 명장을 영입하는 데 성공했고, 선수들을 수시로 소집하여 대표팀을 사실상 클럽팀처럼 운영하면서 조직력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또한 세계적인 강팀들과의 정면승부를 통하여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안방에서 열리는 월드컵에서 좋은 성과를 내야한다는 국민적 공감대와, 대표팀에 많은 것을 양보한 K리그의 희생, 그리고 축구협회의 전례없는 파격적인 투자와 지원 등이 뒷받침된 결과였다.

그리고 이러한 수혜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대표팀의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한 것은 히딩크 감독의 능력이었다. 그는 이름값과 학연-지연에 얽매이지 않는 공정한 선수선발과 무한 경쟁, 멀티플레이어의 극대화를 통한 전술적 유연성, 기술보다 체력에 초점을 맞춘 한국식 압박축구와 토털사커의 완성 등으로, 월드컵 성적을 넘어 한국축구의 패러다임 자체를 혁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지성-이영표-김남일-안정환-차두리-이운재 등 히딩크가 발굴해낸 '2002세대'는 이후 10년 가까이 한국축구를 이끌어나가게 되는 황금세대로 자리매김했다. 폴란드-포르투갈-이탈리아-스페인 등 세계적인 강호들을 연파하며 한국축구의 본선울렁증과 유럽팀 공포증을 처음으로 극복하고 할 수 있는 자신감도 키워줬다. 이후 지난 20년간 한국축구의 눈부신 발전은 사실상 히딩크호가 이뤄낸 한일월드컵의 후광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0년의 허정무호는 '사상 최초의 원정 16강'이라는 업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히딩크호에 비하면 다소 저평가를 받는 분위기가 강했다. 허정무 감독으로 대표되는 국내파 지도자들에 대한 막연한 불신, 이때까지도 한일월드컵의 영향이 지속되며 지나치게 높아진 라이트 축구팬들의 눈높이 등이 원인이었다.

하지만 허정무호는 월드컵 예선을 당당히 조 1위로 통과한 것을 비롯하여 A매치 27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이어가며 역대 가장 꾸준하고 안정감있는 면모를 보여준 대표팀이었다. 이는 압도적이었다는 지난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예선의 벤투호를 뛰어넘는 성적이다.

본선에서도 그리스를 잡고 아르헨티나에 패했으나 나이지리아와 비겨서 원정 16강을 달성했으며, 토너먼트에서는 해당 대회 4강 진출팀이 되는 우루과이와 시종일관 대등한 명승부 끝에 석패하면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개최국 자격으로 본선에 직행했던 히딩크호와 비교하여 예선과 본선까지 동일한 감독이 연속성있게 지휘봉을 이어가면서도 최초로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는 결코 작지않다.

'허카우터'로 불린 허정무 감독은 이미 히딩크 이전에 박지성-이영표-김남일 등 훗날 2002세대의 주역들을 먼저 발굴해냈을만큼 선수를 보는 안목이 역대급으로 빼어난 지도자로 꼽혔다. 남아공에서는 지역예선에서부터 본선까지 기성용-이청용-이정수-김정우-조용형-이근호-곽태휘 등 당시만 해도 유망주이거나 이름이 크게 알려지지않은 선수들을 적재적소마다 중용하며 자신만의 견고한 팀을 구축해냈다.

박지성을 주장으로 임명했다는 점, 다양한 선수들을 고르게 기용하여 경쟁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자신의 색깔보다는 선수들의 장점에 맞춘 축구를 펼친 유연성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허정무 감독은 외국인이 아닌 국내파 지도자로 충분히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발휘할수 있다는 것을 최초로 증명해냈다. 뛰어난 선수단 장악과 관리 능력은 이후의 대표팀 감독들의 혼란과 비교되면서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고평가를 받고 있다. '

반면 월드컵 진출에는 성공했으나 본선에서는 조별리그 통과에 실패했던 2006년 독일, 2014 브라질, 2018 러시아 대회는 모두 예선과 본선을 지휘한 감독이 각기 달랐고, 이미 예선 과정부터 경기력이 좋지않았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잦은 감독교체로 인한 리더십의 혼란, 유럽파와 국내파간의 위상 차이로 인한 파벌화, '2002 체제'를 대체할 한국축구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에 실패하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이제 관심은 2022년의 벤투호가 카타르월드컵에서 어떤 성과를 보여주느냐에 모아진다. 벤투 감독은 2018년부터 4년 넘게 태극호의 지휘봉을 잡으며 역대 한국축구 대표팀 최장수 감독의 반열에 올랐다. 예선과 본선을 같은 감독이 지휘하게 된 것은 허정무 감독에 이어 12년 만이며 외국인 감독으로서는 사상 최초다.

역대 대표팀은 저마다 고유의 색깔이 있었다. 최고의 성적을 거둔 히딩크호의 경우, 강한 체력과 활동량을 바탕으로 한 '수비'가 최대 장점이었다. 홍명보-김태영-최진철의 스리백에 좌우 윙백에는 이영표와 송종국, 수비형 미드필더에는 김남일-유상철이 포진했고 수문장은 이운재가 지키며 각 포지션에서 한국축구 사상 최강의 라인업이었다. 전방에 위치한 박지성-설기현-황선홍-안정환 등도 예외없이 성실하게 수비에 가담해야했다.

허정무호는 공격과 수비 모두 아주 특출하지는 않았지만, 신구조화의 밸런스가 더 잘 잡히고 국제경험에서 더 원숙해진 팀이었다. 박지성-이청용의 좌우 날개를 활용한 공격루트가 위협적이었고, 6골중 무려 4골을 '세트피스'로만 뽑아내며 최전방의 골결정력 부족을 만회했다. 미드필더 김정우가 이 대회 한정으로 한국축구 역대급의 중원 장악력을 과시한 것도 허리싸움에서 세계 강호들에게 밀리지 않는 데 큰 힘이 됐다.

이에 비하여 벤투호만의 장점이라면, 역시 역대 최고의 선수진과, 꾸준한 연속성으로 다져온 점유율 축구를 꼽을수 있다. 벤투호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이자 역대 아시아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손흥민을 필두로, 김민재, 황희찬, 황의조, 이재성, 황인범 등 쟁쟁한 유럽파들을 대거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이 현재 전성기에 돌입한 선수들이다. 멤버 개개인의 기량과 위상을 놓고보면 역대 최고의 팀을 다툰다는 2002년의 히딩크호나, 2010년의 허정무호를 뛰어넘는다.

기존의 보수적이고 안정지향적이던 한국축구의 스타일을 벗어나, 점유율축구라는 새로운 색깔을 내세운 것도 주목할 만하다. 벤투호는 출범 이래 꾸준히 후방 빌드업을 통하여 경기를 지배하는 공격적인 축구를 표방했다. 4년간 일관된 색깔과 핵심선수층을 뚝심있게 유지하며 선수단이 벤투 감독의 축구를 깊이 이해하고 있다는 연속성도 강점이다.

관건은 벤투호의 점유율축구와 철저한 베스트 11 위주의 '플랜A 올인' 전략이 월드컵에서 세계적인 강팀들을 상대로도 얼마나 통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다. 이는 벤투호에 앞서 한국축구의 성공모델이었던 히딩크호나 허정무호와 비교하여 가장 노선 차이가 두드러지는 대목이다.

벤투호는 최종예선까지 전력상 한 수아래로 꼽히는 아시아팀들을 상대로는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줬지만, 지난 6월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팀과의 A매치 4연전에서 상대의 '전방압박'에 극도로 취약한 모습을 보이며 점유율축구의 파훼법만 노출하고 말았다. 최근 열린 동아시안컵에서는 비록 국내파 선수 위주로 나섰다고 하지만, 경험이 부족한 젊은 선수들 위주로 꾸려진 일본 3군급 팀에게 0-3으로 참패하는 굴욕을 당했다. 점유율 축구가 통하지 않는 상대를 만났을때 '플랜B 대안의 부재'와 '주전들이 빠졌을 때의 심각한 경기력 격차'라는 벤투호의 고질적인 한계를 극명하게 드러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현재 벤투호의 가장 큰 불안요소는 역시 수비에 있다. 손흥민을 중심으로 유럽파가 중심이 된 공격진은 강팀을 상대로도 어느 정도 경쟁력이 있지만, 수비라인에서는 김민재를 제외하고 확신을 주는 선수가 없다. 월드컵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인 김영권과 이용이 올해들어 노쇠화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주전이 유력한 김진수와 김민재는 정작 월드컵 경험은 없는 선수들이다. 그렇다고 백업에서 이들의 자리를 위협할만한 대체자로 보이지않는다. 정우영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는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의 부재도 걱정거리다.

또한 월드컵 본선은 우리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팀들과의 대진운도 중요하다. 한국이 조별리그를 통과했던 2002년과 2010년은 결과적으로는 성공했지만 사실 조편성 당시만 해도 대진운이 크게 좋았던 편은 아니다. 포르투갈, 미국, 폴란드와 한 조에 되었던 히딩크호는 톱시드를 얻는 개최국의 이점을 누리지 못했음에도, 자력으로 당당히 조 1위에 올랐다. 각기 다른 대륙팀들을 고르게 상대했던 허정무호는 아르헨티나에 크게 패했으나 그리스를 잡고 나이지리아와 비기며 조 2위로 16강에 오를수 있었다.

반면 대진운이 비교적 좋다고 평가받았던 2006년 독일(토고, 프랑스, 스위스, 1승1무1패)과 2014 브라질(러시아, 알제리, 벨기에, 1무 2패)는 오히려 조별리그 통과에 실패했다. 상대팀에 대한 맞춤형 전력분석의 실패, 잘못된 선수선발과 유연한 전술운영의 부재 등이 발목을 잡았다. 반면 2018 러시아(독일, 스웨덴, 멕시코) 등 한국축구 역사상 최악의 월드컵 대진운으로 꼽히며 실제로도 조별리그 통과에는 실패했지만, 최종전에서 디펜딩챔피언 독일을 탈락시키는 '카잔의 기적(2-0승)'을 연출하며 자존심을 세웠다.

포르투갈, 우루과이, 가나를 만나게 된 카타르월드컵은 역대 대회 중 난이도로는 '중·상' 정도에 해당한다. 객관적인 전력상 하나같이 만만치 않은 팀들임은 사실이지만, 하마터면 스페인과 독일이 있는 E조(스페인, 독일, 코스타리카)에 일본 대신 들어갈 수도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최악은 피했다.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벤투호가 최종예선 이후 팀 분위기가 정체된 느낌을 주는 데 비하여, 상대팀들은 오히려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이다. 첫 상대인 우루과이는 최전방을 책임지던 루이스 수아레스와 에딘손 카바니라는 간판 공격수들이 노쇠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남미예선 중간에 부임한 디에고 알론소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세대교체에 성공하며 오히려 전력이 더 탄탄해졌다. 특히 리버풀 소속의 공격수 다윈 누녜스를 비롯하여 페데리코 발베르데, 로드리고 벤탄쿠르 등 유럽 빅리그에서 뛰는 젊은 선수들의 활약상이 두드러진다.

아프리카의 가나는 현실적으로 이번 대회 한국의 가장 유력한 1승제물로 꼽힌다. 가나는 월드컵을 앞두고 이중국적 선수들을 계속 영입하며 전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게 변수로 꼽힌다. 키 윌리엄스, 타리크 램프티, 슈테판 암브로시우스, 칼럼 허드슨 오도이, 에디 은케티아 등이 대표적으로 모두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이다. 다만 지나친 외부 선수영입이 월드컵을 앞두고 자칫 기존 선수들과의 팀워크나 조직력에서 오히려 문제를 드러낼 가능성도 있다.

포르투갈은 37세가 된 간판 공격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소속팀에서는 이적설 등으로 갈등을 빚고 있지만, 대표팀에서는 여전히 건재하다. 베르나르도 실바, 브루노 페르난데스 등은 쟁쟁한 2선 자원들도 유럽 최고 수준이다. 포르투갈의 약점은 전통적으로 공격력에 비하면 수비가 다소 약하고, 팀 전체적으로 잘할 때와 못할 때 기복이 있는 팀이라는 것이다. 전력과 경험 면에서 모두 H조에서 가장 버거운 상대임에는 틀림없지만, 모국을 상대하게 된 '포르투갈통'인 벤투 감독의 존재는 오히려 한국에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월드컵까지 남은 기간동안 벤투호의 최우선 과제는 주전들의 부상과 슬럼프 등으로 인한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플랜B의 전술적 대안과 유연성을 얼마나 보완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벤투 감독은 9월에 열리는 두 차례의 평가전을 통해 본선에 나설 26명 엔트리의 최종 구상을 완성해야한다. 벤투호가 과연 카타르월드컵에서 히딩크호와 허정무호의 영광을 뛰어넘는 자신들만의 역사를 창조해낼 수 있을까.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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