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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폭우 덮친 서울, '맨홀·싱크홀·포트홀 공포'…맨홀 62만개 '지뢰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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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지하 배수터널 설치 필수"

아시아투데이

지난 9일 새벽 폭우로 다수의 차량이 침수된 서울 강남구 대치사거리의 배수구가 뚜껑이 없어진 채 소용돌이치는 모습.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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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박아람 기자 = 115년 만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서울 도심에 '맨홀·싱크홀·포트홀' 주의보가 내려졌다. 맨홀에 빠져 다치거나 숨지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다. 전문가들은 폭우 시 맨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건물 외벽 쪽으로 걷는 것이 좋다고 조언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대규모 지하 배수시설 등 제반 시설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1일 서초소방서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11시께 서울 서초구 한 오피스텔 앞에서 남매 사이인 50대 여성과 40대 남성이 함께 길을 걷던 중 맨홀 뚜껑이 없는 하수구에 빠져 실종됐다. 40대 남성은 전날 숨진 채 발견됐으며, 50대 여성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9일 밤 12시 서울 서초구에서는 20대 남성이 길을 걷던 중 구멍에 빠져 갈비뼈와 발이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다. 사고 당시 맨홀 뚜껑은 수압을 이기지 못해 열려있었고, 구멍은 흙탕물로 보이지 않던 상태였다.

싱크홀로 인한 사망사고도 발생했다. 9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반지하 주택에서는 40대 여성 2명과 10대 딸이 사망한 채 발견됐다. 이들은 8일 내린 폭우로 싱크홀이 발생해 주택 내로 물이 가득 차면서 고립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트홀(땅 꺼짐) 사고도 잇따랐다. 10일 오후 8시 30분께 충북 청주시 중부고속도로 하행선 249km 지점에서는 지름 30~40cm의 포트홀이 발생해 차량 20여 대의 타이어와 차량 하부가 파손됐다.

또 이날 오전 7시 6분께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 인근에서 통근버스가 포트홀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름 1m가량의 싱크홀에 통근버스 오른쪽 앞바퀴가 빠지면서 버스 전체가 한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버스에는 승객 8명과 운전기사가 있었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기준 도로 포트홀은 1019건, 지반침하는 12건으로 집계됐다. 지하차도와 터널, 교량에서도 포장 파손이 각각 9건, 3건, 32건 발생했다.

이 같은 사고 소식에 맨홀·싱크홀·포트홀은 공포 대상으로 자리매김 했다. 특히 폭우 속 맨홀 뚜껑은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흉기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에 설치된 맨홀은 총 62만4318개다. 맨홀 뚜껑에는 보통 열림 사고를 막기 위한 잠금장치가 설치돼 있지만, 집중호우가 발생하는 상황에서는 무용지물이다. 맨홀이 잠겨 있으면 물이 역류해 도로가 침수되거나 하수관로가 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폭우 시 맨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침수지역에서 최대한 멀리 벗어나고, 건물 외벽 쪽으로 걷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도로 벽면에는 맨홀이나 깨진 보도블록 등이 적을뿐더러 물이 불어나더라도 주변 구조물을 붙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정부 차원의 예산 확보와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는 CBS 라디오에서 "당장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강남에 모인 물을 한남대교 남단에서 한강으로 퍼 넘길 수 있는 대규모 지하 배수터널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빗물이 반포천으로 내려오면 사당천과 합쳐져 한강으로 흘러들어가기 때문에 도심 침수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또 단기간의 배수시설 확충은 쉽지 않기 때문에 하수구나 배수관에 버려진 쓰레기를 치우고 관개 시설을 정비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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