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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초동시각] 카카오모빌리티와 '모럴 머니(moral m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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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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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의 어느 날을 상상해 보자. 현관 문을 나서면 노란 카카오 택배박스가 놓여 있을 것이다. 낮에 주문한 물건이 카카오 드론 택배로 반나절 만에 도착한다. 이동을 위해선 카카오모빌리티 앱을 열고 카카오UAM(도심형 항공교통)을 호출한다. 퇴근길 차량 정체를 피해 UAM을 타고 약속장소로 날아간다. 물류와 사람의 이동과 관련해선 카카오모빌리티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카카오모빌리티의 사업은 현재로선 고착 상태다. 각종 정부 규제와 사회적 이해 관계자들과의 갈등, 매각을 둘러싼 논란이 심화하면서 공격적인 사업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 국민의 이동 정보가 저장된 플랫폼이자, 누군가의 소중한 밥벌이가 걸린 플랫폼의 무게다. 이런 제약과 부담에도 불구하고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회사다. 자율주행, UAM, 드론택배, 로봇택배 등 기술이 발전할수록 카카오모빌리티의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알아본 자본이 가세했다.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다. 토종 사모펀드이자 국민연금도 자금운용을 맡기는 이 대형 사모펀드는 카카오모빌리티의 미래가치를 매우 높게 평가한다. 매각 제안은 카카오측에서 먼저 했다. 시장 침체로 카카오모빌리티 상장이 연기되면서 외국계 재무적투자자들이 강력한 위약벌을 주장할 수 있다는 점이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가장 유력하게 검토된 매각 시나리오를 보면 카카오가 카카오모빌리티에서 완전히 손을 털고 나가는 것은 아니다. MBK가 약 50.01% 규모의 지분을 보유하고 카카오는 2대 주주로 남게 된다. 외국계 재무적 투자자들이 보유한 지분의 대부분을 MBK로 갈아 끼운다는 시나리오다. 가닥을 잡아 MBK가 실사를 진행하던 상황에서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작업은 갑자기 보류됐다. 강력한 사회적 반발에 휩싸였고, 카카오모빌리티 내부에서 사회적 상생 방안을 제시하기로 했다. 카카오는 매각 유보를 발표했다.

매각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MBK의 카카오모빌리티 인수 의지는 생각보다 강하다. MBK는 카카오모빌리티를 통해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 그림 속에선 전국 홈플러스 140개 매장의 주차장이 카카오UAM의 착륙장이 되고, 카카오 전기택시의 충전소이자 차량 정비소, 주차장이 된다.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라는 장점을 활용, 일본·중국과 동남아시아까지 카카오모빌리티가 확장할 수 있는 지렛대 역할도 자처한다.

카카오모빌리티의 미래에는 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카카오모빌리티는 단순히 돈으로만 살 수 있는 플랫폼이 아니다는 점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전 국민의 디지털 교통 인프라를 구축할 회사다. 자율주행 시대에 가장 큰 값을 가지는 전 국민의 이동 데이터와 물류 정보를 무한하게 품는 미래 정보의 바다다. 자율주행과 UAM 시대를 열고 전 국민의 발과 날개가 될 플랫폼이다. 수십만 기사분들의 현존하는 일터이기도 하다.

카카오가 최대주주 지위를 계속 유지하건, 모종의 사모펀드가 국민연금의 자본력까지 담은 초대형 펀드를 조성해 인수하건 우리가 원하는 결론은 같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소유 주체는 단순 자본, 일반 회사와는 달라야 한다는 점이다. 5000만 국민을 위한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는 ‘모럴 머니(moral money)’,‘신뢰할 수 있는 회사(trustworthy company)’만이 그 주인이 될 수 있다. 전 국민을 품을 수 있는 그릇이라야 한다.

박소연 자본시장부 차장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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