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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4일째 도로 한복판에 덩그러니···폭우 침수차 견인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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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시티 “천재지변이니 피해 보상 어렵다”

침수 피해 차주 “늑장 대응이 피해 키웠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침수 차량은 길 한복판에 방치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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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피해가 차츰 수습되고 있지만 센트럴시티가 운영하는 파미에스테이션 건물 인근 도로에는 여전히 침수 차량들이 방치되어 있다. 이 차량들은 폭우가 쏟아지던 8일 밤부터 4일째 길 한복판을 덩그러니 막고 있다. 침수 피해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따지는 과정에서 차주와 센트럴시티 간 갈등이 해결되지 않아 그 누구도 차를 견인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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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 터미널 파미에스테이션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도로 중간에는 폭우의 여파로 차량 5대가 아무렇게나 방치돼 있었다. 8일부터 이틀간 많은 양의 비가 쏟아지면서 도로와 주차장에 물이 차오른 탓이다. 이 주차장을 관리하는 김 모(68) 씨는 “1층 주차장 끝까지 물이 70cm가량 차면서 차가 완전히 물에 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후 차주들이 길가에 널브러진 차를 자발적으로 옮기면서 일부 도로가 정리됐다. 하지만 상황이 완전히 수습되지는 않았다. 이날 오후 5시까지도 길 한복판에 차량 두 대가 그대로 남아있었다. 그 바람에 이 길목을 지나는 차들은 S자로 꺾으면서 가까스로 도로를 빠져나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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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미에스테이션 주차장 내부에도 여러 대의 차량이 통로 주변과 출구로 이어지는 길목 등을 막으면서 혼란스러운 장면이 연출됐다.

이에 대해 파미에스테이션을 운영하는 센트럴시티 측 관계자는 “차주들이 개인적으로 보험을 불러서 차를 견인해가야 하는데 아직까지도 차를 이동시키지 않고 있다”며 “천재지변으로 인한 피해이므로 사측에서 보상할 일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침수 피해를 입은 차주들의 입장은 다르다. 차를 파미에스테이션 주차장에 주차해뒀는데, 센트럴시티 측에서 침수 사실을 빠르게 알리지 않으면서 피해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8일 가족들과 저녁을 먹으러 갔다가 침수 사고를 당한 정 모(50) 씨는 “센트럴시티 측에 따르면 32분부터 침수가 시작됐는데, 안내 방송은 50분에 한 차례 이뤄졌고, 이마저도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라며 “그날 건물 내부에 있었던 직원들조차 안내 방송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알지 못하고 있고, 손님 역시 그 누구도 안내 방송을 들은 적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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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씨는 당시 센트럴시티 측이 침수 장면을 촬영하지 못하게 막는 등 피해를 숨기는데 급급했다고도 했다. 그는 “센트럴시티 직원들은 건물 내부에서 주차장으로 이동하는 길목을 통제하면서도 고객들에게 그 이유를 알리지 않았다”며 “그 때 ‘차를 빼라’고 소리만 질렀어도 피해가 이렇게까지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9일 파미에스테이션 내부 1층 상인들은 가게 내부 바닥에 물이 흥건하게 차 있는데도 취재진에게 “아무 일도 없었다”고 말하며 침수 사실을 숨겼다. 다른 상인들 역시 “사측에서 인터뷰하지 말라고 했다”며 언급을 꺼렸다. 이날 건물 내부 식당 30여곳은 침수 피해로 전부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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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를 입은 차주들은 센트럴시티 측에 진상 규명과 피해 보상을 요구하기 위해 단체 채팅방 등을 만들어 대응하고 있다. 해당 채팅방에는 이날까지 23명의 차주들이 모였다.

센트럴시티 측은 이번 폭우로 주차장에서 약 50여대 차량이 침수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센트럴시티 관계자는 “당시 주차장이 침수되면서 출차 시 감전 사고 등의 위험이 있었다”며 “사람을 구출해야 할 만큼 위중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안전을 중심으로 고객을 대피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남명 기자 nam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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