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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민주당, 문재인 색깔 빼고 ‘이재명 체제’ 정비…강령에서 ‘소득주도성장’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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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가 지난 7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인천 지역 합동연설회에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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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8 전당대회를 앞둔 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정부 색깔을 빼고 ‘이재명 체제’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당 강령에서 ‘소득주도성장’, ‘1가구 1주택’ 원칙을 삭제하고, 부정부패로 기소된 당직자 직무 정지를 규정한 당헌 80조 개정 논의 착수로 윤석열 정부의 사정정국 대비에 나섰다. 전당대회 최대 쟁점으로 당헌 80조 개정이 떠오르면서 ‘이재명 사당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 강령분과 관계자는 12일 통화에서 “오는 16일 전체회의를 열고 ‘소득주도성장’을 ‘포용성장’으로 대체하는 당 강령 개정안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준위는 강령 중 “실수요자 중심의 1가구 1주택 원칙으로 내 집 마련 기회를 보장한다”는 항목에서 ‘1가구 1주택 원칙’을 빼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성장 담론, 주거정책 기조를 삭제한 것이다.

전준위 당헌·당규분과는 16일 ‘부정부패로 기소된 당직자 직무를 정지할 수 있다’고 규정한 당헌 80조 개정을 논의한다. 직무 정지 기준을 ‘하급심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로 수정하거나, 정치보복 수사로 판단될 경우 징계 예외 판단 주체를 윤리심판원에서 최고위원회로 바꾸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처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정치보복 수사에 노출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당헌 80조 개정에 힘을 실었다.

비이재명계 전당대회 출마자들은 ‘이재명 후보를 위한 당헌·강령 개정’이라고 반발했다. 박용진 대표 후보는 1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소득주도성장을 포용성장으로 대체하는 것은 변명할 여지없는 문재인 대통령 지우기이고, 당헌 80조 개정은 특정인을 위한 방탄 개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 전북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신종 내로남불 논란을 왜 우리가 굳이 만드나”라고 따졌다. 윤영찬 최고위원 후보도 이날 SNS에 “만일 박용진, 강훈식 대표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았다면 당헌 80조 개정 청원과 당내 논의가 있었을까”라며 “특정인을 위한 당의 헌법 개정”이라고 비판했다. 고민정 최고위원 후보는 전날 SNS에 “(당헌 80조 개정 논란은) 이재명 의원의 입지를 좁아지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친이재명계 최고위원 후보들은 ‘내부 총질’을 멈춰야 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박찬대 후보는 이날 BBS 라디오에서 “저도 대선 과정에서 방송에서 한 발언들 때문에 국민의힘에 고발돼 피고발인 신분”이라며 “만약에 기소된다면 최고위원직을 내려놔야 하는지 박용진 의원한테 한번 물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정청래 후보는 이날 KBS 라디오에서 “적의 흉기로 동지를 찌르지 마라”라며 “일개 검사에게 당의 운명을 맡길 수 없다는 당원들의 목소리에 동감한다”고 밝혔다. 서영교 후보는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헌 80조 개정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장경태 후보도 지난 9일 “검찰의 기소를 다 신뢰할 수 없기에 개정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9일 “검찰의 야당 탄압의 통로가 된다는 점에서 (개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당헌 80조 개정 논란은 갈등 사안으로 번졌다. 박용진 후보는 이날 당헌 80조 개정 여부를 공개 토론할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자신들의 정치적 유불리나 선거 유불리를 위해서 당을 이용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며 거절했다. 윤영찬 후보는 “박 원내대표의 거부는 당내 민주주의를 허물어뜨리는 정치적 결정이며 전당대회에 개입하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반발했다. 8월 임시국회 개회일인 오는 16일로 예정된 의원총회에서 관련 논쟁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당이 문 전 대통령에서 이 후보 중심의 급격한 권력 재편을 도모하다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비대위가 이재명 지도부에게 ‘셀프 개정’의 부담을 주지 않으려 당헌·강령 개정을 서두르는 것 같다”며 “하지만 당헌 80조를 개정하면 일반 국민에게는 ‘이재명을 지키기 위한 당’이라는 인식이 커져서 당 지지율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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