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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시간당 140㎜ ‘기록적 폭우’··· 기후변화에 늘어난 수증기가 집중호우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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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8일 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부근 도로와 인도가 물에 잠기면서 차량과 보행자가 통행하는 데 불편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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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도 ‘역대급 호우’라고 표현하는 비가 지난 8일부터 사흘째 계속되고 있다. 8일과 9일 수도권을 휩쓸고 지나갔던 비구름이 10일에는 충청권과 경북 북부 내륙에 많은 비를 뿌렸다. 이번에 짧은 시간 동안 많은 비가 온 것은 우리나라 북동쪽에 생성된 ‘블로킹 고기압’ 때문에 찬 공기가 동쪽으로 빠져나가지 못했고, 남쪽에서 올라온 고온다습한 공기와 한반도 상공에서 강하게 충돌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앞으로도 이처럼 ‘집중적으로 한꺼번에 오는 비’가 늘어날 거란 전망이 나온다.

10일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 남부지역에는 지난 8일 오후 시간당 100㎜ 이상의 매우 강한 비가 내렸다. 특히 서울 동작구 기상청 관측지점에서는 1시간 동안 최대 141.5㎜의 비가 집중됐다. 서울 종로구 송월동에서 관측한 공식기록 가운데 시간당 강수량 역대 최고치인 118.6㎜(1942년 8월5일)보다 약 20% 많았다. 하루 강수량(381.5㎜) 서울 역대 최고기록(354.7㎜, 1920년 8월2일)을 넘었다.

최근 폭우의 특징은 이날처럼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호우성 강수’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기상청 전국 관측망 62개 지점의 일강수량 극값 통계를 보면, 하루 강수량이 가장 많았던 날 1~5위 중 2000년 이후 기록이 3개 이상 포함된 곳이 24개 지점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는 1907년부터 근대적 의미의 관측이 이뤄지고 있지만 다른 지역에서 관측망이 갖춰진 시점이 제각각 다르고, 62개 중 가장 느린 지점은 1973년에 갖춰졌음을 고려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최근 20년에 극값이 집중된 것이다. 이런 경향성은 전국의 시간당 최다 강수량 극값을 살펴봐도 유사하다. 비가 ‘오랜 기간에 걸쳐 많이’ 오는 대신 ‘집중적으로 한꺼번에 많이’ 온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원래 우리나라 8월에는 지표면이 가열되면서 내리는 ‘소나기’가 때때로 내리는 게 일반적이었으나, 점차 정체전선·태풍 등의 영향을 받는 강한 강수가 잦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조천호 경희사이버대 기후변화 특임교수는 “지난 100년간 우리나라의 강수 자료를 분석해보면 비가 오는 날은 줄어들고 강수량은 늘었다”며 “기후변화 추세로 인해서 ‘호우성 강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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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성 강수가 늘어나는 이유는 기온 상승으로 대기 중 수증기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기온이 올라갈수록 바다에서 증발하는 수증기는 늘어난다. 기온이 1도 오르면 공기 중 수증기량은 약 7%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증기를 품은 공기는 상대적으로 가벼워 위로 올라가려는 성질이 있고, 대기 불안정을 일으켜 집중호우로 이어지는 것이다.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면 호우성 강수가 더 심해질 거라는 분석도 나왔다. 기상청은 지난 6월 보도자료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하지 않는다면 21세기 말에는 극한 강수량이 최대 70% 이상 증가할 수도 있다”는 분석 결과를 냈다. 현재와 유사하거나 좀 더 높은 탄소배출을 지속하는 고탄소 시나리오에서 100년에 한 번 올 ‘극한 강수량’은 21세기 전반기(2021~2040년), 중반기(2041~2060년), 후반기(2081년~2100년)에 각각 29%, 46%, 53% 증가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21세기 중반기가 되면 100년에 한 번 올 강수량이 현재보다 56~334.8㎜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도 지난 2월 낸 제6차 평가보고서 제2 실무그룹 보고서에서 “100년에 한 번 정도 발생할 수 있는 규모의 홍수에 노출되는 인구는 해수면이 15㎝ 상승할 경우 현재보다 20% 증가하고, 2100년에는 현재의 2배가 될 수도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기후변화로 제트기류가 약화돼 집중호우를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극지방은 다른 지역에 비해 기후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아 온도 상승이 빠른 편이다. 기후변화 이전과 비교해서 극지방과 적도의 열에너지 차이가 줄어들었고, 열을 순환하는 역할을 하던 제트 기류도 약화되고 있다. 조천호 교수는 “제트기류가 약해졌다는 건 고기압·저기압이 들어오면 굉장히 오래 머물 수 있다는 의미”라며 “가뭄·장마·홍수가 모두 장기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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