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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이슈 세계 금리 흐름

美 인플레 정점 찍었나… 금리인상 속도조절론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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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던 나스닥, 107일만에 약세장 탈출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8.5%, 생산자물가 5.8%로 둔화

미 평균 휘발유값, 갤런당 3달러대로

연준 금리 인상 속도 늦출 가능성 커져

뉴욕과 유럽 등 세계 증시 급등

달러 가치 떨어져 ‘강달러’ 공포 완화

바이든 “인플레 완화 징후... 내 경제 계획 작동돼”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접어들었다는 지표가 발표되면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각국 증시가 일제히 오르고 달러 가치가 급락하는 등 국제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있다. 한국 코스피와 코스닥도 11일 각각 1.73%, 1.45% 상승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각) 백악관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이 완화될 수 있다는 징후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미 노동부는 7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8.5% 상승했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 자체는 아직 매우 높은 수준이지만, 지난 6월 9.1%보다 확연히 내려간 데다 시장 예상치(8.7%)도 밑돈 것이다. 11일 발표된 생산자물가(PPI)도 전년 대비 상승률이 9.8%로 전월 11.2%보다 크게 꺾였다. CNBC는 “지난 2년간 미 인플레가 꾸준히 상승했는데, 7월의 둔화는 처음 나타난 안정적 신호”라고 했다. 물가 하락은 그동안 금리 인상을 통한 인플레 억제책과 시중 유가 인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됐다. 10일 미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3.99달러로, 지난 3월 이후 처음 4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물가 정점론’이 힘을 얻으면서, 미 연방준비제도가 물가 억제를 위해 펼쳐오던 급격한 금리 인상 속도가 늦춰질 것이란 관측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6~7월 0.75%포인트의 ‘자이언트 스텝’ 금리 인상을 연달아 단행한 연준이 내달엔 0.5%포인트 정도의 ‘빅 스텝’으로 보폭을 좁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0일 시카고상품거래소 연방기금금리 선물은 9월 금리 인상 폭을 0.5%포인트로 정할 확률을 62.5%로 반영했다.

투자 심리가 개선되면서 10일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모두 급등했으며, 11일도 상승 출발했다.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0일 전일 대비 2.9% 급등 마감했다. 나스닥은 고강도 긴축 공포에 107일간 이어진 약세장(bear market)을 탈출하는 동시에, 6월 저점 대비 20% 오른 기술적 강세장(bull market)으로 진입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미국발 금리 인상에 뒤늦게 동참하며 침체 우려에 휩싸였던 유럽 각국 증시도 10~11일 모두 상승했고, 11일 아시아 등 세계 증시가 동반 상승했다. 위험 자산인 비트코인 등 암호 화폐도 급등했다.

미 기준금리 인상 압박에 치솟던 달러 가치도 급락, 강(强)달러 공포도 다소 완화되기 시작했다. 10일 미 달러 가치는 전일 대비 1.10% 급락했다. 달러 앞에 힘을 못 쓰던 엔화와 유로, 파운드 가치는 일제히 치솟았다. 이날 뉴욕 차액결제선물환 시장에서 달러·원 1개월물은 전장 1310.4원에서 12.8원 떨어진 1297.6원에 최종 호가됐다. 로이터통신은 “연준이 덜 공격적으로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달러 강세의 동력이 소진될 것”이라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사람들이 여전히 물가로 고통받고 있지만, 이제 인플레 완화 징후가 보이고 있다”며 “내 경제 계획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완화를 공언한 것은 처음으로, 중간선거를 3개월 앞두고 그의 발목을 잡던 인플레와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기 시작했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뉴욕=정시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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