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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에 알리지 말아달라"…평당 1억 강남권 아파트 침수에 속 끓는 입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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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8일 밤 서울 서초구 진흥아파트 인근 도로가 물에 잠겨 있다. [사진 = 독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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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서울·인천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강남·서초 일대 주요 고급 아파트 단지들에서 침수피해가 속출했다. 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와 천장 누수, 정전 등으로 큰 피해를 입었지만, 행여 이 사실이 밖으로 나갈 경우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입주민들은 하소연도 못하고 속앓이를 하는 모습이다.

10일 주택업계에 따르면, 지난 8~9일 서울에 내린 8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일대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물이 고이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강남구, 서초구 일대 곳곳이 물에 잠기고 지반침하, 정전 등 사고가 잇따랐다. 강남역 일대는 주변보다 지대가 낮아 서초와 역삼 고지대에서 내려오는 물이 고이는 항아리 지형이다. 지난 8일부터 강남구와 서초구 지역에는 시간당 100㎜가 넘는 비가 쏟아졌다. 이는 강남 지역의 시간당 최대 강우 처리 용량 85㎜를 훌쩍 넘어서는 수치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A아파트는 주차장이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었다. 인근의 서초구 반포동 B아파트는 주차된 차들이 물에 절반 이상 잠겼으며, 서초동 G아파트는 주차장 입구와 주차장 내부, 일부 벽에도 빗물이 새고 물이 흘렀다. 송파구 E아파트의 경우 폭우로 인해 지하주차장 길목에 물이 고였다.

통상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물이 고이는 것은 배수시설 부족 때문이다. 시공사는 공사 당시 건축법 등에 근거해 평균 강수량을 기준으로 배수시설을 조성한다. 하지만, 8일과 같은 시간당 100㎜ 이상의 폭우에는 못버티는 것이다.

피해를 입은 이들 단지는 전용 84㎡ 거래가가 30억~40억원에 달한다. A아파트는 지난 6월 전용 264㎡가 최고 거래가인 72억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한 해당 아파트 입주민은 "2~3개동 지하주차장이 완전히 침수됐는데도 관리사무소는 사실이 외부로 알려질까 숨기기에 급급했다"면서 "한 집당 수억원인 수퍼카를 2~3대 보유한 차주들이 많아 침수로 인한 피해금액이 막대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B아파트 입주민도 "지하주차장 침수로 엘리베이터가 고장나고, 일부 가구에서는 천장에 물도 떨어졌다"면서 "누전 우려가 있어 에어컨을 틀지 말라고 하는 통에 잠도 제대로 못잤다"고 말했다. 송파구 E아파트 입주민은 "지하주차장이 수영장이 되고 집 내부 천장과 엘리베이터에서도 물이 몰아쳤다"며 "건설사에 적극적으로 하자 사실을 알려서 빨리 고쳐야 하는데 집주인들이 전세가 안 나갈까봐 무서워서 이를 숨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강남 일대의 고급 아파트 침수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40억 헬조선의 현실', '찐부자들이 한남더힐 사는 이유' 등의 조롱 댓글이 달리며 입주민들을 조리돌림을 하는 분위기도 이어지고 있다. 한 아파트 커뮤니티에는 'A동 지하주차장이 침수돼 누전, 감전 우려가 있어 조심해야 한다'는 안내글에 "이런 글을 공개적으로 올리지 말아달라"는 입주민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강남이나 서초 일대 재건축을 앞둔 노후 아파트 소유주들은 배수시설 확충 등 기반시설 공사를 꺼리는 탓에 장마 때마다 똑같은 수해 피해를 반복적으로 입고 있다. 큰 피해를 입고도 보수나 정비를 할 경우 재건축 승인이 나오지 않을 것을 우려하는 일부 소유주들의 민원이 적지 않아서다.

반면, 재건축을 추진 중인 대치동의 한 아파트 관계자는 "인근에서 재건축을 마친 개포동 신규 단지들은 이번에 침수 피해를 입지 않았다"면서 "현재 재건축을 추진 중인 아파트들은 노후도가 심해 폭우 시 침수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빠른 시일 내에 재건축에 들어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기반시설 교체를 통해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유행하는 한강변 아파트, 고급 아파트로 칭송받는 커튼월(강철로 이뤄진 기둥에 유리로 외벽을 세운 방식), 화강암 및 대리석 마감재 등의 건축문화가 게릴라성 집중호우를 감당하기에는 안전상 취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강남 일대는 건축물 디자인과 도시 미관을 중시하는 분위기여서 물 흡수율이 높은 보도블럭 대신 화강암이나 흡수율이 약한 타일을 사용해 도로를 포장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불투수포장률이 높다보니 전반적으로 도시 전체가 폭우에 취약한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처럼 천재지변에 의한 피해는 건설사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설명한다. 건설사의 시공 잘못으로 인한 하자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이냐, 이례적인 자연재해냐가 쟁점이지만, 지하주차장이 침수에 문제가 있을 정도로 설계랑 다르게 지어졌다거나 하는 문제가 없는 이상 (건설사에) 책임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다만, 건설사의 하자로 인해 문제가 생긴 것이 입증되고 담보책임 기간 내에 발생했을 경우 손해보상을 받을 수 있다. 하자 담보책임 기간은 통상 급배수는 2년, 실내건축이나 토공은 1~2년, 지붕이나 방수는 3년이다. 외벽의 문제인 경우 5~10년까지도 가능하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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