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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심판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팬 퍼스트'는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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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스포츠

두산 베어스 내야수 양석환 사진=연합뉴스


아쉬운 판정 하나가 경기 분위기를 바꿔 놓았고 지켜보던 모든 이들의 힘이 풀려 버렸다.

지난 11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시즌 11번째 맞대결. 1-2로 끌려가던 두산은 7회 말 선두타자 허경민의 솔로홈런으로 경기 균형을 맞춰 놓았다. 이어 2-2로 맞선 8회 말 두산은 선두타자 정수빈의 볼넷과 김대한의 희생 번트로 1사 2루 득점 기회를 맞이했다.

이후 3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한 양석환이 타석에 들어섰다. 최근 10경기 타율 1할대로 저조한 타격감을 보이고 있던 양석환은 바뀐 투수 김시훈을 상대로 초구부터 의욕을 드러냈고, 1구와 2구 모두 헛스윙으로 노볼 2스트라이크에 몰렸다.

이후 3구째에 김시훈은 하이패스트볼을 던졌고, 양석환은 이번에도 스윙을 시도하다 높은 볼에 방망이를 거둬들였다. 그러나 NC 포수 박대온이 1루심에 스윙 여부를 확인했고, 박근영 1루심은 그대로 헛스윙 판정을 내리면서 양석환은 3구 삼진을 당했다.

삼진을 당한 양석환은 판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방망이를 바닥에 내려놓고 더그아웃으로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김태형 감독이 그라운드로 나와 박근영 1루심에게 어필했으나,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김 감독이 더그아웃으로 물러난 뒤에도 좀처럼 분을 삭이지 못한 양석환은 타석에서 내려가지 않았고, 강석천 수석코치가 나와 진정시키자 그제야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그러나 양석환은 더그아웃으로 발길을 옮기면서도 시선은 1루로 향했고, 참다 못한 나머지 1루를 향해 고함과 함께 욕설을 하는 장면이 그대로 중계 화면에 잡혔다. 더그아웃 안쪽에서도 양석환은 쉽게 화를 가라앉히지 못했고, 결국 헬멧을 바닥에 던지며 분노를 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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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 사진=연합뉴스


양석환이 물러난 이후 두산은 페르난데스가 타석에 섰으나, 우익수 뜬공으로 아웃되면서 두산의 역전 기회는 그대로 날아갔다. 공수가 교대되고 9회 초에도 수비를 하기 위해 1루수로 나왔던 양석환은 결국 이닝 진행 도중 강승호와 교체됐다.

이날 양석환의 행동은 아무리 분노가 치민다 한들 프로 선수가 한 행동이라고 하기엔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승리와 직결된 상황이었던 만큼 당시 판정은 너무나도 후폭풍이 컸다. 두산이 역전 기회를 놓친 뒤 9회 말 NC가 마티니의 적시타로 승리하면서 양석환의 3구 삼진 판정은 두산에게는 더욱 아프게 다가왔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두산이 이날 역전에 성공해 승리했다면 5위 KIA와는 4경기 차로 좁혀질 수 있었다.

올해 들어 국내 프로야구는 허구연 총재 부임 이후 '팬 퍼스트'를 외치며 기존 야구팬들이 계속 야구를 즐기고 새로운 팬 유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거리두기 조치가 완화되면서 야구장을 찾는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육성 응원과 취식이 허용되면서 경기장을 찾는 팬들은 다시 수백만 명대로 늘어났다.

그러나 어제 벌어진 판정은 최근 주춤한 관중 수를 다시 끌어 올리려는 야구계의 노력에 분명 찬물을 끼얹는 일이다. 새로운 야구 팬 주요 타겟층인 요즘 세대가 해당 장면을 본다면 좀처럼 납득하기 어려운 판정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가을야구를 위해 무더운 날씨에 땀 흘리는 선수들과 경기장을 찾은 관중에게도 이 판정은 야구를 향한 애정이 식어버릴 만한 순간이다.

또다시 '오심도 경기의 일부분'이라며 별다른 조치와 이와 관련된 규칙 개정 등 없이 넘어간다면 새로운 팬 유입은 고사하고 야구를 사랑해 춥고 더운 날씨에도 경기장을 찾던 팬들마저 나타나지 않아 정말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해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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