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탕웨이 남편이 찬 ‘롤렉스’, 박해일이 마시는 ‘카발란’… “우리가 그렇게 궁금합니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무튼, 주말]

박찬욱 영화 ‘헤어질 결심’

극중 소품들이 저격한 취향

박찬욱의 칸 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헤어질 결심’이 대본집까지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호평을 받는 가운데, 시계·술·오디오·초밥 등 영화에 등장하는 소품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패션 칼럼니스트 이헌씨는 “’미장센(화면 속 세트나 소품 등 시각적 요소의 배열·영상미)의 대가(大家)’라 불리는 박 감독의 영화답게, 관객들 입장에선 각자 관심 있는 분야마다 볼거리가 쏠쏠한 영화”라고 했다.

조선일보

영화 ‘헤어질 결심’에 등장한 소품들. 1)롤렉스 데이-데이트. 송서래(탕웨이)의 남편 기도수는 이 시계를 차고 암벽 등반을 한다. 2)대만 위스키 ‘카발란’. 3)오디오 애호가인 기도수가 사용하는 파워앰프 ‘웨스턴 일렉트릭’./CJ EN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가장 화제가 된 건 시계, 그중에서도 고급 시계의 대명사 롤렉스다. 깨진 롤렉스가 화면을 가득 채우며 여러 번 등장한다. 한 네티즌은 페이스북에 “‘성공한 자의 상징’ 롤렉스 중에서도 리테일(소매)가 5000만원 선의 데이-데이트 시리즈”라며 “(기도수의) 자신에게 아끼지 않는 소유욕의 상징으로 표현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데이-데이트는 시계판에 요일(데이)과 날짜(데이트)가 표시되는 롤렉스 최상위 라인. 송서래(탕웨이 분)의 첫 남편 기도수는 이 시계를 차고 암벽 등반을 한다. 카카오 블로그 ‘브런치’ 작가 ‘ToyB’는 “옷깃만 스쳐도 기스(흠)가 나는 시계를 차고 암벽 등반을 한다고? 납득하기 힘든 설정”이라고 썼다. 데이-데이트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소재인 스테인리스는 없고, 금이나 플래티넘(백금)으로만 제작한다. 영화 속 롤렉스 데이-데이트는 플래티넘으로 보인다고 네티즌들은 추측하고 있다.

송서래의 두 번째 남편 임호신도 롤렉스 데이-데이트를 착용한다. 박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기도수의 시계를 물려받은 것”이라며 “서래도 웃기는 사람이지. 전 남편의 시계를 깨진 유리만 갈아서 선물했다”고 했다.

영화 속 또 다른 명품 시계는 오메가다. 임호신의 피살 현장을 살피던 형사 장해준(박해일)이 그동안 착용해온 스마트워치 대신 찬 시계가 오메가 드빌 프레스티지로, 소매가는 400만원 선이다. 한 네티즌은 “오메가 중에서 우아하고 클래식한, ‘품위’ 있는 모델이라 착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시계 다음으로 관심 모은 건 술이다. 기도수의 아파트 LP장엔 대만산 고급 위스키 ‘카발란(Kavalan)’이 놓였다. 장해준이 부서 회식 때 마시는 술이기도 하다. 영화에 나온 카발란은 위스키 원액을 셰리주(酒) 캐스크(오크통)에 담아 숙성한 뒤 물 타지 않고 그대로 병입한 ‘솔리스트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이다.

‘대한민국 1호 위스키 마스터블렌더’인 이종기 오미나라 대표는 “대만 진처(金車)그룹 창업주 리톈차이 회장은 대단한 위스키 애호가로, 아열대인 대만은 위스키 생산이 힘들다는 전문가 의견에도 불구하고 수년 간 실패 끝에 2005년 위스키 생산에 성공했다”며 “대만의 더운 기후가 오히려 숙성을 가속화함으로써 더 높은 품질의 위스키를 만들 수 있게 했다”고 했다. 국제대회에서 금상을 200번 이상 수상했고, 대만뿐 아니라 미국·유럽·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인기다.

송서래가 부산 아파트에서, 그리고 해변 모래 구덩이에 들어 앉아 마시는 술은 중국 고량주 ‘이과두주(二鍋頭酒)’다. 증류할 때 솥을 3개 사용하는데, 불순물이 섞여 있는 첫 번째와 세 번째 솥에 담긴 술은 쓰지 않고 두 번째 솥에 걸러진 것만 쓴다고 붙여진 이름. 특유의 배 향이 매혹적이다. 장해준과 아내 안정안이 매운탕에 곁들여 마시는 술은 5만원대 국산 고급 청주 ‘경주법주 초특선’이다.

기도수는 하이파이(고급) 오디오 애호가이자 클래식 음악 마니아. 그가 사용하는 파워앰프는 ‘웨스턴 일렉트릭 91B’. 네이버 블로거인 하비스트는 “오리지널은 1억원이 넘는 고가이나, 영화에서는 KTS의 복각 앰프가 나온 것 같다”고 썼다. 그가 LP를 트는 턴테이블은 ‘토렌스 TD 124′로 추정된다. 하비스트는 “1950년대 후반 나온 베스트셀러”라며 “디자인이 예쁘고 구동 메커니즘이 독특(복잡)해서 인기가 좋은 편”이라고 했다.

기도수는 암벽 등반을 하면서 말러 교향곡을 듣는다. “말러 5번을 들으면서 출발하면, 4악장 끝날 때쯤 (정상에) 도착합니다. 정상에 앉아 5악장까지 듣고 하산하면 완벽하죠.” 말러 교향곡 5번 4악장 아다지에토는 영화 전체 톤을 잡는 데 중요하게 사용된다. 루치오 비스콘티 감독의 고전 ‘베니스에서의 죽음’(1971년)에서도 사용됐다. 말러 음악 마니아를 일컫는 ‘말러리안’으로 유명한 박찬욱 감독은 “흉내 내는 느낌을 받는 게 싫어서 오랜 시간 대체할 만한 음악을 찾았지만, 대안을 찾지 못했다”고 했다.

경찰서 취조실에서 송서래와 장해준이 먹는 초밥은 서울 여의도 ‘시마스시’ 것으로 한때 알려졌다. 도시락 겉면에 ‘SHIMA(시마)’라고 인쇄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 밝은 관람객들이 엔딩 크레디트에서 부산 해운대 초밥집 ‘스시난’을 찾아냈다. 각본을 공동 집필한 정서경 작가는 “(영화 속 초밥은) 4만5000원짜리”라고 했다. 실제 스시난 ‘모둠 초밥’은 4만원이다.

패션에 관심 있는 이들은 장해준의 양복이 관람 포인트였다. 장해준은 “(재킷 주머니가) 12개. 바지에 6개. 단골집에서 맞춰 입어요. 옛날에 사건 해결해 드린 적 있어서 싸게 해줘요”라고 말한다. 패션 칼럼니스트 이헌씨는 “장해일의 옷차림은 고전적 배색인 ‘아주로(azzuro) & 마로네(marrone)’의 완벽한 사례”라고 했다.

“‘파란색 & 갈색’이란 이탈리아어로, 갈색 양복에 푸른 계통의 셔츠나 타이를 받쳐 입는 식이죠. 게다가 물건에 꼭 맞는 주머니까지 주문해 단 맞춤이라니! 송서래가 말하듯 ‘현대인치곤 품위 있는 남자’로 보이게 하죠. 잠복을 밥 먹듯 하면서 불편할 수 있는 맞춤 양복을 입는 게 오히려 몰입을 방해한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었습니다.” 장해일이 양복에 구두 대신 신는 검정 운동화는 프랑스 프리미엄 스포츠 브랜드 ‘호카오네오네’ 제품이다.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