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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치킨'이 당당해도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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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유통]'6990원' 당당치킨, 인기몰이 고물가에 가성비로 승부…'오픈런' 사태도 기존 치킨 업계 반발…선택은 소비자 몫 [비즈니스워치] 정재웅 기자 polipsycho@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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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유통]은 비즈니스워치 생활경제부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들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주간유통]을 보시면 한주간 국내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벌어진 핵심 내용들을 한눈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편집자]

'당당치킨'을 향한 두 시선

며칠 전 부서 후배가 르포 기사를 쓰겠다고 했습니다. 최근 핫한 홈플러스의 '당당치킨'을 직접 구매하러 가보겠다고 했습니다. 당당치킨을 구매하기가 무척 어렵다고 하더군요. 개인적으로 치킨을 즐겨하지 않습니다. 군대 시절 생긴 트라우마 때문입니다. 치킨에 관심이 없는 터라 당당치킨이 그렇게 핫한 것인지도 몰랐습니다. 후배가 써 온 기사를 보고서야 알았습니다. 그만큼 치킨에 문외한입니다.

그런데 이번 주 내내 당당치킨이 유통업계의 큰 이슈더군요. 일명 '반값 치킨'으로 소비자들에게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 최근 살인적인 물가 탓에 '반값'이라는 수식어만 붙어도 주목받는 것이 현실입니다. 게다가 온 국민이 사랑하는 치킨에 반값이 붙었으니 폭발적인 인기는 당연한 일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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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가 선보인 '당당 후라이드 치킨' / 사진=홈플러스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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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당당치킨을 바라보는 시선이 꼭 곱지만은 않은 듯합니다. 소비자들은 가성비가 높은 치킨을 맛볼 수 있어 반가워합니다. 반면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당당치킨을 필두로 한 대형마트의 '가성비 치킨'의 등장이 달갑지 않습니다. 소비자들이 한 마리에 2만원이 훌쩍 넘는 프랜차이즈 치킨보다 절반 이상 저렴한 대형마트 치킨에 열광하고 있어서입니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당당치킨이 '미끼 상품'이라고 지적합니다. 저렴한 가격에 치킨을 선보여 소비자들을 대형마트로 찾아오게 한 후 다른 상품 구매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는 겁니다. 여기에 최근 당당치킨 메뉴 개발을 총괄한 홈플러스 관계자가 "6990원에 판매해도 남는다"고 밝히자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점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점주들은 "말도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당당치킨'이 저렴한 이유

그렇다면 홈플러스는 당당치킨을 어떻게 6990원에 내놓을 수 있었을까요. 당당치킨은 국내산 닭을 사용합니다. 당일 조리해 당일 판매합니다. 매장 당 판매 수량도 정해져있습니다. 매장별로 당당치킨이 나오는 시간은 다릅니다. 그 시간에 맞춰 소비자들은 줄을 섭니다.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에 치킨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일부러 홈플러스를 찾는 겁니다.

홈플러스가 6990원에 치킨을 선보일 수 있는 것은 대형마트가 가진 구매력 덕분입니다. 대형마트는 물건을 대량으로 구매합니다. 가격을 낮출 수 있습니다. 전략에 따라 '박리다매'가 가능한 구조입니다. 반면 프랜차이즈 치킨의 경우 프랜차이즈 본사로부터 닭과 양념, 기름, 박스, 치킨무 등을 구매해야 합니다. 여기에 배달 수수료까지 붙습니다. 그러다 보니 당당치킨의 가격이 훨씬 저렴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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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치킨은 매일 각 매장에서 판매하는 수량도 한정돼있습니다. '저렇게 인기가 많은데 왜 더 튀겨서 판매하지 않지?'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홈플러스에 물었습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각 매장 델리 코너에서 직접 튀겨야 하는데 설비가 넉넉하지 않다"면서 "델리코너에서 튀겨야 하는 것이 당당치킨뿐만 아니라 다른 품목도 많아서 부득이하게 많은 수량을 내놓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당당치킨 열풍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당당치킨을 판매하기 시작한 지난 6월 30일부터 지난 10일까지 총 32만마리 이상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1분에 5마리씩 판매된 셈입니다. 홈플러스는 당당치킨의 인기를 이어가기 위해 말복인 오는 15일에는 당당치킨 후라이드 1마리를 전점(밀양·영도점 제외)에서 5000마리 한정, 5990원에 판매키로 했습니다.

소상공인과 대결 구도?

사실 홈플러스 입장에서는 당당치킨의 선풍적인 인기가 마냥 달갑지만은 않습니다. 오히려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습니다. 일각에서 당당치킨의 인기를 두고 '대기업의 소상공인 죽이기'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서 입니다. 실제로 10여 년 전 롯데마트는 '통큰 치킨'을 선보였다가 골목 상권 침해 논란에 결국 판매를 접기도 했습니다. 홈플러스 입장에서는 그때와 같은 일이 반복될까 무척 조심스러워하는 눈치입니다.

또 홈플러스가 매장별로 당당치킨의 판매수량을 매일 30~50마리로 한정한 것도 프랜차이즈 치킨 업체 점주들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최근 대형마트 업체들의 숙원인 '대형마트 의무 휴업 폐지'가 논의되고 있습니다. 홈플러스 입장에서는 당당치킨의 인기가 빌미가 돼 자칫 대형마트와 소상공인 간의 대립 구도로 전선이 형성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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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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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홈플러스뿐만 아니라 다른 대형마트들도 잇따라 가성비 치킨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마트는 지난달부터 '5분치킨'을 9980원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롯데마트도 한마리 반 분량 '한통 치킨'을 지난 11일부터 일주일간 반값인 8800원에 판매키로 했습니다. 당당치킨이 던진 가성비 치킨이 대형마트 업계의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는 모습입니다. 기존 프랜차이즈 치킨 업계에게는 부담입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일각에서 당당치킨의 인기를 대형마트와 소상공인 간의 대결구도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어 무척 우려스럽다"며 "당당치킨과 프랜차이즈 치킨은 주요 타깃 고객층이 다르다. 당당치킨은 직접 매장을 방문해 대기시간을 감수하고라도 물건을 구매하겠다는 소비자들을 겨냥했다. 반면 프랜차이즈 치킨은 편하게 집에서 배달해서 드시겠다는 수요를 겨냥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선택은 소비자들의 몫

당당치킨이 미끼상품이라는 점은 대형마트 업계에서도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대형마트는 기본적으로 소비자들이 매장을 찾아야 매출이 발생하는 곳입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많은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대형마트들은 소비자들의 매장 방문이 절실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당당치킨은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제품을 활용해 매장으로 유인하는 미끼상품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셈입니다.

당당치킨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무척 긍정적입니다. 당당치킨이 미끼상품인 것을 소비자들도 잘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당치킨에 열광하는 것은 2만원이 넘는 치킨과 거의 비슷한 품질의 치킨을 발품을 좀 팔면 3분의 1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서입니다. 고물가 시대에 소비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성비입니다. 지갑 열기가 무서운 요즘 당당치킨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일만한 충분한 요소를 갖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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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당당치킨'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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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치킨 업체 점주들에게 타격을 준다는 주장도 새겨들어야 할 부분입니다. 소상공인들의 생계가 타격을 입는다면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도 악재입니다. 다만 시선을 달리할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대형마트가 가성비 치킨을 내놓는 것이 무조건 소상공인 죽이기라고 보는 것은 편협한 시각입니다. 강력한 대항마가 등장했다고 무조건 비판부터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치킨 가격 인상 때마다 '프랜차이즈 본사 이익'이 이슈가 됩니다. 본사가 이익을 많이 취하면서 그 부담을 점주와 소비자들에게 전가한다는 주장입니다. 이는 프랜차이즈 치킨업계가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결국 무엇을 선택하느냐는 소비자들의 몫입니다. 소비자들의 마음을 어떻게 열지는 대형마트와 프랜차이즈 모두의 숙제입니다. 그런 면에서 당당치킨은 당당합니다.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논란의 중심에 선 당당치킨이 당당해도 되는 유일하고 강력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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