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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에 집 32채 쓸어담았다…日서 부동산 쇼핑한 큰손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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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부동산 시장에 해외 큰손들이 몰려들고 있다. 엔저(円低) 탓이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해외 투자자들이 일본서 ‘부동산 쇼핑’에 나서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2일 엔저 영향으로 해외 투자자들의 일본 부동산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표적인 곳이 홍콩계 펀드인 가우캐피털파트너스다. 닛케이는 이곳이 앞으로 2년간 5000억엔을 투자한다고 전했다. 우리돈 약 4조9000억원이다.

이 펀드는 올들어 도쿄(東京)와 오사카(大阪) 등지에서 우리로 치면 아파트에 해당하는 ‘맨션’ 32채를 사들였다. 이 펀드의 이사벨라 로 매니저는 “엔화 약세 진행”을 훈풍이라고 칭했다. 투자에 안성맞춤이란 의미다. 그러면서 일본 부동산에 대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전했다. 임대를 할 수 있는 주택 외에도 이 펀드는 오피스 빌딩이나 데이터센터 등에 투자할 의사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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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 영향으로 해외 자금이 대거 일본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지난 4일 일본 도쿄 시민들이 아사쿠사 인근을 지나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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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 영향에, 일본 부동산 '싸졌다'



싱가포르 국부 펀드(GIC)도 일본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 예정이다. 내년 3월까지 일본의 ‘더 프린스 파크 타워 도쿄’ 등 31곳에 달하는 부동산을 1471억엔(약 1조4400억원)에 매입할 예정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미국 투자자들도 움직이고 있다. 미국 교직원퇴직연금기금(TIAA)이 대표적이다. 기금을 운용하는 누빈리얼에스테이트를 통해 일본 양로원 등 고령자용 주택시설에 130억엔(약 1272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닛케이는 “일본의 고령화 진행으로 입주를 원하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데 반해 신규 공급이 적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전했다.

해외 큰손들이 일본 부동산 시장에 뛰어드는 배경으론 엔화 약세가 꼽힌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데 반해 일본은행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올들어 달러 대비 엔화가치는 지난 7월 24년만의 최저치인 1달러 당 139엔을 기록하기도 했다. 연초만 해도 1달러에 102엔 수준이었지만 급격히 엔화 값어치가 떨어지면서 달러를 들고 있는 해외 투자자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일본 부동산을 싸게 사들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로 일본 국토교통성이 지난 2010년을 기준(지수 100)으로 놓고 본 일본 상업용 부동산 가격지수를 토대로 모건 스탠리MUFG 증권이 계산한 ‘달러 기반’ 일본의 부동산 가격지수는 지난 3월 말엔 104.4였다. 하지만 6월 말엔 93으로 11.4 포인트 떨어졌다. 그만큼 싸졌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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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 영향으로 해외 자금이 대거 일본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지난 4일 일본 도쿄 아사쿠사 인근에서 행인이 지나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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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맨해튼보다 수익 안정적



부동산서비스 기업인 CBRE에 따르면 일본 도쿄 도심 5개구의 대형 오피스 빌딩의 예상 수익율과, 장기 금리 차이도 지난 2010년 이후 2~3% 대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 맨해튼이라 영국 언론 등과 비교해 안정적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데다, 부동산을 사들이기 위한 자금조달 비용도 낮아 매력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해외 투자자 자금이 대거 몰리면서 실제 수요와 상반된 가격이 형성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닛케이는 해외 투자금 대거 유입에 따른 ‘일본 내부 경계감’이 있을 수 있다고도 전했다. 일본이 고도성장기를 경험하던 1989년만 하더라도 '재팬 머니(Japan money)’가 세계 시장에서 부동산 등 투자를 휩쓸었던 점을 언급했다. 당시 일본 자금은 미국 록펠러 센터를 사들일 정도로 위력을 떨쳤다. 하지만 지난 2013년 이후 일본은행이 ‘금융완화’를 시작해 엔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역으로 일본에 해외 투자자들의 '쇼핑'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닛케이는 “향후 해외 투자자들의 일본의 알짜 부동산 매입 행보가 이어진다면 일본 내 경계감을 부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도쿄=김현예 특파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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