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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한국 루지 이끄는 콤비...'뭉쳐야 찬다' 캡틴 임남규와 독일 명장 슈타우딩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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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볼프강 슈타우딩거(왼쪽) 루지 대표팀 총감독과 임남규 코치. 사진 대한루지경기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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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이 한국에 1년만 빨리 오셨다면 제 올림픽 성적이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임남규 루지 대표팀 코치)

"임 코치는 축구 선수 아니었나? (웃음) 올림픽 입상의 꿈 지도자로 이뤄보지 않겠나." (볼프강 슈타우딩거 루지 대표팀 총감독)

볼프강 슈타우딩거(59·독일) 한국 루지 대표팀 총감독과 임남규(33) 코치를 9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에서 만났다. 둘은 올 2월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이 끝난 직후 루지 팀의 새 사령탑과 코치진으로 선임됐다.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을 향한 첫 발걸음은 뗐다. 슈타우딩거 감독은 부임 직후인 지난 5월부터 강원도 평창에서 루지 팀 훈련을 시작했다. 비시즌인 한여름이지만, 육상 트랙에서 바퀴 달린 썰매를 타며 국가대표 동고동락 중이다.

부임 후 3차 국내 훈련을 마친 슈타우딩거 감독은 "지금은 시작 단계라서 많은 것을 약속할 순 없지만, 세 차례 훈련을 통해 점검한 한국 선수들의 기량과 잠재력은 충분하다. 긍정적인 결과를 낼 수 있는 바탕은 갖췄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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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지는 소수점 아래 두 자릿수까지 기록을 재는 봅슬레이, 스켈레톤과 달리 루지는 1000 분의 1초까지 따져서 순위를 가른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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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지는 스켈레톤과 함께 썰매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경쟁하는 종목이다. 최대 속도는 시속 150㎞다. 엎드려 타는 스켈레톤과 달리, 선수가 하늘을 보고 썰매 위에 똑바로 누워서 얼음 트랙에 따라 활주한다. 소수점 아래 두 자릿수까지 기록을 재는 봅슬레이, 스켈레톤과 달리 루지는 1000 분의 1초까지 따져서 순위를 가른다.

슈타우딩거 감독은 루지 최강국 독일에서도 명장으로 이름난 지도자다. 지도자 경력만 총 33년이다. 독일(동·서독) 루지는 역대 올림픽에서 나온 52개의 금메달 중 44개를 수확했다. 선수와 지도자로 모두 올림픽 메달을 따냈다. 1988년 캘거리올림픽 남자 2인승 동메달리스트다. 지도자로는 지난 15년간은 캐나다 대표팀 총감독을 지냈다. 당시 캐나다는 루지에선 변방국이었는데, 슈타우딩거 감독이 이끈 뒤 세계선수권, 월드컵, 유스올림픽에서 모두 메달을 일궜다. 특히 2018 평창올림픽에선 캐나다 루지 역사상 최초로 2개의 메달(여자 1인승 동메달·팀 릴레이 동메달)을 따냈다.

슈타우딩거 감독은 "캐나다 팀을 떠나기로 했을 때부터 많은 나라에서 러브콜이 있었지만, 루지가 이미 보편화한 유럽·북미에서 벗어나 도전과 투지의 DNA를 새로 심을 수 있는 대한민국을 선택했다"고 한국 행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부임 초기 캐나다의 루지 저변은 무척 취약하고 선수층도 얇았다"면서 "당시 캐나다에 비하면 한국은 시설과 선수 능력 면에서 더 유리한 상황이다. 루지 강국과 경쟁할 수 있는 저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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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우딩거(오른쪽) 감독과 임남규 코치는 찰떡 호흡을 자랑한다. 사진 대한루지경기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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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남규 코치는 슈타우딩거 감독이 가장 신뢰하는 조력자다. 한국 루지에선 '개척자'로 불리는 인물이라서다. 고교 때까지 축구 선수로 활약했던 그는 대학 때 루지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해 1등을 차지하며 진로를 바꿨다. 평창올림픽과 베이징올림픽 등 두 차례 올림픽에 출전했다. 베이징 대회에선 부상을 안고 출전해 33위(34명 참가)로 마쳤다. 임남규는 "처음 루지를 시작할 땐 아주 외로웠다. 평창올림픽을 거치면서 한국 선수들의 실력과 한국 루지 시설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내 경험을 후배들에게 전해 내가 이루지 못한 올림픽 메달의 꿈을 현실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슈타우딩거 감독은 "수퍼스타를 코치를 둬서 행복하다. 임 코치의 축구 실력이면 '축구 강국' 독일에서도 분데스리가급 선수로 뛸 수 있는데, 한국에 남아 나를 보좌해줘 고맙다"고 농담했다. 임 코치는 JTBC 축구 예능 프로 '뭉쳐야 찬다 시즌2'에 출연 중이다. 아마추어 종목 국가대표 선수들이 모여 조기 축구팀과 경기하는 내용이다. 임 코치는 에이스이자 주장을 맡고 있다. 임 코치는 "세계적인 지도자인 감독님이 제가 현역 때 한국 대표팀을 맡아주셨다면 진짜 세계적인 선수가 될 수 있었는데, 너무 아쉽다. 왜 이제야 오셨냐"며 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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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한 임남규 코치는 한국 루지의 개척자다. 연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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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코치는 슈타우딩거 감독과 유독 호흡이 잘 맞는다. 임 코치는 "감독님이 영어로 지도하시면 선수들에게 통역하는 역할을 한다. 선수와 지도자로 모두 큰 성공을 거둔 분답게 훈련이 디테일하다. 특히 장비 전문가답게 썰매를 정비하고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슈타우딩거 감독은 장비와 썰매를 직접 제작해 주행 시간을 단축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자신이 직접 제작하고 설계한 장비라서 가장 효율적인 스타트 및 운행 기술 전수가 가능하다.

유망주 양성에도 일가견 있다. 슈타우딩거 감독은 "루지는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슬라이딩 횟수만큼 실력이 느는 정직한 스포츠다. 일반적으로 8~10년을 활동해야 전성기를 맞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한국 대표팀엔 4~6년 차 선수들이 주축이다. 재능은 직전에 지도했던 캐나다 선수들 이상이다. 몇 차례 훈련만으로도 성장한 선수가 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이어 "임 코치와 힘을 모아 첫 시험대를 잘 준비하겠다. 2년 앞으로 다가온 2024 강원 청소년 겨울올림픽이다. 한국 지도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좋은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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