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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반도체 열공' 나선 지자체…업계 "이번엔 다를까" 기대반우려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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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시, 팀장급 이상 반도체 특강…강원도 '전문가 과외'

업계 "변화는 긍정적이나 지자체장 '치적쌓기' 지양해야"

뉴스1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감도(용인시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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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정부의 대규모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으로 관련 기업 투자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반도체 기업 유치에 나선 지방자치단체들도 반도체 배우기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반도체업계는 공무원들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기업 유치를 지자체장의 치적으로 보지 말고 적극적인 인·허가와 지원을 통해 기업이 '속도전'을 펼치도록 돕는 게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1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경기 안성시는 전날(10일)과 26일 이틀 동안 공무원 200여명이 참석하는 '반도체 특강'을 진행한다.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부장 출신의 전문강사를 초빙해 반도체 산업의 특성과 8대 공정 등 기본 교육을 받는다.

특강에는 본청은 물론 읍면동 주민센터 단위 팀장 등 관리직 공무원 전원이 참석할 예정이다. 시장·부시장도 참석해 반도체 전문 공무원 양성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도시정책 등 관련 부서 공무원들은 지역 내 반도체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심화 교육을 받는다.

지난 4일 시행된 국가첨단전략산업법(반도체특별법)에 따라 반도체 기업 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내에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공무원들의 산업 이해도를 높이려는 목적이다. 반도체 후공정 기업들이 다수 위치한 안성시는 인근인 용인에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서면서 관련 기업 입주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가 최대 현안인 강원도도 마찬가지다. 이를 위해 정광열 전 삼성전자 부사장을 경제부지사로 영입했다. 정 부지사는 반도체특별법 시행을 앞둔 지난달 말 전문가·기업인을 잇따라 만나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전략 수립을 위한 조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정 부지사는 도청 직원들에게 삼성전자가 펴낸 '반도체 웹툰' 200권을 나눠주며 공부를 독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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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착공 전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용인시 제공) ⓒ News1 김평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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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업계에선 '복지부동'의 대명사인 공무원들이 먼저 반도체를 공부하겠다고 나선 건 긍정적인 변화라며 평가한다.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 출신인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직접 반도체 강의를 지시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 산업 육성에 집중하고 있는 점도 이 같은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다만 업계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지만, 기업의 관점에서 인프라 조성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관련 인·허가에 보다 적극적인 마인드를 가지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가 인허가 지연으로 착공이 늦어진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2010년 공장 부지를 선정하고도 2015년에야 첫 삽을 떴다. 하루빨리 생산능력을 확대해야 하는 시점에 송전선로 건설을 둘러싼 지자체의 이견과 주민 보상 문제로 5년이나 허비했다.

지난 2019년 부지가 선정된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도 올해초 인허가를 받기까지 3년이나 걸렸지만 아직도 착공하지 못했다. 최근에는 여주시와 공업용수 공급 논란도 빚으면서 착공 시기가 더 늦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지자체 간 이기주의와 소극적인 판단이 기업의 발목을 잡은 대표적인 사례"라며 답답해했다.

이는 해외의 우호적인 투자 환경과 대비된다. 미국 텍사스주의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은 지난 1996년 2월 부지 계약 후 2개월 뒤 착공했으며 1998년 2월 완공했다. 착수부터 가동까지 딱 2년이 걸린 것이다. 중국의 SK하이닉스 우시 공장도 2004년 부지 선정 후 2005년 착공해 2006년에 가동했으며 삼성전자 시안 공장도 2012년 부지 선정과 착공이 이뤄져 2014년 양산을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공무원들을 이해시키는 데 바빴는데 먼저 반도체를 공부하겠다고 나선 건 처음 보는 변화라 고무적"이라면서도 "지자체장들이 기업 유치를 반도체 산업 발전의 관점에서 보는 게 아니라 자신의 '치적 쌓기'로 대하고 업무 협약 이후에는 무관심해지는 과거 사례가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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