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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시민단체, ‘골프 접대’ 이영진 헌법재판관 공수처에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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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영진 헌법재판관.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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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소송 중이던 사업가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은 이영진(61·사법연수원 22기) 헌법재판관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됐다. 1988년 헌법재판소 설립 이래 처음으로 현직 재판관이 수사 대상이 됐다.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10일 오후 2시 이 재판관을 특정범죄가중처법 위반(알선수재)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이 단체 김한메 대표는 “법 앞에 평등이라는 헌법 규정이 현직 헌법재판관에게 달리 적용돼 형사사법시스템에 대한 국민 신뢰를 더 붕괴시키는 일이 없도록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 재판관은 지난해 10월 고향 후배가 마련한 골프 모임에 참석해 후배가 소개한 사업가 ㄱ씨로부터 골프와 식사 등 향응을 제공받았다. 4명이 참석한 모임이었고 비용은 모두 합쳐 120만원 남짓이었다고 한다. ㄱ씨는 당시 이 재판관에게 이혼 소송 관련 조언을 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골프 모임에 참석했던 ㄴ변호사를 통해 이 재판관에게 현금 500만원과 골프 의류를 전달했다고도 주장한다. 이 재판관은 접대 사실은 인정했지만 “좋은 변호사를 선임해라”는 취지의 말만 했지 소송 관련 조언이나 도움 약속은 하지 않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현금과 골프의류 역시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밝혔다.

공수처는 고발 내용을 살펴본 뒤 수사 착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공수처 검사실에 이 사건이 배당돼 공제번호(사건번호)가 부여될 경우, 이 재판관은 피의자 신분이 된다. 헌법재판관 신분으로 수사기관에 불려가는 첫 재판관이 될 수 있다. 알선수재 혐의는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에 속한다. 청탁금지법은 공수처법이 정한 고위공직자범죄는 아니지만 ‘관련 범죄’로 묶일 경우 함께 수사할 수 있다. 공수처에 헌법재판관 기소 권한은 없기 때문에, 혐의가 인정될 경우 사건은 검찰로 넘어가게 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알선수재 혐의 성립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알선수재가 인정되려면 직무 관련성이 인정돼야 하는데, 이혼 소송과 헌재 업무 사이에 관련성을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120여만원의 골프 접대 또한 당시 참석 인원 4명으로 나누면 30만원 꼴이라 청탁금지법 처벌 기준(1인당 100만원)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이 재판관과 ㄱ씨의 주장이 엇갈리는 500만원 및 골프 의류 전달은 ‘배달 사고’ 가능성 등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공수처가 수사하게 될 경우 이 재판관의 통화내역 등 확인이 불가피하다. 통화 및 문자 수발신 내역 등을 확인할 수 있는 통신사실조회는 법원 영장을 받아야 하는 강제수사다.

헌재에서 공수처나 검찰 등 수사기관 관련 사건을 심리하게 될 경우, 이 재판관이 스스로 회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사 대상자가 수사기관 관련 사건을 판단할 경우 재판 신뢰성에 흠결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헌재에 접수되는 사건 가운데 상당수가 수사기관이 내린 처분에 불복하는 헌법소원 사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재판관이 직을 유지하더라도 심리에 참여하지 못하는 ‘식물 재판관’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 변호사는 “수사기관 수사를 받는다고 제척 사유에 해당되는 건 아니지만, 외견상 공정성을 위해서라도 관련 사건 심리에서는 빠지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여러모로 헌재에 부담을 주게 되는 꼴”이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공수처 고발에 대한 입장을 묻기 위해 이 재판관에게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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