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제37대 총무원장 선거에 진우 스님 단독 출마···‘사실상 당선’

일각에선 ‘종단 민주주의 손상’ 비판

제37대 총무원장 선거에 단독 출마한 진우스님. 대한불교조계종 제공

대한불교조계종 제37대 총무원장 선거에 전 조계종 교육원장인 진우 스님이 단독 출마하면서 사실상 당선을 확정지었다.

11일 조계종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마감된 총무원장 후보 등록에 진우 스님이 유일하게 서류를 접수했다. 2019년 종단 선거법 개정을 통해 도입된 ‘단일 후보 등록 시 무투표 당선 규정’에 따라 진우 스님은 투표 없이 당선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처음 적용되는 이 규정은 총무원장 선거 때마다 후보 비방과 의혹 제기 등으로 종단이 분열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진우 스님은 오는 18일 후보자 자격 심사를 거쳐 내달 1일 당선증을 받고 28일 취임한다. 조계종 관계자는 “절차상 자격 심사가 있긴 하지만 이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진우 스님은 2012~2014년 백양사 주지를 지냈다. 총무원 총무부장과 기획실장, 호법부장 등 중앙 총무기관의 주요 역할을 맡아왔다. 2019년부터 최근까지 교육원장을 지냈다.

진우 스님의 총무원장 선거 단독 후보 등록은 종단 내부에 형성된 ‘단일 후보 추대론’의 영향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9일 조계종 종책 모임인 불교광장은 차기 총무원장 후보로 진우 스님을 합의 추대했다. 모임은 성명에서 “종단의 원로 중진과 교구본사 주지 스님, 종도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충분한 검증을 통해 제37대 총무원장 후보로 등록한 전 교육원장 진우 스님을 강력히 지지하기로 의견을 하나로 모았다”고 밝혔다. 매 선거 과정에서 후보 난립 등으로 겪었던 내홍을 피해가려는 의도로 보인다.

4년 임기의 총무원장은 대외적으로 조계종을 대표하는 자리로 24개 교구 본·말사 주지 임면권과 재산처분 감독권, 중앙예산 집행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단일 후보 추대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불교계 시민단체인 참여불교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는 이날 입장문에서 “지금 조계종의 단일 후보는 협잡에 불과하다”며 “차기 원장은 종단을 막후에서 지배하는 전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누구를 낙점할 것인지에 달려있었다. 몇몇 유력한 세력 대표들의 합의로 종권의 향방이 정해진다는 것이 드러남으로써 종단 민주주의가 심각한 손상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무투표 당선 결정으로 선거가 공론장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고도 지적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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