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7 (수)

금리 부담에 뚝 끊긴 ‘보금자리론’… 금리 0.35%p 인하에 시장은 “글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금리 부담과 주택 거래 시장 위축 등의 영향으로 인기가 식은 정책모기지상품 ‘보금자리론’ 수요가 금융당국의 ‘금리 0.35%포인트(p) 인하 동결’ 조치에도 살아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내린 금리가 연 4.15%~4.55%인데, 보금자리론 실수요자가 체감하는 부담 완화 효과가 작아서다.

서울 중구 소재 직장을 다니는 30대 장 모씨는 “시세 6억원짜리 아파트를 보금자리론을 받아 매수할 경우 매달 갚아야 하는 원리금만 200만원가량인데, 월급이 300만원대인 외벌이 월급쟁이로선 부담”이라며 “아직 집을 살 시기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보금자리론은 부부합산소득 7000만원 이하(신혼가구 8500만원·다자녀가구 1억원) 무주택자 또는 1주택자(대환시, 처분조건부)를 대상으로 시세 6억원 이하 주택 구입자금을 고정금리로 3억6000만원 한도로 빌려주는 상품이다.

11일 금융당국과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에 따르면, 오는 17일부터 보금자리론은 전월 대비 최대 0.35%p 인하하고, 이를 연말까지 동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연말까지 보금자리론 최저 금리는 연 4.25%(10년 만기)~ 최고 금리(40년 만기)는 4.55%가 된다.

주금공 관계자는 “17일 이후 보금자리론 대출을 실행하는 차주는 신청일부터 실행일까지 금리를 비교해 가장 낮은 금리를 적용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조선비즈

이달부터 연말까지 적용되는 보금자리론 금리. /주택금융공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중도상환수수료 없이 저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우대형 안심전환대출’도 주금공과 6대 은행(국민·기업·농협·신한․우리·하나)을 통해 25조원 규모로 내달 15일부터 공급된다. 안신점환대출 금리는 연 3.8%(10년)~4.0%(30년)이고, 만 39세 이하면서 소득 6000만원 이하인 경우 연 3.7%(10년)~3.9%(30년)가 적용된다.

금리 인상에 따른 서민 주거 불안과 실수요자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게 금융당국의 취지인데, 정작 시장에서는 볼멘소리가 있다. 연 4%대 금리를 두고 수요자마다 시각차가 있는데 정책모기지 특성상 소득 허들이 있다 보니, 보금자리론 대상 수요자의 원리금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작다는 것이다.

이달 무주택자가 시세 6억원짜리 아파트를 보금자리론 40년 만기 고정금리 연 4.55%로 최대 3억6000만원을 대출해 집을 구매한다고 가정하면, 원리금 균등 상환방식으로 10월 217만원을 낸 뒤 이후 매달 약 163만원을 내야 한다. 원금 균등 상환 방식으로는 월별 원리금은 최대 267만여원이고, 최소 금액은 75만여원이 된다.

금리가 연 2.95%이던 작년 6월만 해도 원리금 균등 방식으로 월 원리금은 약 127만원이었다. 주택 매수 시점이 1년 늦춰진 사이 총이자는 60% 이상 불어난 격이다 보니 수요자의 셈법이 복잡해지는 것이다.

이 탓에 보금자리론 대상이 되는 수요자들에겐 ‘구매력’이 현실의 벽이고, 은행 금리보다는 낮은 이자로 대출을 받아 내 집 마련을 하고 싶어도 소득 제한에 걸리는 수요자로선 보금자리론을 비롯한 정책모기지상품이 그림의 떡인 상황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더구나 서울과 경기권 아파트 현 시세 수준을 고려하면, 6억원 이하 매물은 한정적이라 수도권에서는 보금자리론을 이용하는 게 쉽지 않다.

실제로 1년 사이 금리가 1%p가량 오르자 보금자리론 인기는 시들해졌다. 올해 상반기(1월~6월)까지 보금자리론 판매(공급)액은 총 6조1218억원으로, 작년 상반기 판매 실적(13조4592억원)의 반 토막 이상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6월 보금자리론 금리는 2.7%~2.95%였다. 하지만 그해 10월부터 보금자리론 금리가 3%를 넘어섰고 올해 ▲5월 연 4.1%~4.4%, ▲6월 4.35%~4.6%, ▲7월 4.6%~4.85%까지 금리가 거듭 올랐다.

조선비즈

사진은 지난 7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강남구 한강변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주금공에 따르면, 서울 지역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올해 1분기 사상 처음 200을 돌파했다. 이는 중간소득가구가 표준대출을 받아 중간가격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상환 부담을 보여주는 지표인데, 지수가 높을수록 주택 구매자의 부담이 크다는 의미다.

지난 2019년 2분기 124.6였던 서울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올해 1분기 203.7까지 치솟았다. 경기 지역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작년 3분기 처음 100을 돌파해, 올해 1분기 115.6까지 올랐다. 주택담보대출 상환으로 가구 소득의 약 25%를 부담하면 주택구입부담지수는 100으로 산출되는데, 1분기 기준 서울에서 집을 산 구매자들이 소득의 절반 이상을 빚을 갚는 데 써야 한다는 얘기다.

은행권에서는 올해 신규 주택담보대출이 감소세를 이어가는 한편,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 공급 실적이 전년 대비 절반 이상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잇따른다. 업계에서는 무주택 서민과 1주택 수요자의 부담을 실질적으로 돕기 위한 추가적인 제도 개선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수도권에 거주해야 하는 서민과 실수요자의 매매 부담이 크다”면서 “대출 최장 만기를 더 확대해 매달 납부하는 원리금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하거나, 일정 기간 원금 대신 이자만 갚을 수 있도록 하는 등 현행 원리금 상환 방식을 완화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허지윤 기자(jjyy@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