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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왓챠가 年 150억원씩 '상납'해야 했던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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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플랫폼 비용에 허덕

"성장 걸림돌 제거해야" 하소연

김주완 스타트업부 기자

한국경제

“남 일 같지 않네요.”

최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스타트업 왓챠의 경영 위기 소식에 국내 스타트업 업계의 공통적인 반응이다. 최근 왓챠는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자금이 쪼들리게 되자 경영권까지 내걸고 외부 자금 수혈에 나선 것이다.

그동안 왓챠는 국내 대기업들과 글로벌 빅테크들이 대규모 ‘쩐의 전쟁’을 벌이는 OTT 분야에서 유일한 스타트업이라는 점 때문에 주목받아왔다. 주요 경쟁 상대가 넷플릭스와 디즈니+, 애플TV, 웨이브(SK텔레콤), 티빙(CJ ENM), 시즌(KT) 등 하나같이 쟁쟁하다.

그런데도 왓챠는 영화 평점 데이터를 주무기로 틈새시장을 노리며 꾸준히 성장해왔다. 이용자는 100만 명을 넘어섰고, 매출은 지난해 708억원으로 1년 전보다 86.1% 늘었다. 하지만 수익성이 발목을 잡았다. 영업 손실이 2020년 154억원에서 지난해 248억원으로 증가했다. 외부로 빠져나가는 돈이 늘었기 때문이다.

왓챠는 지난해 구글과 애플 등 앱 장터 사업자에 통행세 명목으로 79억5000만원을 납부했다. 국내 통신사에는 망 사용료로 71억5000만원을 지불했다. 사실상 경쟁사인 글로벌 빅테크와 국내 통신사에 150억원 이상을 내준 것이다. 안 그래도 공룡들과 싸우는데 매출 20% 이상을 이들에 매년 상납하다 보니 사실상 버틸 재간이 별로 없다. 왓챠가 202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2년6개월 동안 지급한 앱 결제 수수료는 165억원, 통신사에 내는 망 사용료는 173억원에 이른다.

비단 왓챠만의 문제가 아니다. 앱 기반의 디지털 콘텐츠를 판매하는 스타트업은 모두 플랫폼을 빌려 쓰는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 리디, 밀리의서재, 레진엔터테인먼트 등의 e북·웹소설·웹툰업체도 앱 결제액의 30%를 구글과 애플에 납부해야 한다. 모바일 게임 스타트업 엔픽셀은 지난해 150억원 정도를 구글과 애플에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앱 마켓 수수료율이 과하다는 지적에 정치권과 정부는 지난해 일명 ‘구글 갑질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세계 최초로 법제화하기는 했다. 하지만 구글은 올해 자사 결제 방식의 적용 범위를 오히려 확대했다. 최근 소관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뒤늦게 관련 조사에 나섰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구글의 결제 방식에 어떻게 대응할지 해외 스타트업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수 늘리기에만 집착하지 말고 앱 통행세 같은 성장의 ‘걸림돌’을 제거해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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