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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6년 경영족쇄 풀렸다… 그 앞에 놓인 삼성 3가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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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월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향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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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15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되면서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은 오랜 ‘경영 리스크’에서 한숨 돌리게 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6년 11월 이른바 ‘국정농단’ 사태 이후 69개월 만이다.

이 부회장은 당분간 계획된 경영 활동을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 회장 취임, 경영 컨트롤타워 부활 등을 점치기도 하지만, 당장 큰 변화를 단행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삼성 안팎의 관측이다. 삼성 관계자는 “계획된 경영 활동과 투자 계획 등을 이행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하반기 이른바 ‘퍼펙트 스톰(복합 경제위기) 우려가 커지는 만큼 챙겨야 할 일들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른바 ‘취업 제한’ 족쇄가 풀린 이 부회장이 조만간 본격적인 전기(轉機) 마련에 나설 것이란 예상도 많다. 명실상부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은 총수의 부재(不在)를 겪었고, 2017년 이후 5년째 그룹 컨트롤타워 없이 태스크포스(TF) 체제로 운영돼 왔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삼성을 제외하면 모든 기업은 어떤 형태로든 효율적인 경영을 위한 의사결정 조직을 갖고 있다”며 “시간이 문제일 뿐, 이 부회장도 ‘제2의 창업’ 같은 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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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가 지난해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구글 본사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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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부회장, 회장 취임할까



이 부회장은 2012년 12월 삼성전자 부회장에 오른 뒤, 10년째 같은 직함을 유지하고 있다. 2년만인 2014년 아버지 고(故) 이건희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 이 회장 와병 1년째인 2015년 이 부회장은 아버지로부터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직을 물려받으면서 ‘경영 승계’를 위한 상징적 행보에 나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불과 1년 뒤 국정 농단 사태에 휘말리면서 이 부회장은 6년 넘게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하지 못했다. 아버지 이건희 회장이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사업장을 돌며 임직원과 스킨십을 했던 점을 감안하면, ‘취업 제한’ 신분이었던 탓에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진 못했다. 이 부회장은 현재 당면 과제인 공급망 위기 타개를 위한 행보는 물론, 글로벌 생산기지와 사업장 등을 방문해 임직원을 직접 만날 것으로 관측된다.

시간이 문제일 뿐, 이 부회장이 ‘회장’ 자리에 오를 것은 기정사실로 보는 분위기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 상위 5대 그룹 가운데 총수가 ‘부회장’ 직함을 갖고 있는 곳은 삼성이 유일하다. 직함이 중요한 건 아니지만 ‘책임 경영’ 차원에서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회장에 취임할 가능성을 점치는 것이다. 연말 사장단 인사를 마친 뒤 삼성전자 대표이사에 취임할 것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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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컨트롤타워, 부활하나



회장 취임과 함께 관심을 모으는 건 삼성의 컨트롤타워가 부활할지 여부다. 2017년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뒤, 삼성은 3개 TF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사업지원(삼성전자), 금융경쟁력제고(삼성생명), EPC(설계·조달·시공)경쟁력강화(삼성물산) 등 사업부문별로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인 셈이다.

과거 회장 비서실, 구조조정본부, 미래전략실 등과 비교하면 효율이 떨어진다는 게 내부의 평가다. 삼성 관계자는 “미전실 해체 이후 그룹 컨트롤타워 이야기를 하기 조심스럽지만, 글로벌 기업인 삼성이 언제까지 TF 체제로 갈 거냐는 우려가 안팎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빠른 경영 판단과 대응을 위한 의사결정 조직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TF를 통해 계열사 간 소통을 해 왔지만 내부 관계자 표현을 빌리면, ‘존재하지만, 존재하는 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도 아닌’ 형태였다는 것이다. 60개에 달하는 계열사를 갖고 있고, 사업부문별로 성격도 달라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는 불만이 많았다. 결국 과거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발 빠른 경영을 지원할 수 있는 조직은 필요하다는 게 삼성 내부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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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 CEO(왼쪽), 마틴 반 덴 브링크 CTO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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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컨트롤타워는 1959년 삼성물산 회장 비서실로 출발했다. 1992년 이건희 회장 취임 초기 조직개편이 있었고,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본부로 재편됐다. 2006년 전략기획실, 2010년 미래전략실 등으로 역할과 명칭을 변경했다. 2017년 이후 삼성의 컨트롤타워는 없다. 사업부문별로 각자도생하면서 필요한 협력을 해 왔지만 과거 컨트롤타워 체제와 비교하면 효율성이 떨어졌다.

‘관리의 삼성’은 경쟁력이 있었지만 부작용도 없지 않았다. 새로운 컨트롤타워는 슬림하면서도 빠른(agile) 의사결정과 소통이 가능한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만기친람(萬機親覽)식 고압적 기구보다, 효율적인 경영 협력이 가능한 기구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2020년 세계적 경영 자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지배구조 관련 컨설팅을 의뢰했다. BCG는 컨설팅 보고서에서 그룹 컨트롤타워의 복원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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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제 ‘실력’ 보여줘야 할 때



경영 족쇄를 풀고 본격적인 3세 경영 체제로 접어들겠지만, 이 부회장에겐 기회와 위기, 부담이 공존한다. 말 그대로 ‘실력’을 보여줘야 할 때라는 것이다. 같은 세대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모빌리티와 로보틱스를 바탕으로 그룹의 미래를 제시했고,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휴대전화(MC사업) 부문을 과감히 정리하는 ‘선택과 집중’으로 연착륙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부회장은 2015년부터 사실상 그룹 총수 역할을 해 왔지만, 비전을 제시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메모리반도체와 휴대전화 등에서 ‘글로벌 최강’의 자리를 지켰지만 미래 먹거리, 신사업 투자 등의 대전환을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

그간 쌓아온 글로벌 네트워크로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했고, 코로나19팬데믹 과정에서 국내 최고기업의 역할을 다한 점은 그의 자산이다. 이젠 경영자로서의 진면모를 보여줘야 할 때라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이미 그룹의 비전과 미래 방향에 대해 많은 학습과 경험을 통해 나름의 프레임을 갖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독자 경영을 구체화하면서 앞으로 더 많은 비전을 제시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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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가운데)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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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개편 역시 이 부회장의 과제다. 삼성은 2018년 80여개에 달했던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끊었다, 하지만 총수 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는 ‘약한 고리’가 없지 않다. 그룹 주력인 삼성전자 지분은 1.63%에 불과해 외부의 공격에 흔들릴 수 있는 구조다. 보다 탄탄한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는 거버넌스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60개에 달하는 삼성의 계열사는 6년 넘게 각자도생으로 버텼다. 그간 쌓아온 실력과 노하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제 한국 최고 기업인 삼성이 몸을 추슬러 한국 경제의 중추로 거듭나야 할 시점이다. 그리고 그 열쇠는 그룹의 선장인 이재용 부회장의 손에 쥐어져 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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