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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트럼프 수사 놓고…미 언론 “한국 배워라” “위험한 길” 두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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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0일 뉴욕주 검찰에 출두하려고 트럼프타워를 나서면서 지지자들에게 주먹을 쥐어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6시간에 걸친 심문에서 묵비권을 행사했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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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플로리다 팜비치 마러라고 별장을 압수 수색한 데 이어 10일(현지시간)엔 검찰이 트럼프를 소환 조사하면서 미국 사회가 두 동강 날 위기를 맞고 있다. 246년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이 형사 기소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마러라고와 뉴욕 트럼프 타워 등에선 바이든 지지자와 트럼프 지지자들이 각각 찬반 시위를 벌이는 등 분열 양상이 심화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CNBC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뉴욕주 검찰청에서 약 6시간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자신의 증인이 될 것을 강요받아선 안 된다’는 수정헌법 제5조를 근거로 묵비권을 행사했다. 트럼프는 모든 질문에 “같은 대답(Same Answer)”이란 말을 440번 이상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아무 답변을 하지 않은 것은 법률적 전략”이라고 풀이했다. 거짓 증언이 확인되면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2016년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가 국무부 장관 시절에 개인 e-메일로 기밀정보를 주고받은 혐의로 조사를 받으면서 묵비권을 행사하자 “결백하다면 수정헌법 5조를 들먹일 필요가 없다”고 비판한 적이 있다.

트럼프는 조사 전 입장문을 내고 “인종차별론자인 뉴욕주 검찰총장을 만나게 됐다”며 “미국 역사상 최대 마녀사냥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지지자인 흑인 여성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이 정치적인 이유로 자신을 표적 수사한다는 의미다. 뉴욕주 검찰은 트럼프 일가가 보유 부동산의 자산 가치를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선 축소하고, 은행 대출을 받는 과정에선 부풀렸다는 혐의를 지난 3년간 수사해왔다.

수사를 놓고 미 언론도 의견이 엇갈렸다. 이샨 사루어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는 9일 ‘미국, 전직 지도자 수사하는 민주국가에 합류’라는 칼럼에서 “미국에서만 전례가 없을 뿐, 건강한 민주주의 국가가 전직 지도자를 조사하고 유죄를 선고하며 수감하는 건 정상”이라며 “그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처벌을 언급하며 “한국은 미국처럼 정치적으로 양극화됐음에도 전임 대통령에 대한 분노를 잠재우고 보수에서 진보, 다시 보수로의 평화롭고 민주적인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며 “미국인들이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 통신의 바비 고시 칼럼니스트는 ‘민주주의는 전직 대통령의 기소를 견딜 수 있다’는 칼럼에서 “전 국가수반이 법의 심판대 위에 서는 것은 민주주의의 척도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FBI의 위험한 트럼프 수색’ 제목의 사설에서 “압수 수색이 11월 중간선거를 약 90일 앞두고 이뤄져 정치적 목적이 의심된다”며 “메릭 갈런드 법무부 장관이 미국을 위험한 길로 이끌고 있다”고 비판했다. WSJ는 “트럼프가 혐의를 벗게 되면 ‘순교자’ 이미지로 2024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자신에게 부정적이던 공화당원의 지지까지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NYT도 “트럼프가 ‘마녀사냥당한 순교자’ 이미지를 굳힐 수 있다”며 “이번 수사가 ‘약자’인 전직 대통령에 대한 정치 보복으로 비쳐 지지층 결집의 호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호·배재성·김다영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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