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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우리별 1호’ 발사 30년… 달 궤도선까지 우주기술 고도화 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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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발사돼 성공적 임무 수행, 누리호 쏘아올려 지구 귀환 추진

韓, 세계 6∼7위권 위성기술 보유… 2단형 우주발사체-달 착륙선 개발

우주탐사 분야까지 연구영역 확장

동아일보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의 연구팀이 한국의 첫 인공위성 ‘우리별 1호’를 점검하고 있다(위쪽 사진). 우리별 1호를 개발한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 연구팀. KAIS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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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8월 11일 오전 8시 8분.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의 쿠루 우주기지에서 ‘우리별 1호’가 우주로 향했다. 우리별 1호는 한국의 첫 인공위성으로 우주과학기술 불모지였던 한국의 첫 우주시대를 여는 출발점이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났다. 올해 6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 성공에 이어 4일에는 한국 최초 달 궤도선 ‘다누리’가 발사됐다. 자력으로 지구 저궤도에 실용급 위성을 올려놓을 수 있는 발사체는 물론이고 우주 탐사 기술 확보에도 나선 것이다. 미국과 러시아, 유럽, 중국, 일본 등 우주 개발 선도국과도 국제 협력을 도모할 수 있는 국제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했다.

○ 늦었지만 기업이 위성 만드는 시대 열어

한국의 우주 개발은 198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첨단기술 육성 방안 중 하나로 우주 개발 계획을 수립했다. 공식 문서 형태로 정리된 자료는 1993년 마련된 ‘21세기에 대비한 항공우주사업의 육성 방안’이 처음이다. 선진국에 비해 30∼40년 늦은 시작이었다. 우주 개발은 보통 발사체와 위성, 우주 탐사 등 크게 세 분야로 나뉜다. 국내에선 인공위성 개발이 가장 먼저 추진됐다.

우리별 1호는 한국 인공위성 개발의 시작점이다. 우리별 1호는 가로 352mm, 세로 356mm, 높이 670mm, 무게가 48.6kg인 소형 위성이다. 1987년 항공우주산업개발촉진법이 마련되고 1989년 문을 연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의 연구팀이 영국 서리대의 기술 지원을 받아 개발했다.

30년 전 프랑스 발사체 아리안V-52에 실려 발사된 우리별 1호는 고도 1300km 지구 경사각 66도인 임무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세계 22번째로 인공위성 보유국이 된 순간이었다. 지구 표면 촬영과 지구 주변 방사선 측정이라는 과학 임무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권세진 KAIST 인공위성연구소 소장은 “우주를 향한 한국의 도전이 시작됐던 것”이라고 평가한다. 우주과학과 우주천문학 연구가 본격 도약하고 우주를 꿈꾸는 인재 육성도 늘어나는 등 우리별 1호 발사가 국내에 가져온 긍정적 효과가 크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제는 차세대 중형 위성 2호 등 민간기업 주도로 인공위성을 개발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우리별 1호를 개발한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 인력이 1999년 설립한 국내 최초 위성 개발 전문기업 쎄트렉아이를 비롯해 KT SAT, LIG넥스원 등 굵직한 국내 토종 위성기업들도 생겨났다.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등 위성 관련 국내 스타트업들도 꿈틀하고 있다. 한국은 현재 세계 6∼7위권 인공위성 개발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김이을 쎄트렉아이 대표는 11일 대전 KAIST에서 열린 우리별 1호 발사 30주년 워크숍에서 “우리별 1호 개발이 위성 기술 획득 단계였다면 독자 개발 단계, 기술 성숙 단계를 거쳐 현재는 기술 고도화 단계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우리별 1호는 지구 1300km 상공을 지금까지 돌고 있다. 원래 임무 기간이었던 5년을 넘겨 7년간 더 작동하다가 2004년 지구와 교신이 끊겼다. 그런데 우리별 1호 발사 30주년을 맞아 이번에 우리별 1호 위성 귀환 임무가 추진된다. 누리호로 수거 위성을 쏘아올리고, 우리별 1호를 수거해 지구로 가지고 온다는 구상이다. KAIST 인공위성연구소는 우리별 1호를 포획해 대기로 재진입시키면서 아직 국내에 없는 우주 탐사 핵심기술인 궤도 조정, 랑데부, 위성 근접 비행 등을 수행하는 연구를 기획 중이다.

○ 우주 탐사 영역으로 확장

한국은 이제 소형 영상 레이더, 저궤도 위성 양자통신 암호 통신 시스템, 인공위성 레이저 탑재체 등 차세대 인공위성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과학 실험이나 산업, 안보 더 나아가서는 심우주 탐사에도 쓰일 수 있는 기술들이다.

인공위성을 포함해 발사체나 우주 탐사 분야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5월 1조9330억 원을 들여 누리호보다 강력한 2단형 우주발사체를 개발하는 차세대발사체 개발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에 들어갔다. 점점 더 저가 경쟁으로 치닫는 상업 발사 시장에서 누리호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다. 2030년 달 착륙 검증선, 2031년 달 착륙선을 발사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임종빈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 정책연구1팀장은 “우주로의 활동 영역 확장과 우주 자원 역량 확보로 지속가능 사회, 경제 발전과 세계 영향력 있는 국가로 발돋움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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