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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 없애는 게 수해방지 대책?…미 뉴욕주는 ‘정반대 정책’ 편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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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2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일대 반지하 창문 앞에 폭우로 침수된 물품들이 널브러져 있다. 2022.8.12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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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임영섭|재단법인 피플 미래일터연구원장


지난 8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셋방에서 폭우로 일가족 3명이 참변을 당했다. 사연을 들어보니 참으로 안타까웠다. 그로부터 이틀 뒤 서울시가 ‘반지하 없앤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내용을 뜯어보니 참으로 아쉬운 대책이다.

우선 반지하 셋방에서 살아내야만 하는 사람들에 대한 거주문제 해결을 너무 가볍게 보고 있다. 서울시 발표에 의하더라도 현재 서울 가구 수 5%에 해당하는 20만가구가 반지하에 살고 있다. 다른 거처를 구할 형편이 안되는 사람들인데 반지하를 없애면 어디로 가야 할까.

지원책은 주로 건물주에게로 향하고 있다. “이미 허가받은 지하 ·반지하 주택을 10~20년 유예기간을 두고 순차적으로 없애는 ‘반지하 주택 일몰제’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거주 중인 세입자가 나간 뒤에는 더는 주거용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해 비주거용으로 용도 전환을 유도한다.” 반지하 주택을 없애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지원이 절실한 세입자에게는 살 곳이 줄어드는 촉진제일 뿐이다.

이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바로 다음 날 공공임대주택 입주지원 또는 주거바우처 제공 등을 ‘검토 ’하겠다고 발표했다 . 이에 소요되는 비용을 계산이나 해봤는지 모르겠다 . 한가구에 월 50만원씩 잡으면 매년 1조 2000억원이 필요하다 . 그 많은 공공임대주택을 짓는 것도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

침수피해는 반지하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 지하상가에도 사람이 있고 지대가 낮은 지역에서는 지상층이라도 물에 잠긴다. 침수우려가 있는 곳에 사람이 거주하거나 활동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근본적인 수방대책이 될 수 없다.

안전관리는 본연의 행위를 유지하는 상태에서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반지하에 사람이 산다는 전제 아래 폭우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물길을 돌릴 수 있는 방법 , 물이 들어오면 배수할 수 있는 방법 등을 찾고 비상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해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는 비상대응책 마련을 고민해야 한다. 교통사고 대책은 자동차가 운행하는 과정에서 사고를 막을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지 자동차를 이용할 수 없게 하는 게 안전대책일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서울시는 또 반지하의 주거목적 용도는 전면 불허하도록 정부와 협의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현재도 ‘상습적으로 침수되거나 침수가 우려되는 지역에 건축하려는 건축물에 대하여 지하층 등 일부 공간을 주거용으로 사용하거나 거실을 설치하는 것이 부적합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을 수 있도록 건축법에 규정돼 있다. 이처럼 부적합하다고 판단하면 허가하지 않을 수 있는 사항을 법으로 전면 금지해달라는 것은 반지하 퇴출에 대한 자신감 없음을 스스로 내비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있다.

미국 뉴욕주는 같은 사안을 두고 정반대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9월 허리케인 아이다가 몰고 온 폭우로 13명이 사망했는데 그중 11명이 반지하 거주자였다. 뉴욕주는 원칙적으로 반지하 주택을 금지하고 있는데, 침수사고가 나자 안전대책으로 이의 합법화를 추진했다. 합법화 법안 (회기만료로 폐기)을 발의한 카바노프 뉴욕주 상원의원은 “반지하 주택이 뉴욕시 주택시장의 일부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더 안전한 주거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불법 거주자들을 강제 퇴거시킬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이들이 거주하는 상태에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을 택한 것이다.

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서 시급한 사안이 있고 시간을 두고서 철저히 해야 하는 사안이 있다. 사고가 재발할 급박한 위험이 있으면 하던 일도 멈추게 해야 한다. 그러나 100년만의 폭우 대책은 철저히 해야 한다. 어쩔 수 없어 반지하에 사는 사람을 위한 괜찮은 거처를 하루아침에 만들 수는 없다. 천문학적인 재원 조달방법도 철저하게 검토해야 한다.

서울시는 근본적인 대책이라 했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방향을 미리 정하는 것이 아니라 면밀히 살펴서 대책을 정해나가는 것이다. ‘반지하를 없앤다’고 발표할 일이 아니라 ‘이번 사고의 원인을 철저하게 찾아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해야 한다 . 반지하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해 나가는 것은 당연하고, 사고를 대책 마련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 그러나 이틀 만에 쫓기듯이 내놓는 대책은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이주대책과 재원 마련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공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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