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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 막는 한동훈의 '강수', 결국 자충수다 [역사로 보는 오늘의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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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보는 오늘의 이슈] 시행령 개정으로 검찰 수사 복원 나선 법무부

오마이뉴스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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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의 정신을 훼손시키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검찰개혁으로 축소됐던 검찰의 직접수사권(인지수사권)을 사실상 예전대로 되돌려놓는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이 11일 법무부에 의해 입법예고됐다.

고소·고발로 시작된 사건은 고소·고발이 취하되면 수사에 제동이 걸린다. 이 구조는 수사기관을 견제하는 기능을 갖는다. 이런 제한을 받지 않고 수사기관의 재량권을 넓히는 것이 직접수사다. 고소·고발이 없어도 가능한 직접수사는 범죄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수사기관이 정치적 의도로 시민단체나 야당 혹은 재벌을 겨냥할 때는 부정적 결과를 낳을 소지가 크다.

이른바 '검수완박'으로 불린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에 의해,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는 9월 10일 시행 예정인 검찰청법 제4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중요 범죄'로 한정된다. 종전의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범죄 중에서 2개만 남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법 시행 1개월을 남겨놓고, 윤석열 정부가 제동을 걸었다. 11일의 입법예고는 국회 입법이 아닌 행정부 시행령을 통해 검찰개혁의 취지를 무산시키겠다는 선포와 다름없는 일이다.

11일 법무부가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에 올린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 등 입법예고'에 따르면, '시행령 별표 1: 부패범죄'에 공직자 범죄 및 선거범죄 일부까지 포함됐다. 공직자 범죄나 선거범죄 일부를 부패범죄로 분류한 것이다. 검찰개혁에 의해 없어진 두 범죄에 대한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부패라는 단어의 개념을 확장하는 방법으로 되살려놓은 것이다.

넓게 보면 거의 모든 범죄는 부패에 포함된다. 현대사회에서 '부패'가 갖는 구체적 의미를 무시한 채 '부패'라는 자구에 의존해 이 단어의 범위를 확대한다면, 이 세상에 부패 아닌 범죄는 없게 된다.

이번 시행령은 그런 방식으로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중요 범죄'를 확대 해석해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사실상 예전 수준으로 되돌려놨다. '부패범죄' '경제범죄' '중요 범죄'가 포괄하는 각각의 범위를 고무줄처럼 최대한 늘려놓은 것이다. 2016년 촛불혁명에 기반을 둔 개혁 입법을 국회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 혹은 부령 같은 시행령으로 무력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국회 입법도 거치지 않고 검찰개혁을 무산시켰다며 '굿아이디어'라고 외친다면 오산이다. 국정운영의 원동력을 스스로 떨어트려 오히려 정권의 정당성을 약화시킬 뿐이기 때문이다.

굿 아이디어?

대통령은 왕정시대의 군주와 등치된다. 하지만 대통령령과 왕명(황명)은 격이 다르다. 시행령과 왕명은 각 시대의 법률체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현격히 다르다.

왕조시대에는 왕명이 최고의 법이었다. 왕명은 지금의 헌법이나 법률에 맞먹었다. 반면, 대통령령은 제3위의 위상을 띠고 있다. 헌법과 법률보다 명확히 아래다. 삼권분립은 행정부의 입법을 이처럼 제3등으로 격하시켜 놓았다.

그렇기 때문에 왕명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것과 대통령령으로 운영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국회 법률을 무시하고 시행령으로 나라를 이끄는 것은 정권의 권위를 스스로 떨어트리는 일이 된다.

법규범은 정권의 정당성을 제고시키는 수단이다. 지배-피지배 관계의 노골적 측면을 은폐하는 측면도 크다. 어떤 이유에서건 정권은 최고 규범 혹은 상위 규범을 근거로 나라를 이끌어야 정통성을 높일 수 있다. 윤석열 정부처럼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 혹은 부령에 의존하게 되면 정권의 격은 물론이고 정통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시행령 통치에 의존할 경우에 발생하는 또 다른 문제점 중 하나는 국민과 정권의 거리가 멀어진다는 점이다. 이는 고립된 정권의 출현을 용이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의회는 간접적이기는 하지만 국민의 의사가 상당부분 반영되는 기구다. 행정부가 그런 의회로부터 멀어져 시행령 통치에 빠지는 것은 스스로 국민과 멀어지고 고립의 길로 들어서는 자충수가 될 수밖에 없다.

박정희가 독재자 이미지를 갖게 된 출발점은 국가재건비상조치법 제정이었다. 5.16 쿠데타 3주 뒤인 1961년 6월 6일 제정·공포된 이 법은 국가재건최고회의가 입법부 권한을 갖도록 규정했다.

법 제9조는 "헌법에 규정된 국회의 권한은 국가재건최고회의가 이를 행한다"고 규정했다. 이 규정대로 최고회의가 국회를 대행하려면, 최고회의의 구성이 어느 정도는 민주적 정당성을 갖춰야 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법 제4조 제1항은 "국가재건최고회의는 5.16군사혁명의 이념에 투철한 국군 현역장교 중에서 선출된 최고위원으로써 조직한다"고 규정했고, 제3항은 "최고위원의 선출은 최고위원 5인 이상의 추천에 의하여 재적 최고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써 한다"고 규정했다. 쿠데타 주체세력이 최고회의를 구성하고 그 최고회의가 국회 권한을 대행해 입법권을 행사하도록 해놓았던 것이다.

19세기말의 독립협회 운동과 만민공동회가 잘 보여주듯이, 한국인들은 19세기 후반부터 민주주의 이념에 다가가기 시작했다. 1919년에 임시정부가 3.1운동의 정신을 반영해 민주공화국 체제를 선택한 데도 그런 배경이 작용했다. 한국 민중들이 민주주의를 원하고 있다는 점을 양반 출신들이 주축인 임시정부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한국 대중들이 볼 때, 1961년 6월 6일에 박정희가 내놓은 입법 조치는 민주주의 원리와 크게 괴리된 것이었다. 국민의 의사에 따라 행정부가 작동해야 한다는 기본 원리를 무시한 것이었다.

박정희를 반대하는 운동은 얼마 안 가 민주주의 투쟁으로 승화됐다. 이는 그가 비민주적 방법으로 집권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자신이 비민주적 입법 시스템을 통해 첫걸음을 뗐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볼 수 있다.

동일한 전철을 1980년에 전두환 정권도 밟았다. 전두환이 대통령에 취임한 다음 달인 10월 27일의 헌법 개정 때에 국가보위입법회의가 국회를 대행하도록 하는 부칙 제6조 제1항을 설치했다.

다음날 제정된 국가보위입법회의법 제3조는 "입법회의는 정치·경제·사회·문화·행정 기타 각계의 학식과 덕망이 있는 인사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하는 50인 이상 100인 이내의 의원으로 구성한다"고 규정했다.

전두환이 임명하는 100인 이내의 사람들이 국회를 대행하도록 했다. 이런 체제에서 나오는 법률은 형식상으로는 법률일지라도 실질적으로는 비법(非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나 국민의 손이 닿지 않는 법이므로 그렇게 규정될 수밖에 없었다. 국민의 손이 닿지 않는 입법 시스템으로 첫걸음을 뗐으니, 전두환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생기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국회 무시·회피는 정당성에 치명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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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11일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검사의 수사개시 규정과 관련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법무부는 '검사의 수사 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수사개시규정) 개정안에서 '검수완박법'이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로 명시한 '부패·경제 범죄'를 재정의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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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부는 행정부를 견제하기도 하지만 행정부에 정통성을 실어주기도 한다. 국민대표기관인 의회와의 접촉을 통해 행정부는 자신의 행위에 민주적 정당성을 싣게 된다.

박정희·전두환 그것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가짜 입법부를 만들어 그것과 소통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두 정권이 만든 입법부는 국민대표기관이 아니라 박정희 대표기관, 전두환 대표기관이었다. 가짜 입법부와 소통했으니, 국민 및 입법부와 소통하지 않은 셈이 된다. 첫 출발이 이랬으니, 자연히 국민과의 거리가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는 두 독재자가 국민적 지지에 의존하기보다는 국민과 멀어지는 정치를 하게 된 시작점이었다. 국민의 의사가 의회를 거치도록 돼 있는 대의제 민주주의 하에서 두 독재자는 국민과의 기본적인 스킨십마저 회피했다. 그들에 대한 부정적 인상은 이런 데서도 기인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 입법을 무시하거나 회피하는 방법으로 시행령 통치에 빠져들고 있다. 이는 국회를 무시하고 국회 내의 야당을 무시하는 차원에 그치지 않고 국회를 구성해준 국민을 무시하고 기피하는 일이 된다. 시행령 통치는 윤석열 정부가 국민들과 더욱 멀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표다. 윤 정부는 '굿바이' 인사를 하고 있다.

김종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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