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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韓 전자전 7대 강국에 등극···‘전자방패’ 국산화 이룬 ADD와 LIG넥스원의 집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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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권의 군사이야기]

국군, 70년대 北 미사일에 노출됐지만

美전자전장비 못 구해 韓 국산화 개시

40년만에 눈부신 기술적 발전 이뤄

세계 7~8위권 전자전 기술 수준 확보

육해공군 넘어 우주영역 작전도 겨냥

자주국방 이어 해외수출로 전성기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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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까지 우리 해·공군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었다. 소련이 1960년 및 1970년대부터 북한에 다양한 미사일들을 북한에 대거 제공했기 때문이다. 우리 군은 북한의 미사일, 레이더를 재밍해 회피할 수 있는 전자전장비를 미국으로부터 구입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40여년이 지난 현재 상황은 완전히 역전됐다. 대한민국은 전자전 기술 분야에서 자립해 세계 7~8위권의 강국으로 도약했다. 우리 군이 바다와 공중에 나서면 북측은 제해·제공권을 완전히 내어주어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 측 주요 전투기, 전투함들이 강력한 전자전 장비들을 갖추고 유사시 북한의 미사일, 레이더들을 교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주요 전자전장비들은 국방과학연구소(ADD)의 주관 하에 해당 분야에서 40여년의 관록을 자랑하는 전자전체계 명가인 LIG넥스원 등이 호흡을 맞춰 개발했다.

특히 지난 7월 19일 첫 시험비행에 성공한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는 대한민국 전자전장비의 대도약을 예고했다. 해당 전투기에는 ADD의 기술로 LIG넥스원이 개발한 첨단 전자전 장비가 탑재돼 있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로 각종 전자전장비들을 하나로 합쳐 전투기 내부에 장착하는 ‘통합전자전체계(EW Suite)’다.

이번 군사이야기는 하늘과 바다, 육지에서 적의 위협으로부터 우리 국민과 군을 지키는 ‘전자 방패’인 국산 전자전장비들의 개발사를 되짚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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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전 장비가 뭐길래

전자전을 쉽게 풀이하자면 전자파 등을 쏘아 적을 교란시키고, 아군을 보호하는 활동이다. 적의 레이더, 통신기기, 무기 탑재 센서 등과 같은 각종 전자장비·무기의 정상적인 작동을 교란하거나 마비·파괴하는 공격적 개념(전자공격·EA)과 아군의 전자무기·장비를 적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는 방어적 개념(전자보호·EP)을 포괄한다.

전자공격 및 보호활동이 가능하도록 돕는 ‘전자적 지원(ES)’ 활동도 전자전 활동의 일환으로 정의된다. ES란 쉽게 말하자면 감청 및 전자파 수집 등의 활동 등을 뜻한다. 즉, 평시 및 전시에 적의 전자파를 비롯한 전자기 신호를 수집해 내용을 분석한 뒤 적인지 아군인지, 혹은 어떤 종류의 무기·장비인지 알아볼 수 있도록 식별하고 위치를 파악해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일련의 작업이다. 전자전 장비란 이들 3가지 군사 활동인 전자공격, 전자보호, 전자지원 기능을 하는 기기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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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 난관으로 인해 전자전장비 국산화 및 자주적 운용능력을 갖춘 나라는 서방권에서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스라엘, 일본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들 국가는 최고 핵심 우방에게조차도 해당 기술 및 데이터, 운용 노하우의 공유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 왔다. 따라서 해당 분야의 후발주자인 대한민국이 이 같은 난관을 극복하고 육·해·공군에서 전자전장비의 국산화와 자주적 운용능력을 갖췄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평가다.

여기에는 개발실패 및 예산부담 등의 리스크를 감내하고 보수·진보정권을 넘어 초지일관 국산화를 추진한 우리 정부의 결단이 뒷받침됐다. 또한 이를 실현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ADD, 수익성 저하를 감내하면서까지 연구개발에 뛰어든 LIG넥스원 등 방산업계의 노력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전자전 기술 분야 7대 강국 반열에 오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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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탄생한 ‘K-전자방패’···2세대 넘어 3세대로 진화

우리 해군은 1970년대부터 서해 등에서 북한의 대함미사일 위협이 가중되자 적의 미사일을 교란시킬 장비를 요구하게 됐다. 이를 계기로 전자전 장비 국산화가 첫 발을 내딛게 됐다. 1970년대 개발을 개시해 1980년대 완성된 함정용 재밍장비 ‘ULQ-11/12K’다. 당시 전자전 기술에 대한 원천 노하우가 없던 우리 당국은 외산 장비를 기반으로 한국에 맞게 개량개발하기로 한다. ADD가 사업을 주관했고, 금성정밀공업(현재의 LIG넥스원)이 제품 완성을 맡았다. 이를 통해 탄생한 제품이 ‘ULQ-11/12K’였다. 당시 주요 초계함 및 호위함 등에 장착돼 적의 대함 미사일에 무방비였던 우리 해군의 보호막 역할을 했다.

다만 ULQ-11/12K’는 외산 장비를 기반으로 개량 개발한 탓에 우리의 작전환경에 완전히 부합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해군은 이후에 확보한 국내 최초의 구축함인 광개토대왕함에 ULQ-11/12K가 아닌 수입 전자전장비를 달기로 결정했다. 해당 외산 장비명은 'APECS-II'였다. 그러나 이후에 문제가 생겼다. 해외의 'APECS-II'제조사가 경영상 문제를 겪게 된 것이다. 우리 해군으로선 고장이 나도 수리조차 받기 어렵게 됐다.

APECS-II를 운용하면서 골머리를 앓은 해군은 다시 국내 개발을 요청한다. 그 덕분에 전자전 분야에서 기념적인 사업이 1980년대 후반 시작된다. 최초로 외산 제품 개량이 아닌 순수 국산기술로 전자 장비를 개발하게 된 것이다. 해당 장비는 2000년 개발 완료된 ‘SLQ-200’이다. 별칭으로 소나타(SONATA)라고도 불린다. 개발사업은 ADD가 주관했고, LIG넥스원(당시 사명은 금성정밀)이 시제품 제작에 성공한 뒤 양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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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타는 해상에서 공격해오는 적의 미사일이나 레이다의 전파를 탐지하고 신호 특성 및 위협도를 분석하는 정보탐지 기능(ESM)을 갖췄다. 또한 아군 함정을 향해 원거리에서 여러 방향으로 공격해오는 미사일에 대해 고출력 방해전파를 쏘아 아군 함정을 맞추지 못하도록 재밍하는 전자공격 기능(ECM)을 겸비했다.

ADD와 LIG넥스원은 소나타에 당시로선 세계 최초 및 최신 수준의 기술을 응축시켰다. 우선 세계 최초로 ‘자체동조형 방향탐지 기술’을 개발해 적용했다. 그 덕분에 적의 미사일이 날아오는 방향을 빠르게 탐지할 수 있게 됐다.

소나타의 시제품의 시험평가 당시 참관했던 관계자들은 뛰어난 성능에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특히 2000년 7~11월 우리 해군의 구축함인 ‘강원함’ 등에 소나타를 장착해 정박시험 및 해상시험을 실시한 결과 강원함을 쫓던 여러 대의 레이더들을 재밍 공격으로 무력화시키는 성능이 확인됐다.

함정용 전자전장비는 이제 다시 한 번 대도약의 기회를 잡았다. 지난 5월 30일 우리 정부의 방위사업추진위원회가 ‘함정용전자전장비-Ⅱ’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2022년부터 2036년까지 총사업비 7200여억원이 투입되는 프로젝트다. 기존의 소나타를 대체할 신형 장비를 개발하려는 차원이다. 이로써 우리 해군의 해상 전자방패는 1세대인 ULQ-11/12K, 2세대인 소나타에 이어 3세대로 진화하게 될 예정이다. ADD는 3세대 장비를 개발하기 위한 핵심기술들을 10년이 넘게 착실히 준비해 왔으며 이 기술들을 바탕으로 세계적 수준의 함정용 전자전장비가 탄생하도록 초석을 놓아 주었다.

앞서 ULQ-11/12K와 소나타를 제작했던 LIG넥스원이 ADD 주관의 핵심기술과제를 수행한 기술을 기반으로 함정용전자전장비-Ⅱ 사업에도 도전장을 내밀 예정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함정용전자전장비-Ⅱ에는 단순히 기존 소나타를 개량하려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최신의 기종을 창조하겠다는 각오로 도전할 것"이라며 “인공지능(AI)을 비롯한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용하고, 기존보다 넓은 광대역의 전자기파 주파수대역으로 다변화할 수 있도록 기획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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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이 아군을 지키는 ‘하늘의 수호신’ 우리 손으로 만들다

국산 전자전장비의 시초는 바다에서 시작했지만 그 최신기술은 창공에서 만개했다. 전투기를 비롯한 항공기용 전자전장비의 국산화가 지난 40여년간 급속히 진행됐다. 그 단초가 된 제품은 ‘ALQ-88K’였다.

대한민국 공군은 베트남전 참전 후 미국이 최상위급 동맹국에만 제공했던 하이급 전투기 F-4팬텀을 공급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은 해당 전투기에 장착할 전자전장비만은 최상급 기밀기술이라는 이유로 직접 판매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우리 군과 ADD는 국내에서 항공기용 전자전 장비를 직접 만들기로 결단을 내린다. ADD가 사업을 주관했다. 시제품 제작은 LIG넥스원의 전신인 금성정밀이 맡았다. ADD와 금성정밀은 약 7년에 걸친 각고의 노력 끝에 1990년대초에 완성품을 내놓았다. 나이키, 호크 미사일을 대상으로 재밍 및 회피성능을 시험한 평가결과도 대성공이었다.

ALQ-88K사업을 추진하면서 당시 ADD와 금성정밀은 핵심 부품 등 하드웨어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SW)까지도 국산화하는데 성공했다. 그 덕분에 한층 성능이 향상된 ‘ALQ-88AK’를 후속으로 개발해 우리 공군의 F-16전투기 등에 탑재할 수 있었다.

비행시험인증은 1991년 7월 대구기지에서 공군 제 11전투비행단이 진행했다. F-4팬텀 및 F-16전투기 등에 장착해 총 32회나 시험을 실시했다. 당시 시험은 시험전투기 1대가 동시에 무려 8대의 미사일과 교전하는 다중위협시험 방식이었다. 무려 1대 8의 대결에서 시험용 비행기는 무사히 적의 미사일을 회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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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D와 LIG넥스원(당시 사명 LG이노텍)은 2000년대에 들어 신형 항공기용 전자전장비 개발에 나선다. 개발 당시 프로젝트명은 ‘ALQ-X’였고, 개발완료 후 완성품 명칭은 ‘ALQ-200’으로 명명됐다. ALQ-200은 우리 공군의 KF-16전투기와 RF-4C 항공기에 탑재됐다. 이를 통해 적 위협레이더 및 미사일을 재밍하여 적의 공격을 회피하는 능력을 입증했다.

ALQ-200의 개발을 대한민국은 핵심 원천기술인 ‘RF재머’의 개발노하우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때 RF재머 기술을 확보했기 오늘날 최초의 국산 초음속전투기 KF-21 보라매를 완성하는데 난관을 극복할 수 있었다.

ADD와 LIG넥스원은 2016년부터 KF-21에 들어갈 통합전자전장비(EW SUITE)의 개발에 본격 착수해 시제품을 완성했다. 현재는 시험평가를 진행 중이다. EW SUITE가 기존에 국산화된 ‘ALQ’시리즈와 차별화되는 3가지는 내장형, 통합형, 경량화다.

기존에는 국산 전투기가 없어 미국의 전투기에 부착해야 했기에 ALQ시리즈를 외장형 포드 형태로 국산화해야 했다. 반면 EW SUITE는 우리 손으로 만든 KF-21에 탑재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무겁고, 비효율적인 외장형으로 개발할 필요가 없었다. 덕분에 국내 최초로 내장형 항공기 전자전장비로 개발될 수 있었다.

EW SUITE는 미사일 탐색기의 신호를 탐지·분석하고, 전자방해 전파 송신, 채프·플레어 등의 전자전탄 살포 등을 통해 적의 위협을 교란한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산·학·연·군 관계자들의 전폭적인 관심과 지원으로 새롭게 선보이는 KF-X 통합전자전체계(EW Suite)는 해외 선진국의 장비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는 최첨단 무기체계”라며 “범국가적 과제인 KF-21의 성공적 개발 완료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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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파 수집·교란, 육상 전자전을 넘어 우주로

대한민국의 전자전장비 기술은 한층 다변화되고 있다. 공중과 바다 뿐 아니라 육상으로도 확산됐다. 특히 ADD와 LIG넥스원은 육군의 ‘지상 전술용 전자전장비-II’를 개발해 보급하는 데 성공했다. ADD와 LIG넥스원이 2005년~2011년 국내 최초의 지상전자전체계를 개발에 전방에 보급한 것이다. 우리 군은 적의 지휘통신망을 수집하고 통신을 교란시키는 능력을 한층 향상할 수 있게 됐다.

보다 정교한 전자정보 수집은 주로 공중 정찰기 등을 기반으로 이뤄진다. 우리 군은 1991년 일명 ‘백두-금강 사업’을 통해 백두정찰기 4대를 도입했다. 다만 해당 정찰기는 소형 비즈니스제트기(호커800 XP)인 탓에 내부가 협소해 근무자들이 많은 피로도를 느꼈고, 장비 탑재량에서도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군은 후속으로 일명 ‘701사업’을 추진한다. 2011~2018년 총 4000여억 원을 투자해 기존의 백두체계를 보강하는 사업이었다. 701체계는 국내 최초의 항공기용 신호정보수집장비로 개발됐다.

해당 프로젝트는 ADD가 주관했다. 체계개발은 2018년까지 완료됐다. 이 과정에서 대한항공이 항공기 기체를 개조하는 역할을 맡았고, LIG넥스원이 핵심인 전자전임무장비를 맡았다. 아울러 한화시스템은 데이터링크 분야로 해당 사업에 참여해 3개사가 시너지를 냈다. ADD와 방산업계는 앞으로 전자전체계를 창공을 넘어 우주전 시대로까지 확장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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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국방을 넘어 ‘방산한류’로 수출길 활짝

정부는 ADD 주관으로 지난 40여년간 육상, 해상, 공중 기반으로 개발해온 전자전체계의 기술을 바탕으로 해외수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40여년간 전자전사업에 투자해온 LIG넥스원을 비롯해 한화시스템 등 국내 방위산업체들이 해외 시장 개척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LIG넥스원은 8월 수출되는 국산 경공격기 FA-50에 장착될 ‘국외 FA-50 RWR 외 2종 개조개발’ 사업을 수주했다. 해당 사업은 방위사업청에서 무기체계 관련 업체의 수출 증진을 위한 무기체계 개조개발 지원 사업이다. 국내 연구개발을 통해 개발이 완료된 기술을 바탕으로 FA-50 항공기의 레이다경보수신기 및 초단증폭기, 대역별 안테나, CMDS 연동 등 소형 경량화를 통해 동등 이상의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

ADD는 지난 40년간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군 전력의 첨단화·정예화는 물론 전자전 분야의 국방R&D 역량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전자전 분야는 해외시장에서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 첨단 무기체계로 향후 수출 가능성이 높은 것은 물론, 전자전·항공전자 분야의 핵심기술 파급 효과로 방산업계를 비롯한 국가 경쟁력 향상에도 큰 역할을 할 전망이다.

장영진 LIG넥스원 전자전사업부장은 “산·학·연·군 관계자들과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전자전 발전은 물론 해외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수출시장 개척에 끊임없이 도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민병권 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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