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8 (목)

中, 또 '사드'로 한국 흔들기… "정부, 일관된 대응 필요"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중 외교회담 끝나자 '3不' 이어 '1限'까지 거론

전문가 "한미 협력 견제 의도… 미중갈등도 영향"

뉴스1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국방부영상공동취재단 제공) 2017.9.7/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중국 당국이 이미 우리나라에 배치된 주한미군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운용 제한을 의미하는 이른바 '사드 1한(限)'을 공식 거론하고 나서 파장이 일고 있다.

중국 측은 그동안 '사드 3불(不)', 즉 △한국에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동맹도 결성하지 않는다는 게 '한중 간 합의사항'이라고 주장하며 우리 정부를 상대로 그 준수를 요구해온 상황.

이런 가운데 그동안 언론보도를 통해서만 거론돼왔던 '1한'에 대해서마저 중국 당국이 직접 공론화를 시도하면서 이 문제를 둘러싼 한중 간 갈등이 한층 더 심화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드 3불'이 처음 등장한 건 문재인 정부 시기였던 지난 2017년 10월이다. 당시 중국 측이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와 관련해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등 보복조치를 취하면서 한중관계가 경색되자 남관표 국가안보실 제2차장과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가 마주 앉았고, 이 자리에서 이른바 '사드 3불'이 거론됐다. 그리고 2개월 뒤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이뤄졌다.

이후 중국 측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드 3불'은 "한중 간 합의사항"이라고 주장하며 우리 측에 "적절한 처리"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사드 3불' 논란에 대해 "당시 사드에 관한 정부 입장을 설명했던 것일 뿐 국가 간 약속·합의가 아니다"고 밝혀왔고,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사드 3불이 한중 간 합의나 약속이 아니다"는 입장은 유지되고 있다.

우리 외교부에 따르면 박진 장관은 이달 9일 중국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에서 열린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의 회담을 통해 "사드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한국민의 생명·안전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라며 "협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중국 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는 박 장관이 외교장관회담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10일 '사드 3불'과 '1한' 모두 "한국 정부가 대외적으로 선포"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우리 측을 재차 압박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중국 측이 이처럼 사드 관련 문제를 계속 거론하는 데는 한미동맹을 흔들기 위한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뉴스1

박진 외교부 장관(왼쪽)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 뉴스1 (중국 외교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윤석열 정부는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면서 '중국에 할 말은 하겠다'는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사드 3불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도 피력했다"며 "향후 한국이 미국의 MD 구축에 협조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중국 측에서 사전에 견제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당장 사드 추가 배치나 MD 참여를 시도할 것으로 보긴 어렵고, 더욱이 한미일 군사동맹은 현실성이 없다"면서도 "그럼에도 중국 측이 문재인 정부 땐 얘기하지 않았던 '1한'을 언급한 데는 미중 간 갈등의 영향도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박 장관의 이번 방중에 앞서 지난 2~3일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해 미중 갈등이 최고조로 치달았다. 중국 당국이 미 '국가 의전서열 3위'에 해당하는 펠로시 의장의 이번 대만 방문을 '하나의 중국' 원칙(중국 대륙과 홍콩·마카오·대만은 나뉠 수 없는 하나이며 합법 정부 또한 중화인민공화국 하나라는 것)을 훼손하려는 시도로 봤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가 미국의 인도·태평양 역내 주요 동맹국 가운데 하나이자 중국과도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과 전 방위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으로선 '한국 흔들기'를 언제든 유용한 카드로 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의 이번 '사드 3불1한' 언급 등과 관련해 "일희일비해선 안 된다"며 일관된 원칙에 따라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하고 있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중국은 올 10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3연임'이 결정될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와 11월 미국 중간선거 결과를 봐야 하기 때문에 적어도 내년 3월까진 관망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며 "중국은 중국대로, 우린 우리대로 각자의 외교 원칙에 따라가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양 위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이번에 '사드 3불1한'을 얘기한 건 그처럼 됐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반영한 것"이라며 "또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미리 '보험'을 들고자 하는 측면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어쨌든 '사드'와 관련해 우리 측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건 분명하다는 뜻이다

아와 관련 박 장관은 이번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중국 옛 성현 공자의 어록 가운데 '화이부동'(和而不同·남과 사이좋게 지내긴 하나 무턱대고 어울리진 아니함)을 언급하며 "국익과 원칙에 따라 중국과의 협력을 모색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ntiger@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