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글로벌 아이] ‘포뮬러E’의 질주가 비추는 미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안착히 글로벌협력팀장


서울 잠실이 들썩이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아니고 바로 내일부터 열릴 ‘2022 서울 E-프리(2022 Seoul E-Prix)’ 대회 때문이다. 88서울올림픽이 열렸던 이곳 도심 한복판에서 대형 모터스포츠인 세계 전기차 경주대회(Formula E, FE)가 열린다는 사실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경기 장소부터가 파격적이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전기차들이 주말동안 레이스를 펼칠 장소는 잘 닦인 전용 트랙이 아닌 잠실주경기장과 주변 도로이다. 전남 영암 서킷과 같은 트랙이 필요한 포뮬러원(Formula 1, F1)과 달리 FE는 질주시 소음과 온실가스 배출이 미미한 전기차 특성 때문에 도심 경기가 가능하다. 내연기관 특유의 ‘섹시한’ 엔진 사운드가 없어 좀 싱겁다는 지적은 인식의 차이로 넘어가 보자.

중앙일보

2018년 포뮬러E 시즌5에 도입된 젠2(사진) 모델은 이번 서울 대회가 마지막 시즌이다. 2023년엔 젠3이 선보일 예정이다. [사진 포뮬러E 사이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FE 경주 자동차는 규격 요건 또한 특이하다. F1은 참가하는 팀별로 ‘머신’의 디자인과 제작을 독자적으로 전담하는 반면, FE는 참가하는 11개 팀 모두 젠2(GEN2)라는 차체와 동일한 타이어 및 배터리를 장착한다. 어느 팀이 배터리 관리의 기술과 묘미를 살려 경쟁자들보다 빠르고 효율적인 레이스를 펼치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여기서 FE 차량의 모습이 여타 레이스카와 비교해 야생의 매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아프지만 인정하자. 외관과 디자인은 계속 진화할 것이니.

FE를 F1과 비교하자면 그 규모나 대중성에서 기본 엔진출력과 대회 상금 등 아직도 격차가 상당하다. 기존 내연차량과 전기차 사이에 존재하는 격차들을 그대로 반영한 모습이다. 하지만 FE가 2014년 베이징에서 첫선을 보인 이후 여덟번 째를 맞으며 해가 갈수록 인기와 관심을 끄는 데는 외면할 수 없는 지구 환경적 요구가 있다.

영국의 경우 2030년부터 신규 순수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선포했고, 유럽연합의 27개국 환경부 장관들은 지난달 말 룩셈부르크에 모여 2035년부터 가솔린과 디젤 신차 판매 금지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내연 기관차 시장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는 셈이다.

이런 산업과 시장의 변화를 감안할 때 이번 서울 E-프리 대회의 의미는 크다. 세계 자동차 생산국 5위에 드는 한국이 전기차 시장에서 아직 본격적인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고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차량에 기술 참여가 없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그래서 이 분야는 아직 ‘그들만의 리그’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가 바로 우리 앞마당에서 산업의 변화와 미래를 실감할 수 있는 기회인 만큼 한국 자동차 업계가 전략적인 ‘레인 체인지’를 통해 승부를 잡을 방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일단은 야생의 엔진소리와 외관에 너무 집착하지 않고 관전해볼 참이다.

안착히 글로벌협력팀장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