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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일본 인구 72만명 감소 쇼크… 1년새 남양주만큼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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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지난달 29일 일본 도쿄 지도리가후치에서 열린 종이등 축제에 참가한 젊은 여성들이 전통 옷차림으로 배에 타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작년 한 해 일본 인구는 72만6000여 명이 줄어 역대 최다 감소 폭을 기록했다./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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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인구가 작년 한 해에 72만6000여 명 줄어 사상 최대 규모로 감소했다. 2020년 48만3000여 명이 줄어든 데 이어 인구 감소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져 일본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10일 일본 총무성의 ‘2022년 인구동태조사’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 기준으로 일본에 거주지를 둔 총인구(외국인 포함)는 1억2592만8000여 명이었다. 출생자 수는 계속 줄어드는데 사망자는 반대로 증가하면서 인구 감소에 가속도가 붙는 형국이다. 작년 출생자 수는 전년보다 3.71%(3만1000여 명) 줄어든 81만2000여 명에 그쳤다. 마이니치신문은 “1979년에 인구조사를 시작한 이래로 가장 적은 출생자 수”라고 보도했다. 반면 작년 사망자는 전년보다 4.93%(6만7801명) 늘어난 144만1000여 명이었다. 자연 인구 감소만 약 63만명에 달한 것이다.

일본에서 급격한 인구 감소를 막아주던 외국인 전입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작년에 일본의 외국인 전입자는 12만1000여 명인 반면, 전출자는 23만7000여 명에 달했다. 사회적 증감도 11만명 감소였던 것이다. 그나마 해외 거주하던 일본인의 귀국 숫자가 소폭 늘었다. 심지어 인구 감소의 무풍지대라던 도쿄도 26년 만에 인구가 감소했다. 도쿄를 둘러싼 사이타마, 지바, 가나가와현도 인구가 줄어드는 등 거의 모든 일본 대도시와 지방이 급격한 인구 감소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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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2008년에 인구가 1억2900만명에 육박하며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이후 14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인구 감소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10여 년 전에 인구 감소 충격에 처음 부딪혔을 때만 해도 감소 폭은 10만명 미만이었다. 하지만 금세 20만명, 30만명을 넘더니 이제는 한 해 70만명 감소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현재 추세라면 2050년이 오기도 전에 일본 인구는 1억명 이하로 떨어질 전망이다.

요미우리신문은 “문제는 일본의 인구 감소를 막을 ‘결정적인 한 수’가 없는 현실”이라고 보도했다. 인구 감소는 일본 내 노동력 부족이나 지방 도시의 소멸과 같은 일본 국력의 쇠락을 의미하기 때문에 일본 정부도 총력전을 펴고 있지만 반전의 대책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당장 일본은 7~8년 뒤 600만명 이상 노동인구 부족에 직면할 위기다. 지방의 2만여 촌락이 수년 내 사람이 아무도 살지 않을지 모르는 ‘한계 촌락’인 상황이다. 내수 시장이나 연금은 인구 감소의 직격탄을 맞게 된다.

근본 대책은 1.3~1.4 수준에 그치는 합계 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 수)을 높이는 것이다. 일본 정부의 목표는 1.8이다. 하지만 지난 7월 일본 정부의 대책 회의에선 인구 감소에 대해 ‘소리 없는 전쟁 상황’이라는 한탄이 나왔다. 인구 감소 문제에 손쓸 도리 없이 당하기만 한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내년 4월 ‘어린이가정청’을 신설해 제도적 뒷받침을 강화한다. 출산·육아 보조금을 늘리고 육아휴직 확산과 보육 시설 확충에도 돈을 쏟고 있다. 외국인의 영주권 취득 요건도 계속 낮추는 중이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 내각은 지역의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디지털 전원 도시 국가 구상을 내놓기도 했다.

성공 사례가 없진 않다. 일본 47개 지자체 가운데 유일하게 인구가 늘어난 오키나와현이 그 사례다. 오키나와현은 현내에 스타트업이 창업하면 최대 500만엔(약 4800만원)을 지급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한다. 시내 곳곳에 원거리 재택근무 공간을 마련했다. 아름다운 섬을 동경하는 일본 열도의 젊은이들이 전입하면서 인구 증가에 성공했다. 가고시마현에 위치한 촌락인 이센촌은 아이가 태어나면 마을에서 육아를 도와주는 제도가 정착, 합계출산율 2.46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3000여 가구인 촌락의 사례를 인구 1억2000만명에 적용하긴 쉽지 않다.

작년에 일본에서 줄어든 72만6000여 명은 한국 남양주시 인구와 비슷한데, 지난해 처음으로 인구 감소국으로 추락한 한국도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못하면 ‘14년 연속 인구 감소’의 일본을 따라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일본은 그나마 합계출산율을 1.3에서 더 떨어지지 않도록 막는 데는 성공한 편”이라며 “한국과 홍콩은 일본보다 더 빠르고 끔찍한 인구 감소 위기를 맞을지 모른다”고 보도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83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일본총합연구소의 이케모토 연구원은 “인구 감소에 대처하려면, 지원금 증액 등 대증치료법 같은 대책이 아니라, 부모와 아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생활하는 데 무엇이 부족한지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쿄=성호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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