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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법 기술자’ 한동훈의 “시행령 쿠데타”…삼권분립 근간 흔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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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개정 의도와 속마음 따를 수 없어”

민주당 “한동훈의 시행령 쿠데타”

법조계 “법기술자의 삼권분립 침해”


한겨레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2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윤석열 정부 첫 특별사면 대상자 발표를 마치고 자리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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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2일 검찰 수사권을 법으로 축소한 국회를 향해 “정부에게 법 개정 의도와 속마음까지 따라달라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 5월 검찰 반발 속에 국회 본회의와 국무회의를 통과해 오는 9월 시행되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의 ‘개정 취지’를 따를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법무부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령 통치’라는 정치권과 법조계 비판을 반박한 것인데, 행정부 정무직 장관이 입법부 역할과 권한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한 장관은 전날 직접 발표했던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추가 설명”이라며 법무부를 통해 7가지 항목의 입장을 내놓았다. 법리적 설명이 아닌 국회, 특히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한 정치적 격문 성격이다. 한 장관은 “법무부 시행령은 국회에서 만든 법률의 위임 범위를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시행령 정치’나 ‘국회 무시’ 같은 감정적인 정치 구호 말고, 어느 부분이 벗어난 것인지 구체적으로 지적해 주면 좋겠다”고 했다. 한 장관이 “국회에서 만든 법을 그대로 따랐다”는 근거는 개정 검찰청법에서 수사 범위를 규정한 ‘부패·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에서 정한 중요범죄’ 대목이다. 법무부 시행령은 ‘~등’을 최대한 활용해 검찰 직접수사 대상인 부패·경제범죄 이외에 공직자범죄·선거범죄·일반 형사사건까지 ‘등’에 포함시켜 검찰 수사 범위를 키웠다. 이를 두고 국회가 만든 상위법을 또다시 시행령으로 무력화하며 법치주의 근간을 흔든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등’을 그대로 시행한 것인데 어떻게 국회 무시냐”며 개정된 법의 ‘허점’을 이용했을 뿐 법을 위반하거나 국회를 무시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의 주장을 거듭 폈다. 그는 “다수의 힘으로 헌법상 절차를 무시하고 소위 검수완박 법안을 통과시키려 할 때 ‘중요범죄 수사를 못하게 하려는 의도와 속마음이’었다는 것은 국민들도 잘 알고 있다. 정작 개정 법률은 그런 의도와 속마음조차 관철하지 못하게 돼 있다. 정부는 그 법이 정한 대로 시행령을 만든 것일 뿐”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검찰개혁 명분을 내세워 전 정권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막으려는 의도로 검찰 수사권을 축소했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법의 허술한 부분을 그대로 따랐을 뿐이라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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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검사의 수사개시 규정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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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국민의 뜻에 정면으로 반하는 의도와 속마음을 정부에게 따라달라는 것은 상식과 법에 맞지 않는다. 정부가 범죄대응에 손을 놓고 있으면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한 가지 묻고 싶다. 서민 괴롭히는 깡패 수사, 마약 밀매 수사, 보이스피싱 수사, 공직을 이용한 갑질 수사 등을 왜 하지 말아야 하느냐”고 했다. 대부분 경찰이 오래 전 부터 수사 역량을 쌓아온 범죄들인데, 법무부는 조폭·마약·보이스피싱은 경제적 목적의 범죄라며 검찰 직접수사 대상인 ‘경제범죄’에 포함시키려 하고 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한동훈 시행령 쿠데타” 등 비판과 우려가 쏟아졌다. 문재인 정부 시절 추미애·박범계 등 ‘정치인 장관’의 행태를 수시로 비판했던 한 장관의 야당 도발 등 정치 행위가 수위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 장관의 기고만장한 폭주가 끝을 모르고 있다. 법을 수호해야 할 장본인이 헌법이 보장한 국회 입법권을 정면 부정하며 ‘시행령 쿠데타’를 일으킨 행위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참여연대는 “법무부는 법상 허점을 노골적으로 악용하고 있다. 법 기술적 꼼수로 검찰 권력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팀장은 “장관도 입법부 결정에 충분히 이견을 가질 수는 있지만, 단순히 반대 차원을 넘어서 노골적으로 취지를 무력화하는 수준까지 나아가고 있다. 삼권분립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장유식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법센터 소장은 “(‘~등’이라는) 검찰청법 문언을 그대로 따랐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 법이 만들어지게 된 과정이나 사회적 갈등을 전면 무시하는 것이자, 자신들이 해당 검찰청법을 반대했다는 사실조차 망각하는 발언”이라고 했다.

민주당에서는 뒤늦게 ‘~등’ 문구를 ‘~중’으로 개정해 확장 해석을 제한하는 법 개정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맡고 있어 재개정이 추진되더라도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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