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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빵 가격 연말부터 안정?... 이번엔 히트플레이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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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식량가격지수, 4달 연속 하락
곡물수입가격도 4분기부터 낮아질 듯
우크라이나 사태·폭염 등 안심 일러
한국일보

폭염·폭우로 주요 농작물 생산 차질이 우려되는 가운데 10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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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 ‘물가 충격’을 불러온 국제 곡물가격 상승세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물가 안정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통상 국제 가격이 3개월 이상 시차를 두고 국내에 반영되는 만큼 4분기부터 국내 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다만 지구촌을 강타한 폭염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고 있어 식량 위기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0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7월 세계식량가격지수(140.9)는 1개월 전보다 8.6% 낮아졌다. 2008년 10월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발생 직후인 3월(159.7) 역대 최고치를 찍은 해당 지수가 4월부터 떨어지고 있는 데다 지난달엔 역대급으로 하락하자, 세계 경제가 애그플레이션의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는 분석이 고개를 들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제 곡물가격은 6월 이후 상대적으로 안정되는 모습”이라며 “하반기에도 상반기 대비 가격이 하향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애그플레이션은 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로, 농산물 가격 상승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현상을 일컫는다. 수입에 대부분을 의존하는 국내 밀가루가격(7월 기준)만 해도 연초보다 24.4% 뛰었다. 이는 국수(9.2%) 빵(11.3%) 등 관련 가공식품 값을 밀어 올리며 물가 상승을 부채질했다.

국제 곡물가격이 진정세를 되찾아가는 만큼 국내 물가 상승세도 다소 누그러질 가능성이 높다. 김지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문연구원은 “곡물 수입업체들이 보통 3~7개월 전에 미리 구매 계약을 진행하기 때문에 국제 가격이 시차를 두고 국내 곡물수입가격에 적용된다”며 “주요 곡물의 수입단가는 계약시점(1·2분기) 국제 가격 상승으로 3분기 최고 수준을 기록한 뒤 4분기부터 하락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실제 농촌경제연구원은 4분기 식용과 사료용 곡물 수입단가가 각각 6.7%, 11.8%(전 분기 대비)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투자은행 JP모건도 2분기에 13%를 기록한 전 세계 식품물가 상승률이 4분기엔 5.5~6.0%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폭염과 장기화하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 변수도 여전해 안심하긴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계 최대 밀·옥수수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에선 전쟁 장기화로 경작지가 파괴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흑해 봉쇄를 풀며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길을 터줬으나, 이 합의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장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유럽 면적의 60%가 가뭄 상태에 빠지는 등 ‘히트(heat)플레이션(폭염+인플레이션)' 우려도 나온다. 가뭄으로 농산물 작황이 악화하면서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폭등한 식량가격이 더 뛸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에서도 폭염·폭우 등 연이은 기상 재해로 물가 관리에 초비상이 걸린 상태다. 김 전문연구원은 “지금 같은 폭염이 계속되면 전 세계 곡물 생산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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