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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계곡 살인’ 이은해, 웨이크보드로도 살해 시도? “안 탈 거면 여기 왜 따라와”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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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범 조현수 윤씨에게 “쪽 팔리게 뭐하느냐” 말하기도

세계일보

이은해, 조현수.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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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살인’ 사건 당시 이은해(31)와 공범이자 내연남인 조현수(30)가 물을 무서워하는 윤모씨에게 보드를 탈 것을 강요하는 듯한 증언이 나왔다.

전날인 11일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이규훈) 심리로 살인 및 살인미수,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미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이은해와 조현수의 5차 공판이 열렸다.

검찰은 이씨와 조씨가 계곡살인을 저지르기 1~2개월 전 피해자 윤씨를 데리고 자주 방문한 경기 가평균 ‘빠지’(수상레저를 즐길 수 있는 장소) 업체 사장 A씨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A씨는 “이씨와 조씨가 2019년 5월부터 6월까지 총 9차례 방문했다”며 “이 중 피해자 윤씨와 함께 온 건 6~7번 정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윤씨는 물을 아주 겁냈고 물에 들어가면 경직돼 굳어버려 허우적대지도 못했다”며 “수영강사 경험이 있던 직원 또한 윤씨는 ‘수영이 아예 안 되는 사람’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이어 “윤씨는 처음에 웨이크보드를 타기 싫어했다”며 “이은해가 윤씨에게 ‘안 탈 거면 여기 왜 따라왔느냐’고 짜증과 화를 내자 약 20분 후 탔다”고 했다.

또 “초급자들은 봉을 잡고 웨이크보드를 타는데 윤씨가 타던 중 손에서 봉을 놓쳐 물에 빠졌다”며 “구명조끼를 입고 있던 윤씨가 얼굴을 물에 전부 파묻고 엎드린 채로 경직돼 가만히 있는 모습을 보고는 물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런 모습을 보고도 조현수는 A씨에게 “윤씨가 탈 만한 ‘빡센’ 놀이기구가 없느냐”, “(놀이기구를 타다) 죽어도 좋으니 윤씨를 세게 태워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씨는 또 물을 무서워하는 윤씨에게 “형님 쪽 팔리게 뭐하느냐”고 말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증인 반대신문에서 피고인 측 변호인이 A씨에게 “윤씨가 웨이크보드를 처음 탄 날이었고 보드를 착용한 채 물에 빠졌기 때문에 엎드려 있었던 것은 아닌지”, “직원이 윤씨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했기 때문에 경직돼 있었던 것은 아닌지” 물었다.

이에 A씨는 “웨이크보드를 처음 타면 물에 빠진 채 몸을 돌리기 힘들지만, 100명 중 몸이 엄청 뚱뚱하거나 운동신경이 전혀 없는 1~2명을 제외하곤 대부분 몸을 가눈다”며 “윤씨의 경우 ‘운동신경이 전혀 없는 경우’로 보였다”고 했다.

또 “윤씨가 물에 빠졌을 때 직원은 위험하니까 윤씨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했던 것”이라며 “얼굴이 물에 완전히 잠긴 채 숨을 못 쉬는 상황에서 가만히 있으라고 가만히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공판에는 숨진 윤씨의 어머니가 참석했다.

그는 이씨의 왼쪽 어깨를 우산으로 때리며 “이 나쁜 X”이라고 외쳤다. 우산에 맞은 이씨는 굳은 표정으로 3초가량 윤씨의 어머니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이후 이씨는 교도관들을 따라 법정 대기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법정에 남은 윤씨의 어머니는 “때리면 안 된다”는 경위의 제지에 “왜 때리면 안 되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한편 앞선 4차 공판에서는 이은해가 ‘계곡 살인’ 사건 직후 119에 처음 신고한 목소리가 공개됐다.

지난 9일 인천지법 형사15부(이규훈 부장판사)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씨와 공범 조현수 씨(30) 4차 공판에서 서증조사를 진행했다. 서증조사는 증거를 신청한 측이 법정에서 직접 증거를 제시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한다.

녹음 파일에는 “안 보여요. 물에서 안 나와요. 빨리 와주세요”라는 이 씨의 목소리가 담겼다. 이후 이 씨와 함께 있던 지인이 2차례 더 신고 전화했다. 그는 119 상황실 직원이 “물에 빠진 지 얼마나 됐느냐”는 물음에 “5분 넘었어요. 빨리 좀 와주세요”라고 말했다.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본 윤 씨의 누나는 신고 당시 이 씨의 목소리가 법정에 흘러나오자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흐느꼈다.

수의를 입고 피고인석에 앉은 이 씨는 반성이나 죄책감 없이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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