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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재난에 발이 묶인다는 것, 장애인들에겐 더 가혹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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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버린 엘리베이터에 난감

‘장애인콜택시 이용 자제’ 문자에 황당


한겨레

지난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 빌딩의 침수로 고장 난 엘리베이터 앞에 선 장애인 김두영(80)씨. 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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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밤부터 시작된 집중 호우의 피해는 취약계층에게 더욱 크게 다가왔다. 특히 이번 폭우로 교통약자인 장애인들은 이동권을 보장받지 못해 고립되거나, 발이 묶이는 경험을 겪기도 했다.

지난 9일 서울 서초구의 한 빌딩 1층에 전동휠체어를 타는 장애인 김두영(80)씨가 건물 정전으로 멈춰버린 엘리베이터 앞에서 난감해 하고 있었다. 건물에 있는 약국을 가려했던 김씨는 “원래는 약을 매일 가져다주시는 분(활동지원사)이 있는데 어제 비가 많이 와서 제때 받지 못했다”며 “일단 건물까지 어떻게든 우산을 쓰고 왔는데,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서 약국 쪽에 전화해 담당자가 내려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김씨는 “폭우로 엘리베이터까지 갑자기 멈추니 이동하는데 속수무책”이라고 했다.

간밤 폭우가 서울 도심을 휩쓴 지난 9일 아침 신림동에 사는 지체장애인 김아무개씨(33)는 서울시설공단이 운영하는 장애인콜택시센터가 보낸 ‘기상 및 교통상황이 호전될 때까지 가급적 외출 및 장애인 콜택시 이용을 자제해 주시기 바란다’는 문자를 보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했다. 김씨는 “장애인콜택시는 장애인들에게 대중교통 수단인데, 비가 많이 오면 비장애인들에게는 대중교통 이용을 권하면서 장애인에게는 대중교통수단인 장애인콜택시 사용을 자제해달라는 것 자체가 장애인에게 이동할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서울시장애인콜택시센터 관계자는 11일 <한겨레>에 “정상적으로 (장애인콜택시는) 운영됐지만, 비가 많이 오는 상황에서 교통 체증·배차 지연 등에 대한 안내 문자를 보낸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장애인콜센터의 재난상황 대응 매뉴얼을 보면 호우·태풍 경보 발령 시 센터는 외출 자제를 권고하는 문자를 이용 고객들에게 보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씨가 사는 신림동 오피스텔 역시 침수로 건물 전체가 정전돼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다. 이날 김씨는 ‘오도 가도 못 하는’ 상황에 배달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재택근무를 해야만 했다.

김민아 성균관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재난 상황에서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생명은 더욱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이들의 권리가 보장되기 위해선 보다 많은 행정적 인력과 재원, 구조 방안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 10일 정부는 이번 폭우로 일상·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운 장애인들(활동지원수급자) 가운데 피해 사실이 확인되면 월 20시간(29만7천원)의 추가 돌봄을 받을 수 있는 긴급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신청을 원하는 장애인 활동지원수급자는 11일부터 읍·면·동 주민센터에 사회보장 급여 신청서 및 자연재난신고서를 제출하면 된다.

한겨레

지난 9일 아침 8시15분 서울시설공단이 운영하는 장애인콜택시센터가 보낸 ‘이용 자제 권고’ 문자. 김아무개(33)씨 제공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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