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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바보 같은 짓이었다"…'中 회사로 스카우트' 대만반도체 거물의 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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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이 "SMIC로 간 선택은 일생의 실수"

TSMC→SMIC→HSMC→SMIC 이후 '개인 사유'로 퇴사

아시아경제

대만 TSMC 출신인 반도체 업계 거물 장상이가 "중국으로 간 건 일생의 최대의 실수"라고 말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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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화영 인턴기자]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의 기술 개발 총책임자 출신으로 중국에 스카우트됐던 반도체 업계 거물 장상이(76)가 자신의 선택을 '일생의 실수'라며 후회했다.

12일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장상이는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컴퓨터역사박물관(CHM)과 역사 구술을 위한 면담에서 TSMC를 떠나 중국 반도체 굴기의 핵심 회사인 SMIC(中芯國際·중신궈지)에 몸담았던 자신의 선택을 '일생의 실수'라고 말했다.

대만이 주도하고 있는 세계 파운드리 업계의 거물 중 한 명이었던 장상이는 "사람은 살면서 때로 바보 같은 짓을 저지르곤 한다"며 "SMIC에 합류한 것은 바보 같은 일 중의 하나였다"고 말했다.

대만 출신인 장상이는 미국 프린스턴대와 스탠퍼드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1997년 TSMC에 들어가 첨단 반도체 개발 업무 총책임자 자리까지 올랐다가 2013년 퇴직했다. 퇴직 후 그는 중국으로 건너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적극적으로 도왔다.

지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SMIC에서 독립이사를 맡았고 2019년 투자 계획이 20조 원에 달했던 중국의 신생 파운드리사인 우한훙신반도체제조(HSMC)의 최고경영자(CEO)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사기 논란 속에서 HSMC가 좌초하자 장상이는 2020년 말 이 회사를 그만두고 SMIC 부회장으로 재입사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화웨이와 더불어 미국의 핵심 표적이 돼 다층적 제재를 받아 어려움에 빠진 SMIC가 장상이 영입을 통해 첨단 미세 공정의 돌파구를 마련하려 한다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장상이가 핵심 경영진으로 합류하자 2017년부터 SMIC를 이끌던 같은 TSMC 출신 량멍쑹 CEO가 이에 반발해 사직 의사를 밝히는 등 SMIC의 최고 경영진 간 내부 갈등이 일었다. 결국 사내 권력 다툼에 휘말린 장상이는 '개인 사유'를 이유로 작년 11월 SMIC를 그만뒀다. 부회장으로 입사한 지 1년이 채 안 된 기간이었다.

장상이는 이번 구술 면담에서 자신이 지금 미국 국적을 갖고 있다는 점 때문에 SMIC에서 신뢰를 얻을 수 없는 분위기였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기술적 측면에서는 미국의 제재로 SMIC가 선진 공정 장비를 구할 수 없어 7nm 공정 제품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업계에서는 SMIC가 미국의 제재 속에서도 이미 7nm 제품 양산에 성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장상이의 퇴직 시점이 작년 11월이고 이번 구술 면담은 지난 3월 이뤄졌다는 점에서 그의 평가가 현시점에서 SMIC의 최첨단 공정 운영 능력을 온전히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화영 인턴기자 ud366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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