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기획비만 5000만원, LA갈빗집 성공의 비결? [사장의 맛]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핫플’은 한순간...목표는 제2의 ‘아웃백’ ‘맥도날드’

타깃은 연 소득 8000만원 맞벌이 부부

100년 가게를 꿈꾸다 #사장의 맛

프랜차이즈 ‘청기와타운’은 미국 LA 코리아타운 콘셉트로 양념 소갈비를 파는 식당입니다. 매장에 ‘KOREAN BBQ’라는 영문 간판을 달고, 매장 안에 와인 진열대를 놓는 등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했죠. 2020년 4월 개업 이후 손님이 몰려, 올해 8월까지 11개의 지점을 열었습니다. 지점 월 평균 매출은 2억5000만원입니다.

청기와타운의 운영사인 제이에스푸드 양지삼(39) 대표는 2006년 관악구 신림동의 한 조개구이집에서 서빙 직원으로 시작했습니다. 이후 2011년 첫 가게로 삼겹살집을 열고, 족발집, 치킨집, 횟집 등 사업을 키워 나갔죠. 양 대표는 청기와타운 개업 전까지 약 14년간 현업에서 장사 노하우를 쌓은 셈입니다. 지금부터 그의 노하우를 공개합니다.

조선일보

양지삼 대표가 서울 영등포구 청기와타운 본점의 실외 의자에 앉아 있다. 창문 너머 보이는 매장 안에는 수십 개의 와인 병이 진열된 와인창고가 있다. 와인은 포장 구매도 가능하다./김지호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리 가게의 진짜 고객은 누구일까?”

양 대표는 식당 창업의 첫 단추는 목표 고객을 정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목표 고객에 따라 식당의 콘셉트와 장사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이죠.

– LA 코리아타운 콘셉트는 누구 아이디어인가요?

“브랜드 기획 전문 업체에 의뢰했어요. 독보적인 콘셉트로 소갈비를 팔고 싶다고 하니까, LA 코리아타운 느낌으로 가보자고 하더라고요. 식당 콘셉트, 메뉴 구성과 인테리어 기획비로 5000만원이 들었어요.”

– 비싸네요. 이전 식당들도 기획사에 맡겼었나요?

“아니요. 이전 가게들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이거나 제가 아이디어를 냈어요. 근데 제 머릿속에서 나온 곳들은 동네마다 있는 ‘가격이 저렴한 맛집’에서 크게 벗어나질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전문 업체의 도움을 받은 거죠.”

– 철저하게 기획된 식당, 청기와타운에는 주로 누가 오나요?

“아직 창업 초기라 요즘 말로, ‘힙’하다는 이미지 때문에 SNS용 사진을 찍으러 오는 젊은 손님이 많아요. 비싼 외제차를 타고 오는 손님도 있죠. 하지만 저는 이 분들이 청기와타운의 ‘진짜 고객’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 진짜 고객은 누구죠?

“오랫동안 청기와타운을 찾아줄 ‘충성 고객’이죠. 지금은 코리아타운식 LA갈빗집이라는 신선한 느낌 때문에 찾는 사람이 많아요. 달리 말하면 ‘새로움’이 사라지면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청기와타운의 타겟은 연봉 8000만원 정도의 3040대 부부입니다. ”

조선일보

청기와타운 대표 메뉴인 LA갈비./청기와타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타깃은 어떻게 정했나요?

“누가 우리 가게를 오래 사랑해줄지 고민했어요. 맞벌이인 3040대 부부는 구매력이 있고, 장기 고객이 될 잠재력이 있어요. 부부에게 자녀가 있다면 그 자녀들이 커서, 어릴 적 추억을 안고 찾아줄 수도 있고요. 3040대 부부의 마음을 사로잡으면 일종의 ‘선순환(善循環)’이 되는 거죠.”

– 타깃에 따라 장사법은 어떻게 달라지나요?

“라이프 스타일을 봐야 해요. 맞벌이 부부는 퇴근하면 피곤하니까 집에서 밥을 해먹기 힘들어요. 고기는 집에서 구워 먹기 번거로워 외식을 많이 하죠. 그런데 직원이 고기까지 대신 구워준다면, 안 올 이유가 없지 않을까요?(웃음) 구매력 있는 3040대 부부는 와인도 좋아합니다. 그래서 와인 진열대를 뒀어요.”

–와인은 잘 팔리나요?

“매장당 와인 매출만 월 1000만원씩이 됩니다. 가격은 3만~4만원대가 가장 많습니다. 고급 와인은 비싸기도 하고, 품종이나 산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해요. ‘가성비’ 와인은 손님이나 직원 입장에서 서로 수고를 덜 수 있어요.”

조선일보

청기와타운 마포점 입구. 입구 앞 와인창고에 와인병들이 진열돼 있다. 가격은 3~4만원대 가장 많다./청기와타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요즘 뜨는 맛집’은 한순간...목표는 ‘100년 가게’

청기와타운은 예약 없이 찾아가면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합니다. 예약도 쉽지 않습니다. 맞벌이와 육아를 병행하는 3040대 부부에게는 부담스러운 대목이죠.

– 웨이팅이 긴데, 맞벌이 3040대 부부가 가기 힘들지 않을까요?

“맞습니다. 그게 지점을 확장하는 핵심 이유 중 하나예요. 서울에 집중시킵니다. 거리가 2km 정도밖에 안 되는 지점들도 있어요.”

– 지점들끼리 가까운 건 손님을 위해서인가요?

“맞습니다. 청기와타운 영등포점 예약에 실패했다면, 여의도점이나 서울대점으로 갈 수 있죠.”

– 가게 입장에서 손해 아닌가요?

“그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만, 긴 웨이팅에 따른 손실 비용이 더 크다고 생각해요. 초기에는 ‘긴 웨이팅’이 마케팅에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인기 식당처럼 보이잖아요. 하지만 결국 손님들은 오래 기다릴 필요 없는, 손님 수가 적당한, 편안한 분위기의 식당을 선호해요. ‘요즘 뜨는 맛집’ 타이틀은 한순간이에요. 거기에 도취해서 안주하면 안 돼요.”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손님이 많은 게 오히려 독이 된다는 건가요.

“맞아요. 손님이 늘 많을 거라고 기대하면 안 돼요. 청기와타운의 목표는 100년 가게입니다. 100년 동안 항상 손님이 많을 순 없어요. 그렇다면 손님이 적어도 장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어느 정도 단가가 있어야 해요. 박리다매((薄利多賣)형 ‘가성비’ 식당은 손님이 줄어들면 망해요. 반대로 한우 전문 고가 식당은 손님을 모으는 데 한계가 있죠. 균형을 찾는 과정에서 양념 소갈비를 선택한 거예요. 항상 만석(滿席)이 아니라도 우리 가게를 찾아줄 충성 고객만 있다면 장사가 되는 거죠.”

– ‘100년 가게’. 거창하게 들리네요. 청기와타운의 경쟁 업체는 어디라고 생각하세요?

“목표는 제2의 아웃백, 맥도날드가 되는 거예요. 사람들이 아웃백, 맥도날드를 찾는 이유는 뭘까요? 더 이상 새롭지도 않고, 특출하게 맛있지도 않는데 말이죠. 접근성이 좋기 때문이에요. 가족 단위로 식사하기 좋은 패밀리 레스토랑, 혼자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하는 패스트푸드점 등 모두 독자적인 시장을 확보했고, 접근성 좋은 대로변에 자리 잡았어요. 청기와타운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입니다.”

– 향후 계획은 뭔가요?

“당장은 지점을 늘려나갈 겁니다. 나중에는 생산, 유통, 판매 등 모든 과정을 직접하고 싶어요. 미국에서 소를 키워, 한국 청기와타운에서 파는 거죠. 기회가 된다면 미국에서도 가게를 열어보고 싶어요.”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채제우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