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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물난리 속 살아남은 '방수빌딩'의 비결은? 다른 건물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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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년 만의 폭우 속 홀로 평화로워 보였다는 이곳, 바로 '강남 노아의 방주'라고 불린 서울 서초구의 한 건물입니다. 도로가 침수된 와중에도 닫아 건 문 안쪽에는 물이 들어차지 않아 사람들의 놀라움을 자아냈는데요. 어떻게 이게 가능한지, 다른 건물도 이렇게 하면 안되는 건지, 직접 취재진이 현장을 찾았습니다.

8월 9일, 침수됐던 강남역 일대에는 물이 거의 다 빠진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물이 휩쓸고 간 자리와 피해는 여실히 남아 있었습니다. 침수된 차를 두고 어쩔 수 없이 운전자들이 몸만 빠져나가야 했던 전날 저녁이었기에, 차량은 여전히 도로 한복판 그리고 여기저기에 방치돼 있었고 유리창이 깨지는 등 피해를 입은 차도 있었습니다. 보도블럭이 깨지고 땅이 꺼진 곳도 군데군데서 발견됐습니다.

그런 도로에 화제의 건물이 있었습니다. 한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이 건물은 1994년 건물을 준공할 당시부터 이 차수문(물을 차단하는 문)을 설치했다고 합니다. 저지대라는 걸 고려해서였습니다. 차량 130여 대가 주차할 수 있는 지하 주차장 앞에 설치한 차수문은 기자가 현장을 찾았을 당시엔 내려져 있었습니다. 아마도 비가 다시 많이 내리면 차수문을 세워 올릴 것으로 보였습니다. 2011년 집중호우 당시에도 이곳은 SBS 8뉴스에 등장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엔 1m 60cm 높이였다고 합니다. 그 이후 문 위에 판넬을 덧대 지금은 그 높이가 더 높아졌다고 했습니다.

비가 쏟아졌을 당시가 궁금해 인근 또 다른 빌딩 주차 관리인에게 당시 상황을 물었습니다. 도로에 세워진 채 버려진 차 때문에 주차도 쉽지 않아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던 주차 관리인은 '물막이'를 묻자 해당 빌딩 입구에도 물막이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거리를 돌아보니 '방수빌딩'에만 차수문이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주변 건물에서 차수막과 차수판은 흔히 볼 수 있었습니다.

2011년, 집중호우 이후 서초구는 지침을 마련했습니다. 국지성 폭우에 따른 건축물 침수 대비를 위해 건축물 내 차수판 설치를 의무화하기로 한 겁니다. '도시 빗물처리 능력을 초과한 폭우 시 도시홍수로 건축물 침수 등에 따른 인명 및 재산피해가 막대하므로, 건축물의 침수를 차단·지연시키는 차수판 설치를 의무화하여 수재로 인한 피해를 최소하하고자 한다'는 취지입니다. 이 지침을 담은 자료엔 '방수빌딩' 사진이 참고자료로 들어가 있기도 합니다. 이때부터 지하 층을 설치하는 '신축' 건축물의 경우에는 지하 주차장이나 지하 계단 출입구 등에 차수판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고 이건 구청의 건축 허가 조건에 포함됐습니다(이미 지어져 있던 건축물에는 차수판 설치를 '권장'했습니다).

물론 침수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차수문, 차수판 등이 도움 됩니다. 하지만 일대보다 지대가 낮아 물이 흘러 모이는 강남역 부근에서 제대로 된 배수 없이 각자 물을 막는 건 한계가 있습니다. 역시 차수막을 설치한 인근 또 다른 빌딩 관리인은 일대가 "복개천처럼 돼 있다"며 하수구에서 물이 한강으로 처리가 다 되지 않다 보니 물이 용솟음쳐 올라온다고 폭우가 내릴 때의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차수판이 있어도 물이 차올라오면 틈으로 물이 샌다고도 말했습니다. 수압 때문에 차수판이 휘기도 한다는 겁니다.

서울시는 집중호우를 겪고 난 2015년 강남 일대 침수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내놨던 적이 있습니다. 강남이 저지대라 물이 모이는 항아리 지형, 또 강남대로 하수관로 설치 오류, 반포천 상류부 통수능력 부족, 삼성사옥 하수 암거 시공 오류 등을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전문가들 역시 이를 종합적으로 침수 원인으로 평가합니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강남역에서 반포 쪽으로 가는 큰 관로가 있는데 관로에서 소통이 안 되니까 (물을) 소화를 못 시켜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경사도가 서로 다른 관로가 만나면서 물이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에 비가 정말 '많이' 온 것도 하나의 원인이겠죠. 서울시는 2015년 대책을 발표할 때 30년 빈도 이상 강우에 대한 장기대책을 마련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이건 시간당 95mm 이상의 비가 내리는 것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하는데, 이번에 서울 강남구엔 시간당 116mm의 비가 내렸습니다(8월 8일 밤 9시 34분 기준). 서울 서초구엔 110mm가 왔습니다(8월 8일 밤 9시 21분 기준). 동작구에는 더 많은 비가 왔다고 하죠. 장석환 대진대 스마트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하수관로 등의 설계 자체가 30년 빈도 기준으로 돼 있어 그 이상의 비가 오는 것을 사실 현재 감당 못하는 건 맞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장 교수는 그렇다고 피해가 그만큼 나도록 할 거냐는 건 다른 문제이지 않느냐며 여러 대책들에 대한 의견을 전해주기도 했습니다. 현재 있는 배수관로를 확충하거나(예컨대 병렬해서 새롭게 관로를 1개 추가한다거나) 대심도터널을 만들거나 배수구역을 구분해 다른 쪽으로 관로를 만드는 등의 대책이 있을 수 있다고 했는데, 그러면서도 강남이 지하철도 많고 깊은 터파기를 한 고층 빌딩도 많아 쉽지는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서울시는 우면산 일대 빗물을 그대로 흘러가게 두는 게 아니라 반포천 중류로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유역분리터널을 만들었고 이번에 일부 가동도 됐습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죠. 장석환 교수는 제3의 방법으로 '분산형 홍수 시스템'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집중호우가 단시간, 순간적인 강우에 의해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배수관로의 부담을 줄여주는 차원에서 소규모 저류지를 곳곳에 만드는 대안도 있다는 겁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집중호우 가능성은 예전보다 더 높게 점쳐지고 있습니다. 언제 또 이렇게 많은 양의 비가 올지 모르죠. 이제는 재난관리체계를 재점검한다는 차원에서 배수 대책에 대해 고민을 해봐야 할 때입니다.

취재 : 박하정 / 영상취재 : 신동환 / 편집 : 이기은 / 작가 : 이미선 김채현 / CG : 서현중 성재은 권혜민 / SBS Digital 탐사제작부
박하정 기자(parkhj@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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