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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유스케' 폐지 그 후...웰메이드 음악 방송 명맥 끊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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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유희열의 스케치북'(이하 '유스케')이 MC 유희열의 표절 이슈 속 갑작스럽게 종영한 지도 벌써 보름이 훌쩍 지났다. KBS2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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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열의 스케치북'(이하 '유스케')이 MC 유희열의 표절 이슈 속 갑작스럽게 종영한 지도 벌써 보름이 훌쩍 지났다. 무려 13년 3개월 간 한 자리를 지켜왔던 '유스케'의 방송 시간대는 이제 타 예능의 재방송이 자리를 메우는 중이다.

실로 예기치 못한 종영이었다. 지난 6월 유희열이 발표한 곡들을 둘러싼 표절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그가 오랜 시간 단독 진행을 맡아온 '유스케' 역시 존폐 여부를 둘러싸고 악화된 여론의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결국 무려 13년이 넘는 시간 국내 대표 심야 음악 프로그램의 자리를 지켜왔던 '유스케'는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책임을 다하겠다는 유희열의 뜻에 따라 600회를 끝으로 돌연 폐지 수순을 밟았다.

'유스케'의 폐지, 명맥 끊긴 심야 음악 프로그램이 아쉬운 이유


'유스케'는 1990년대 초부터 이어져온 KBS2 심야 음악 프로그램의 정통을 이어받은 프로그램이었다.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를 시작으로 '이문세쇼' '이소라의 프로포즈' '윤도현의 러브레터' '이하나의 페퍼민트'로 이어진 KBS2 심야 음악 프로그램의 역사 속 '유스케'는 최장수 프로그램으로서 남다른 의미를 지녀왔다.

과거 MBC '김동률의 포유' '음악여행 라라라', SBS '김윤아의 뮤직웨이브' '김정은의 초콜릿' '정재형 이효리의 유&아이' 등이 심야 음악 프로그램의 명맥을 함께 이어왔지만 그마저도 점차 자취를 감추며 '유스케'가 갖는 의미는 더욱 커졌다. 이는 단순히 '심야 음악 프로그램'이라는 정체성 때문이 아닌, 프로그램의 취지와 구성에서 오는 특별함 때문이었다.

최근 국내 음악 시장의 흐름이 아이돌 그룹들의 음악을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는 가운데, 대부분의 음악 순위 프로그램 역시 K팝 아이돌 그룹들의 무대를 중심으로 구성되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 음악 시장의 장르적 다양성이 축소된 영향도 있지만, 시청률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탄탄한 대중성과 팬덤 등을 갖춘 아이돌 그룹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어지며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서 타 장르의 가수들을 만나보는 것은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 '유스케'는 아이돌로 대표되는 메이저 장르부터 대중에게 생소한 인디 신의 가수들까지 폭넓게 소개하는 창구로서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대중에게 인지도가 높지 않은 가수의 경우 지상파 방송에서 무대를 선보이는 것 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음악 큐레이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온 '유스케'는 K팝의 다양성을 지키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실제로 그간 적지 않은 인디 밴드들이 '유스케'의 무대를 통해 대중에게 입소문을 탔으며, 방송 기회가 없었던 무명 가수들도 '유스케'를 통해 재평가 되는 경우도 종종 있어왔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진행자의 이슈로 미처 후속 프로그램이 논의되기도 전에 '유스케'가 폐지되며 국내 심야 음악 프로그램의 명맥은 끊겨버린 셈이 됐다. 물론 '유스케'가 음악 시장에서 갖는 의미를 인지하고 있는 만큼 KBS 역시 '유스케'의 후속 프로그램 제작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까지 이와 관련해 정해진 바는 없는 상황이다.

유희열 역시 '유스케' 마지막 방송 당시 프로그램 폐지로 인한 가수들의 무대 축소에 대한 우려와 아쉬움을 내비친 바 있다. 그는 "저는 여기서 인사 드리지만 음악인들이 꿈꾸는 이 소중한 무대 음악 라이브 토크쇼가 잘 없다. 요즘 세상에는 자기 노래를 발표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순간이 거의 없더라. 이 소중한 무대가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도록 많이 아껴주고 응원해주시길 진심으로 부탁드린다"는 말로 '유스케'와 유사한 형태의 음악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물론 좋지 않은 이슈로 '유스케'가 갑작스럽게 막을 내린 상황에서 곧바로 후속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것에 부담이 적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유스케'의 뒤를 이을 심야 음악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언급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간 '유스케'가 일궈왔던 긍정적 영향력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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