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드론으로 수류탄 배달해드립니다’ 러시아군 괴롭히는 우크라이나 소형 드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우크라이나 키이우 외곽에서 지난 6월 8일(현지시간) 드론을 테스트하는 장면.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이 취미용이나 배달용으로 출시된 일반 소형 드론을 러시아군에 대항하기 위한 무기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군용이 아닌 소비자용 드론을 무기로 활용하는 우크라이나군의 전략을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취미용이나 배달용으로 유통되는 드론에 수류탄을 부착해 적진으로 보내거나, 러시아군 동태를 정찰하는 식이다.

NYT는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태블릿으로 소형 드론을 조종하며 러시아군을 찾고, 배터리가 닳기 전에 드론을 돌려 부착해뒀던 수류탄을 조심스레 떼어내는 모습도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소형 드론에 수류탄을 싣는 방법을 연구하다가 부상을 입기도 했으나, 자체 워크숍에서 3D 프린터를 활용한 수류탄 안전장치를 고안했다.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드론을 ‘모기’라고 부른다. 한 우크라이나 사령관은 “(드론) 실험 열풍이 일어났다”며 드론이 윙윙거리며 언제 날아들지 모르기 때문에 “러시아군은 먹지도 자지도 못한다. 스트레스가 그들이 실수를 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작은 폭탄용 드론 제작 워크숍을 진행한 적 있는 또 다른 사령관은 “오로지 기술을 통해서만 우리는 승리할 수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

우크라이나 미콜라이프 전선에서 지난 8일(현지시간) 한 우크라이나 수색정찰대 ‘반딧불이’ 팀원이 드론을 조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드론이 전쟁에 활용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일찍이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드론을 투입했으며, 2020년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사이 전쟁에서도 터키산 드론이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때 드론이 무게가 많이 나가고 비싼 군용 드론이었다면 현재 우크라이나군은 날개가 4개뿐인 소형 드론이나 중형 드론을 폭탄 투하 등에 사용하고 있다.

물론 우크라이나군은 50km까지도 갈 수 있는 비싼 군용 드론도 보유했다. 그러나 전선에서는 값싼 일반 공산품 혹은 수제 플라스틱 드론을 개조해 쓰는 경우가 더 많다고 NYT는 덧붙였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분리주의자들과 싸워오면서 오래전부터 드론을 기술적으로 활용해왔다. 러시아 침공 이전에 우크라이나군은 터키에서 바이락타르 TB2 무인기를 구입해 가장 강력한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 NYT는 이 같은 드론 전략을 두고 “러시아의 중화기에 맞서기 위한 우크라이나군의 혁신”이라고 평가했다.

경향신문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 8일(현지시간) 한 러시아 군인이 러시아산 무인정찰 드론 오를란10을 준비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반면 러시아는 장거리 타격용 드론을 보유하고 있긴 하지만 물량이 부족하고 일반 소비자용 드론의 활용성은 더 적다고 NYT는 분석했다. 대신 러시아는 대포나 탱크 같은 전통적인 중화기를 앞세우고 있다. 비정부기구, 군인들의 친척과 친구가 기부하는 소형 드론의 수도 우크라이나보다 뒤처진다.



우크라이나군은 다양한 방식으로 드론용 자금을 끌어오고 있다. 대중의 기부를 받고, 주방용품을 팔아 모금하기도 했다. 비정부기구 ‘프론트라인 케어’는 모금을 위해 드론에 실린 폭탄에 메시지를 적는 ‘붐보드’ 프로젝트도 고안했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폭탄에 원하는 메시지를 적는 대가로 약 25달러 이상을 내고 있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들을 위해”라는 메시지를 보낸 한 여성은 “민주주의와 평화가 더 나은 삶을 줄 수 있다고 믿지만 현재로선 무기 없이는 나라를 지킬 수 없다”고 NYT에 말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 [뉴스레터]좋은 식습관을 만드는 맛있는 정보
▶ ‘눈에 띄는 경제’와 함께 경제 상식을 레벨 업 해보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