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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처벌 받는 첫 전직 대통령 되나…트럼프는 "묵비권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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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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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하기 싫다"던 美 대통령

2017년 백악관 기자회견장.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한 기자는 "'예, 아니오'로만 답해주세요"라고 주문했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이 당돌한 발언이 왜 나왔는지 이해하기까진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기자들의 질문을 받을 때마다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대답 안 하겠다" "내가 대답할 의무는 없다" "당신 회사의 질문은 안 받겠다"라고 맞받아쳤다.

"가짜뉴스 생산자들, 부정직한 사람들"이라며 기자들을 공격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폭스뉴스나 영국 BBC방송 등 자신에 우호적이라고 여겨지는 매체 기자들에는 "좋은 질문이다"며 한없이 친절했다.

그의 이런 대언론 태도는 재임기간 내내 유명 어록을 남기며, 코미디 프로그램의 단골 소재로 등장했다.

■헌법 내세운 '묵비권 행사'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답변 거부가 퇴임 이후 다시 한 번 화제가 되고 있다.

이번엔 검찰이 그 배경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가족 기업의 자산가치 조작 혐의를 수사 중인 뉴욕주 검찰 심문 과정에서 답변을 거부한 것이다.

트럼프 일가는 세금을 낼 땐 부동산의 자산가치를 축소하고 은행 대출을 받을 땐 자산가치를 부풀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문제는 뉴욕주 검찰 뿐 아니라 맨해튼 연방검찰도 다루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는 검찰 심문에 맞춰 낸 성명에서 묵비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천명했고, 실제 묵비권을 행사했다.

그는 "미국 헌법이 모든 시민에게 부여한 권리"라며 수정헌법 5조를 내세웠다.

같은 사안으로 지난주 검찰 심문을 받은 트럼프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장녀 이방카는 묵비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정치적 '양날의 검'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선 이번 묵비권 행사는 양날의 검이다.

선서를 해야 하는 검찰 심문에서 거짓 증언을 하면 형사 처벌을 받을 수도 있어 부담을 줄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그가 2024년 대통령 선거에 도전할 경우 묵비권 행사는 정치적으로 부담이 된다.

실제 트럼프는 지난 2016년 대선 유세 땐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을 공격하면서 "무죄라면 왜 묵비권을 행사하냐"고 조롱한 바 있다.

■트럼프 "美 역사상 거대한 마녀사냥"

이를 의식한 듯,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마녀사냥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묵비권을 행사한다는 논리를 폈다.

검찰이 표적수사를 벌이고, 언론 환경은 적대적이기 때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는 앞서 자신이 만든 SNS '트루스소셜'에도 "인종차별론자인 뉴욕주 검찰총장을 만나게 됐다. 미국 역사상 가장 거대한 마녀사냥"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이자 흑인 여성인 레티샤 제임스 총장이 정치수사를 벌이고 있단 취지다.

트럼프는 또 성명에서 "예전에 '죄가 없다면 왜 묵비권을 행사하느냐'는 질문을 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답을 알게 됐다"며 스스로를 옹호했다.

■사상 초유 압수수색에 공화당도 '발끈'

대통령 재임기간 여러 어록을 남긴 트럼프이지만, 이번 항변만큼은 이전처럼 희화화할 수 만은 없어 보인다.

전직 대통령이 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장이 실제로 정치적 '약자'이기 때문이다.

지난 8일(현지시간)엔 미 연방수사국(FBI)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별장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를 압수수색했다.

백악관 기밀문서를 불법적으로 반출했단 혐의를 적용했지만, 미국 전직 대통령이 자택 압수수색을 당한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는 백악관을 떠나면서 15개 상자 분량의 문서 등을 가져갔다.

트럼프는 지난 1월 연방정부 기록보존소(NARA)에 일부 문서를 되돌려주면서 나머지도 찾고 있다고 밝혔고, NARA는 대통령 기록물 무단 반출에 대해 법무부에 조사를 요청한 상태다.

미국 대통령기록물법은 대통령 공식 업무와 관련된 모든 문서를 NARA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문서 파기나 훼손은 형사처벌 대상이고, 기밀 문서일 경우 연방직 수행 자격마저 박탕당할 수 있다.

트럼프가 기록물을 임의로 버렸거나 파기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정치 생명에 타격이 불가피한 것이다.

정치적 민감성이 큰 사안을 놓고 자택 압수수색까지 벌어지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물론, 공화당도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트럼프는 사법 체계를 무기로 활용하는 검찰의 직권남용이라며 "나의 2024년 대선 출마를 간절하게 저지하고 싶은 급진좌파 민주당원의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잠재적 경쟁자인 공화당 대선 주자들을 포함해, 반(反) 트럼프 노선의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도 "연방 기관이 헌터 바이든(바이든 대통령 아들) 앞에서는 무력한 모습을 보이고, 정치적 반대자들에게는 무기를 휘두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화당 일각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오는 11월 중간선거 때문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에 패색이 짙어진 민주당이 기사회생을 노린다는 것이다.

■트럼프 향햐는 동시다발적 검찰 수사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둘러싼 수사는 이 외에도 더 있다.

트럼프는 지난해 1월 지자들의 연방의사당 폭동을 선동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연방검찰은 트럼프 측근들의 통화내역 조사에 착수했고, 그 칼끝이 이제 트럼프를 향하고 있다고 미 언론들은 분석한다.

여기에 트럼프는 지난 2020년 대선 패배에 불복한 뒤 가짜 선거인단을 만들어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 인증을 방해하려 했단 혐의도 받고 있다.

이런 동시다발적인 수사 진행은 트럼프의 정치적 신뢰도를 실추시킬 수 있다.

연방검찰의 기소로까지 이어지게 되면, 출마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NYT 등 미 언론은 8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혐의가 인정된다면 그가 백악관으로 복귀하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될 수 있다"고도 분석했다.

미국에선 전·현직 대통령이 기소된 사례가 없었지만, 메릭 갈랜드 현 법무장관은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법적인 책임이 있는 사람은 누구라도 기소한다"며 원칙론을 강조한 바 있다.

■트럼프 "아마 다시 출마해야할 것"

반면 이런 몰아붙이기는 오히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에 행동 개시를 앞당기는 정치적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9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출마 선언 시기를 앞당길 것이라는 예상이 측근 사이에서 흘러나온다고 전했다.

일단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 재선 출마가 유력한 바이든의 대선 라이벌로 확정되는 효과가 있고, 연방검찰이 기소하더라도 정치탄압이라고 주장할 명분이 생긴다.

실제 트럼프는 지난달 26일, 퇴임 이후 처음 워싱턴D.C.로 돌아와 대중 연설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그는 '2024년 대선 출마'를 확인했다.

트럼프는 처음 출마해 대통령에 당선됐고, 두 번째 출마했을 때 수백 만 표를 더 얻었다며 "아마도 다시 (출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은서 기자(chosh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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