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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사라지지 않는 삼성전자 위기설…반도체 최고 찍었지만 대체 선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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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2분기 실적은 다양한 해석을 낳았다. 반도체가 탄탄했다는 점은 안도할 만한 포인트였다. 반도체 부문 매출은 지난 2분기 처음으로 28조원을 돌파했다. 이 덕에 삼성전자는 2분기 기준 역대 두 번째로 높은 매출을 거뒀다. 영업이익도 14조원대로 전년 동기 대비 12%가량 뛰었다.

문제는 다른 사업이다. 반도체를 제외한 스마트폰, TV, 가전에서는 어느 하나 똑 부러지는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러자 업계에서는 우려의 시선으로 삼성전자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당장의 최고 성과가 아니라, 실적 상승세가 꺾인 점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분기 첫 매출 70조원을 넘어섰다. 이후 올해 1분기까지 세 분기 연속 최대 매출을 갈아치웠다. 그런데 2분기 실적을 전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0.74%, 영업이익은 0.17% 줄었다.

또한 반도체 ‘쏠림’이 투자자 눈에 들어왔다. 반도체 부문은 전체 영업이익의 70%가 넘는다.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경험(MX)·네트워크 부문은 2분기 매출이 29조3400억원, 영업이익은 2조6200억원에 그쳤다. TV와 가전 사업 부문 영업이익은 3600억원에 불과했다. 올해 하반기는 물론 내년에도 글로벌 경기 침체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도체가 계속 ‘맏형’ 역할을 해줘야 한다.

하지만 반도체 시장조차 낙관하기 힘들다. 글로벌 경기 침체 현실화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가전과 스마트폰 수요가 꺾인 데다 핵심 사업인 반도체 부문의 업황이 악화할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시장 불확실성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지난 7월 말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구조적으로 생산 제약이 있어 내년 D램 생산량은 성장 관점에서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세계 반도체 매출 성장률을 7.4%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전분기 발표한 전망치 13.6%에서 6.2%포인트 낮아졌다. 리차드 고든 가트너 프랙티스 부사장은 “반도체 시장이 다운사이클(하락 추세)에 진입하고 있다”며 “내년 반도체 매출은 올해보다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치 이슈도 만만치 않다. 미국 의회가 ‘반도체 칩과 과학법(반도체법)’을 최종 통과시켰다. 현재까지 알려진 핵심 내용은 미국 내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짓는 기업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 정부가 책정한 지원금만 520억달러(약 68조원)에 달한다. 공장을 짓는 기업에는 25%에 달하는 파격적 세액 공제 혜택도 준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이번 법안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가드레일 조항’이다. 중국을 포함한 ‘우려 국가(country of concern)’에 향후 10년간 첨단 반도체 시설을 짓거나 기존 시설에 추가로 투자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시스템 반도체의 경우 28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의 공정에서 칩을 생산할 수 없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는 현지 사업에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생산시설이 있다. 쑤저우에서는 테스트·패키징 공장을 운영 중이다. 시안 공장의 경우 삼성 낸드플래시 전체 생산에서 40%가량을 담당한다. 삼성전자가 미국 반도체법 적용 대상이 되면 중국 현지 공장에 대한 추가 증설과 기존 시설 업그레이드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메모리 반도체는 첨단 공정으로의 전환이 조금만 지연되더라도 경쟁력을 잃어 시장에서 주도권을 놓치게 될 우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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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올해를 ‘폴더블 대중화’ 원년으로 선언하고 공격적인 판매 전략을 편다. 사진은 영국 런던 피커딜리 광장의 ‘갤럭시 언팩 2022’ 디지털 옥외 광고.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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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 수요 위축…재고도 증가

▷플래그십 폴더블폰에 희망

반도체 부진을 보완할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것도 우려 요인이다.

삼성의 가전 사업은 2분기 실적부터 둔화세가 뚜렷하다. 삼성은 CE(생활가전·TV) 사업에서 매출이 늘었지만 영업이익률은 2.4%로 2015년 2분기(1.9%) 이후 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TV 사업에서는 사실상 적자거나 손익분기점을 소폭 웃도는 수준에 그쳤을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당장 가전 수요는 시장조사기관마다 전망치를 일제히 하향 조정 중이다. 초인플레이션과 금리 급등으로 고용 위축과 수요 부진이 예고되면서다. 아직 미국 실업률은 자연실업률에 가까운 수준이지만 시차를 두고 실물경제로 고용 충격이 확산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는 TV의 2022년 출하량을 올해 초 2억1700만대에서 2억1500만대로 낮췄다가 최근 2억1200만대로 또 낮췄다.

삼성전자 가전제품의 재고 판매 속도도 둔화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DSCC)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2분기 재고 회전 일수(재고가 팔리는 데 걸리는 시간)는 평균 94일을 기록했다. 예년보다 2주가량 늘어난 수준으로 역대 최고치다.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놔도 팔리는 데 걸리는 시간이 훨씬 길어졌다는 의미다. 재고자산은 취득원가와 순실현가치(NRV) 중 낮은 금액으로 평가하는 저가법을 따라 장부에 기록한다. 수요 침체로 재고자산의 NRV가 뚝뚝 떨어져 취득원가를 밑돈다면 재고자산평가손을 반영하게 돼 있다. 이는 기업 이익을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에 삼성은 TV와 생활가전 부문에서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수익성 방어전선을 구축한다. 이익을 가격과 수요의 함수로 본다면, 수요 불확실성을 가격으로 보완하겠다는 전략이다. TV는 네오 QLED·초대형·라이프스타일 전략 제품 판매를 확대해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한다. 생활가전은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확대하고 B2B·온라인 채널 강화와 원가 절감으로 영업이익률 개선에 주력한다.

스마트폰 시장도 긍정과 부정이 교차한다. 삼성전자는 수요 불확실성을 고려해 하반기 스마트폰 수요 전망치를 하향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열린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연초까지는 하반기 스마트폰 매출과 물량 모두 전년 대비 한 자릿수 중후반 성장을 예상했다”며 “최근에는 시장 불확실성 영향이 있어 전년 수준을 유지하거나 소폭 성장할 것으로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삼성은 폴더블을 비롯한 플래그십 제품 중심으로 판매량을 늘리는 데 주력한다. 삼성전자는 올해를 ‘폴더블 대중화’ 원년으로 선언할 만큼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폴더블폰 출하량은 약 790만대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는 88%의 점유율로 사실상 독점 체제를 구축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폴더블폰 판매량 목표치를 지난해의 2배에 달하는 1500만대(폴드4 500만대·플립4 1000만대)로 잡았다.

▶파운드리 초격차 속도전

▷GAA 2세대 공정으로 승부

반도체에서도 메모리 외 분야에서 삼성이 처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현재 글로벌 빅6 팹리스 회사(애플, 인텔, AMD, 엔비디아, 퀄컴, 미디어텍) 중 애플과 미디어텍은 TSMC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4년부터 인텔과 AMD의 물량 일부를 수주받지만 대부분 물량은 TSMC가 가져가는 게 현실이다.

올 하반기 삼성은 파운드리에서 기술 초격차 전략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벌써 일부 성과가 나타나고 있기는 하다. 최근 삼성전자는 3㎚ 공정 기술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2세대 공정으로 복수의 고객사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파운드리 글로벌 1위인 대만 TSMC가 기존 공정인 ‘핀펫(FinFET)’으로 하반기 3나노 제품을 생산하겠다고 밝히자 삼성전자는 GAA 2세대 공정 기술로 신규 고객을 선점하겠다며 나선 것이다.

GAA는 반도체에서 전류를 흐르게 하는 트랜지스터와 연관된 기술이다. 트랜지스터에서는 전류를 통제하는 ‘게이트’와 게이트와 맞닿는 ‘채널’이 서로 접촉하는 면적이 커야 전력 효율성이 높다. 과거에는 ‘평판’ 트랜지스터를 많이 썼으나 반도체 미세화로 트랜지스터의 게이트와 채널이 서로 닿는 면적이 줄어 전력 효율성이 떨어졌다. 이를 보완하려 등장한 기술이 핀펫이다. 채널 모양이 지느러미(Fin)를 닮았다고 핀펫이라 부른다. 핀펫 구조는 5㎚ 공정까지는 활용할 수 있으나 더 미세한 3㎚ 공정에서는 한계가 발생한다. 그래서 삼성전자가 개발한 기술이 GAA다. 핀펫 구조가 3면에서 채널과 게이트가 접했다면, GAA는 게이트가 채널 4면을 둘러싼다. 접촉 면적이 넓어 전력 효율이 개선됐다. 삼성전자는 GAA 2세대 공정을 도입해 기존 구조 대비 전력은 50% 절감하고 성능은 30% 향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파운드리 사업부 분사를 포함한 경쟁력 강화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반도체 산업 환경이 점차 삼성 같은 종합반도체(IDM) 회사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도 파운드리 분사설에 힘을 보태는 요인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투자팀장과 황민성 삼성증권 테크팀장은 “파운드리의 경우 고객과의 접점이 더욱 중요하므로 현재 삼성전자가 미국에 공장을 추가적으로 설립하는 것처럼 적극적인 현지화가 필요하다”며 “유럽에 파운드리 공장을 설립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600만 삼전 동학개미 언제 웃을까

6만선 지지했지만 7만원 돌파 ‘글쎄’

매경이코노미

지난 7월 5만원대로 떨어졌던 삼성전자가 6만원 선을 회복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주가가 급등할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여전히 삼성전자를 둘러싼 악재가 만만치 않아서다. 최근 들어선 미·중 간 극심한 갈등 국면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증권가는 이번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은 단기적 충격에 그칠 것으로 판단한다. 다만 이번 방문의 뒷배경인 칩4(CHIP4) 동맹을 감안하면 삼성전자 등 반도체 업황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펠로시 하원의장의 태평양 순방에는 대만과 한국, 일본 등이 포함됐다. 사실상 반도체 동맹국과의 우호적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다. 실제 펠로시 의장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대만 TSMC의 마크 리우 회장과도 면담을 가졌다.

한국의 칩4 가입도 주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주요 요인이다. 중국은 한국 반도체 수출의 약 40%를 차지한다. 홍콩 비중 역시 15.9%에 달한다. 중화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56.3%인 셈이다. 이에 따라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으로 한국이 가장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적 우려도 주가가 뛰지 못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삼성전자 3분기 실적이 2분기보다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내 증권가도 삼성전자 3분기 실적 전망치를 빠르게 하향 조정하는 중이다. 당초 증권가는 삼성전자가 하반기에 역대급 실적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반도체 가격이 계속 떨어지며 8월 1일 하루 사이에만 국내 12개 증권사가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전망치보다 하향했다. 신영증권, 메리츠증권 등 두 곳의 증권사는 삼성전자 목표주가도 내려 잡았다.

한편에서는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멀리 보면 여전히 매력적인 선택지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투자의견이 대체로 ‘매수’인 이유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2016년과 같은 상승장을 연출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존재한다. 삼성전자는 2016년 1분기부터 실적이 전망치를 웃돌기 시작하더니 2017년 반도체 슈퍼 호황을 맞았다. 이후 주가는 폭등했다. 일각에서는 지금이 그때와 비슷하다는 인식이다. 반도체 업황 둔화 전망에 주가는 6만원 초반대를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주주환원정책 발표로 분위기를 전환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아울러 이재용 부회장이 8·15 광복절에 특별사면을 통해 복권된다면 투자심리는 더욱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16년 삼성전자를 비웠던 펀드매니저가 포트폴리오에 부랴부랴 삼성전자를 담으며 주가가 폭등했다. 동학개미를 중심으로 이번에도 비슷한 장세를 기대하는 분위기는 남아 있다.

[명순영 기자, 배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1호 (2022.08.10~2022.08.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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