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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잔으로 시작된 내 인생의 기적[2030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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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골목카페는 다양한 청년들이 모이고 함께하는 사랑방 역할을 담당했다. ⓒ추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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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청년센터에서 청년들에게 한 달에 두어 번 창업상담멘토 역할을 해온 지 어느덧 3년이 넘었다. 필자가 만난 창업준비를 하는 다수의 청년들은 원하는 일을 하고 싶어서 창업을 한다는 대답이 절대 다수였고 또 그만큼이나 많은 수의 청년들이 자신의 평생직업으로 삼을 수 있어서라고 답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창업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라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필자 또한 그렇게 커피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대구의 조용한 대학가 인근 골목가에 2013년 9월 카페를 창업했다.

커피 한잔 할래요? 내 인생의 기적 같은 다수의 일들은 이 한마디로 시작됐다. 수영장에서 만난 한 여성과 가정을 이루고 두 아이를 낳아 함께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모습도 그 시작에는 한 잔의 커피 그리고 대화가 있었다.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으면서 창업 현장에서 함께 고군분투하는 창업 팀원들도 차를 마시고 대화를 하고 추억을 공유하며 만났다. 체질상의 이유로 술을 마시지 못하는 나에게 커피는 사람을 만나고 소통하는 소중한 수단이자 도구이다. 어쩌면 그런 내가 청년기 전반기를 보낸 나이 서른 즈음에 카페를 창업하게 된 것은 운명일지도 모른다.

나와 아내가 함께 창업한 카페는 30평대의 조그마한 사랑방 느낌의 골목 카페였다. 조그마한 카페 구석구석을 아기자기한 가구와 집기로 채우고 설렘 반 기대 반으로 카페를 오픈했다. 골목가에 자그마한 카페를 여는 것이었지만 당시 우리 부부는 세상에서 가장 큰 카페를 차린 것 같은 원대한 마음으로 들떠 있었다. 처음 카페를 오픈하고 여러 사람들이 찾아와 격려해 주었다. 모든 것이 밝고 맑은 시간이었다.

낭만 뒤에는 그늘과 그림자도 있었다. 아침 11시부터 밤 9시까지 불을 밝힌다는 것의 의미와 계산대 뒤에 서서 언제 들어올지 모를 손님들을 맞이한다는 것이 얼마큼 신체적으로 심리적으로 고된 일인지 시작 전에는 알지 못했다. 오픈을 하고 몇 달이 지나고 붐볐던 가게는 어느덧 조용해졌고 찾아오는 손님의 발길도 끊어졌다.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이 되면 숫자를 보기가 두려웠다. 나와 아내가 번갈아 가며 지킨 가게가 우리에게 최저시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익을 주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지는 그로부터 그리 먼 시간이 흐르지 않은 후였다. 하지만 더운 날씨 땀을 흘려 가며, 비 오는 날엔 비에 옷이 다 젖어 가며, 눈 오는 날엔 눈길을 조심조심 걸어 골목가로 오시는 고객들에게 느낀 고마움이 내겐 지속할 수 있는 힘이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 카페는 여러 우여곡절 끝에 8년을 버텼고 중간에는 번화한 상가 지역에 2호점을 낼 정도로 여러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새로운 손님이 들어오는 것도 반가웠지만 한 번, 두 번, 세 번을 넘어 스탬프 카드를 가득 채워주시는 고객들의 마음에 감동했다. 시작할 땐 용기가 필요했지만 힘든 시간을 버티며 지속할 땐 감동이 필요했다.

청년기의 많은 부분을 카페를 경영하며 보내었던 시간은 나에게 잊지 못할 추억과 성장의 기회를 주는 시간이었다. 비록 끝이 원대한 성공이 아닐지라도 적어도 좋아하는 일을 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성장할 수 있기에 필자는 오늘도 청년들에게 일상에 감동을 더하는 창업을 해 보자고 권한다.
한국일보

추현호 (주)콰타드림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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