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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법으로 줄인 檢 수사권, 시행령으로 뒤집는 건 당당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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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과천=뉴시스


법무부는 대통령령인 ‘검사의 수사 개시 범죄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12일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공직자범죄였던 직권남용, 선거범죄였던 기부행위는 각각 부패범죄로 재분류됐다. 검찰의 수사 대상이 아니었던 마약 유통과 서민 갈취 폭력 조직은 경제범죄에 추가됐다. 다음 달 10일 개정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이 시행되면 검찰은 부패와 경제범죄만 직접 수사할 수 있다. 법무부가 시행령 개정으로 법 개정 효력을 무력화시킨 것이다.

법무부는 “현 규정은 복잡다기한 부패경제범죄를 포괄하지 못한다”고 법 개정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범위를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 참사 등 6대 주요 범죄로 제한한 것은 2년 전 검경 수사권 조정 때였다. 당시 검찰, 경찰과 협의를 거쳐 범죄 유형을 분류했고, 이후 국회 논의도 그걸 전제로 했다. 범죄 형태가 갑자기 달라진 것도 아닌데, 정권이 교체됐다고 범죄 분류 기준이 바뀌어야 하나.

특히 직권남용을 부패범죄로 편입한 것은 상식 밖이다. 현행 규정상 부패범죄는 뇌물, 알선수재, 배임수재 등 부정한 금품이 오간 범죄다. 공직자범죄는 공무원이 직무 수행 중에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 금품 범죄가 아니다. 직권남용은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수사 때부터 남용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검찰이 직권남용에 대한 수사권을 놓지 않으려는 것은 적폐청산과 같은 사정(司正)을 반복하겠다는 것 아닌가.

정권교체 일주일 전에 국회 본회의와 국무회의를 통과한 검수완박법은 내용적으로나 절차적으로 허점이 적지 않다. 수사가 끝나야 알 수 있는 뇌물 액수에 따라 검찰과 경찰의 권한을 미리 나눠 놓은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개인의 자유를 제약하는 국가형벌권의 주체와 범위에 관한 법령은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해야 법적 안정성이 보장된다. 검수완박법이 하자가 있다고 그걸 시행령으로 뒤집으면, 그 시행령은 얼마나 오래가겠나. 위헌 여부를 심사 중인 헌법재판소의 판단이라도 기다려야 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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