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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단독] 고용부 1.6% vs 산업부 5.6%...부처별 제각각 반도체인력 수요, 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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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12만7,434명에 맞춘 반도체 인재 양성
근거는 협회 자료인데, 수요 검증 절차 없어
인력 양성 포함된 기대 매출로 '도돌이표' 수요 산정
한국일보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자진 사퇴 전인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당·정 정책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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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산업 인력 수요 예측이 부처별로 3.5배나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19일 발표된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방안'에는 상대적으로 인력 수요가 많은 자료가 채택됐다. 이를 기반으로 정책을 설계할 경우 기업에는 득이 되지만 학생들은 인력 과잉공급에 따른 피해를 떠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교육계와 정의당 이은주 의원실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10년간 반도체 제조업 인력수요를 2만6,000명, 연평균 증가율은 1.6%로 전망한 '2020~2030 중장기 인력수급전망'을 지난 2월 발표했다. 고용부는 2007년부터 격년 단위로 인력수급전망을 조사하고 있는데, 이번이 7차 전망이다.

하지만 불과 5개월 뒤 정부가 발표한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방안에서 2021~2031년까지의 10년간 인력 수요는 12만7,434명, 연평균 증가율은 5.6%로 껑충 뛰었다. 여기에는 반도체 제조업 외에도 반도체 제조용 기계를 만드는 '반도체 기반 산업' 인력 3만751명도 포함됐다. 이를 제외하더라도 2만6,000명에서 9만6,683명으로 7만 명 이상이 갑자기 증가한 것이다. 불어난 인력 수요는 산업통상자원부가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서 받았다. 즉 업계와 정부가 바라보는 인력에 차이가 크다는 얘기다.

이 같은 차이가 발생한 이유에 대해 교육부는 "매출액 증가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정부는 K반도체 전략을 발표하면서 2030년 생산액이 320조 원으로 2019년(149조 원) 대비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교육부는 정책의 기대효과가 실현된다는 전제하에 매출액 증가분을 감안해 인력 수요를 산출한 것이다.

하지만 K반도체 전략에는 이미 인력 3만6,000명 양성이 포함돼 있다. 3만6,000명을 늘리면 매출액이 2배 이상 증가한다는 논리인데, 교육부는 이를 재차 반영해 인력수요를 12만7,000여 명까지 늘린 셈이다.

정의당 정책위원회 관계자는 "정부가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중장기 전망과 반도체산업협회가 정책 마련을 위해 급하게 산출한 전망치 중 어떤 수치가 보다 타당한지 규명할 필요가 있다"며 "인력 양성을 전제로 한 매출액 증가를 근거 삼아 '도돌이표' 같은 인력 수요를 산출하는 방식이 적절한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교육계는 정부가 성과 위주의 숫자 늘리기에만 집착해 과잉공급이 발생하면 정책을 믿고 반도체 관련 학과에 진학한 학생들은 취업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인력 수요를 가져다 정책을 만들면 기업들이야 풍족한 노동력을 저렴하게 공급받을 수 있겠지만, 정작 교육부가 최우선으로 여겨야 할 학생들의 미래는 불투명해진다"며 "정부는 산업계, 대학 등과 긴밀히 소통해 미래 불확실성에 유연하게 대응한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인력 과잉공급에 제대로 대처할 방법이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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