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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을 박차고 나와 청년들이 향하는 곳은? [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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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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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입사한 회사에서 퇴사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청년층의 첫 직장 평균 근속기간은 1년 6.8개월이다. 취업 플랫폼 사람인의 조사 결과, 2030세대들이 퇴사를 결심하는 이유로는 '더 좋은 회사로 이직 준비'(20대 56.3%, 30대 55.7%)가 가장 많았다. 특히 20대는 자신의 '성장 가능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청년들은 결코 아무 데나 취업하려고 하지 않는다. 어찌어찌 밀려서 취업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하향 취업인 경우, 혹은 기존 일자리와 조직문화에 실망하여 퇴사를 감행하는 경우가 나타난다.

올해 9급 공무원 공채 경쟁률은 29.1대 1. 1992년 19.3대 1 이후 30대 1 이하로 내려간 것이 30년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청년들에게 공무원이라는 일자리는 성장의 기회이기보다는 안전의 기회였다. 오랜 청년 실업의 시대를 거치며 경제적 안정을 보장해 줄 뿐만 아니라, 진입 과정의 공정성을 보장해 준다는 점에서 청년들의 선망이 담긴 직종으로 자리잡았었다. 이제 공무원을 향한 뒤틀린 선망도 흔들리는 것으로 보인다.

2030세대의 조기 퇴사 현상이 공동체보다 개인의 성장이나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대 특성 때문이라는 진단도 있지만, 청년들이 안전함에서 떠나고 있는 현상에 주목해 보고 싶다. 오랜 고용 불안의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한동안 청년들이 안전한 일자리를 선망해왔다면, 이제 우리 사회에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모험적이고 진취적인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청년들이 안전함을 떠나 향하는 곳은 어디일까? 행복한 일과 삶을 찾아서 향한다면 과연 그러한 일자리는 어떤 것일까?

폴란드의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은 소비 사회에서 가장 가치 있는 노동으로 여기는 것은, 감각적 쾌락을 통해 미적인 또는 재미있는 경험을 만들어내는 일이라고 한다. 소비 사회가 문화 상품, 취향을 바탕으로 한 소비 등을 추구하면서 노동의 영역도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직업과 취미, 일과 놀이, 노동과 여가를 구분하는 경계선이 흐려진다. 스스로 일 그 자체에서 만족을 얻으며 직업, 여가와 취미, 일과 놀이, 노동의 경계를 허문 이들이 선망의 대상이 된다. 우리 사회에도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겪은 부모 세대의 지지 속에 비교적 자유로운 10대를 보내고 세상에 등장한 청년들에게 일과 취미의 경계는 희미하다. 깔끔한 공장 제품 대신 조금 어설프더라도 세상에 유일한 개성을 가진 수공예품이 각광을 받는다. 조금 비싸더라도 환경친화적인 제품을 선호한다. 이러한 시대에는 기계화와 대량생산체제 이전 장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기술'이 자신의 정체성이 될 수 있다. 개개인이 가진 취미가 기술로 이어져 일이 결합된 형태는 1인 혹은 소규모 창업의 출발점으로 삼기에도 좋다.

오늘의 청년 세대는 '새로운 일을 원하는 세대'이다. 이 새로운 일이야말로 청년 스스로 만들어나가고, 우리 사회가 새로운 세대의 일로서 인정하고 지지해 주어야 한다. 청년들을 위해 기존의 일자리를 늘리는 것을 넘어, 청년들이 공동체 속에서 좋은 관계를 맺고 다양한 상상과 실험을 해 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이 중요한 이유이다. 지역사회에서 청년들이 로컬 크리에이터로 성장하도록 돕는 사업들이 활발해지고 있다. 새로운 일을 향해 도전하는 청년들에게 안전한 플랫폼이 되어 주면 좋겠다.
한국일보

강민정 한림대 글로벌협력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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